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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칼럼] # WITH YOU

기사승인 2018.02.28  08: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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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과 함께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지난 달 말 서지현 검사가 검찰에서의 성폭력을 폭로한 것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성폭력 폭로(Me Too)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계, 문학계, 연극계, 영화계, 심지어 종교계까지. 들불처럼 이어지는 폭로의 행렬을 보면서 "아니, 이 사람도?", "아니, 이런 곳에서도?"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냉정히 사태를 바라보면 지금까지의 폭로는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피해자들의 폭로 속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의 본질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폭로된 사실들에 귀를 기울여보면, 거의 대부분의 가해자가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가진 남성이며, 자신의 권위나 권력을 이용해 성폭력을 저질러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성폭력이란 성적 욕망의 문제라기보다는 권력의 문제라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폭로는 위계 관계가 성립되고, 위계의 위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크든 작든 권력이 주어지는 집단에서는 여지없이 성폭력이 일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보다 하위 위계에 있는 여성들의 몸과 성은 자신의 욕망의 도구나 놀이의 도구였다는 것도.

▲ 강문순 칼럼니스트

그런데 이런 피해자들의 폭로에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대응하는 것을 보면, 이들이 자신들이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기나 한지 의심스럽다. 사과 기자회견이나 해명을 하는 가해자들조차도 피해자의 몸과 성에 대해 저질렀던 자신들의 가벼운(가해자의 입장에서는 가벼운 성적 놀이였을 것이다) 행위가 피해자에게는 어떤 상처가 되는지, 피해자의 삶을 어떻게 침식시키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생긴다.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가해자가 사과 기자회견의 리허설까지 하면서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어떠한 사과나 입장표명 없이 침묵을 지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아직까지도 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뼈아프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리라.

이러한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부족은 지금 가해자가 드러나고 있는 분야에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일어났었고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지금 이어지고 있는 Me Too 운동이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며 이는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는 판단의 이유이다.

여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 동안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경험을 너무나 억눌러 왔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가 이 피해자들이 억압해 두었던 피해사실과 감정의 봉인을 풀어내 버린 듯하다. 그동안 가해자에 대한 두려움이나 자신이 받을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나 비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꼭꼭 눌러왔던 기억들이 다시 하나씩 풀려나오고 있다. 한 번 터진 물꼬를 쉽게 막을 수 없듯. 이러한 흐름은 쉬이 멈출 수가 없을 것이다. 일단 풀려나오기 시작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순간순간 잦아들 수는 있어도, 멈추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현재의 Me Too 운동의 결정적인 방아쇠가 되었지만 Me Too 운동은 이미 2015년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여성들을 대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말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으로 이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클 때도 작을 때도 있었지만 한 번 시작한 여성들의 말은 끊어지지 않았고 지금의 Me Too 운동이 되었다. 그러므로 이제는 우리 사회가 이들의 이야기에 응답을 해야 할 차례이다.

누군가가 SNS에 지금 Me Too 운동에 대해 우리가 할 일은 ‘경청뿐’이라고 적은 것을 보았다. 그렇다. 지금 도도하게 흘러나오는 성폭력의 폭로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입을 다시 막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말을 잘 듣고, 그들과 함께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상처가 나고 피고름이 터지고 있는 곳이 이렇게 많은데, 우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피고름을 닦아내고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다. 그리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피해자들에게 마음 깊이 존경과 지지를 보낸다. # With You

강문순 칼럼니스트 arrowind@hanmail.net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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