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 출입통제 의지 밝히고, "목욕탕 문제될 것 없다."

이창희 진주시장이 업무시간에 목욕탕을 수시로 이용해 온 자신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쓴 모 언론사 기자 A씨를 상대로 기자실에서 반말과 폭언을 해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아울러 이날 이창희 시장은 일부 언론의 기자실 출입을 제한하기 위한 지침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자신의 목욕탕 출입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드러내 구설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희 진주시장은 지난 14일 시청 2층 기자실을 방문해 몇몇 기자와 이야기를 나눈 뒤 그 자리에 앉아 있던 A 기자에게 다가가 자신의 근무시간 목욕탕 출입 문제를 다룬 기사를 썼는지 묻고 반말과 폭언을 했다. 단디뉴스는 이 날 있었던 대화 내용이 든 녹취파일을 입수했다.

둘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창희 진주시장 : 가만 있어봐라. 니가 썼나?

기자 A : 네~

이창희 진주시장 : 니가 썼나. 니가 그걸 썼나. 니는 썼나 안 썼나. 니도 그 해당사항 아이가?

기자 A : 그 저 좀.. 말을 그런 식으로 하지 마시고요

이창희 진주시장 : 니 나이가 새카만게(어린게).. 니 내..

기자 A : 아니, 나이가 새카맣게 어리더라도 말을 그런 식으로 하시면 안 되지요.

이창희 진주시장 : 그럼 어찌할꼬(어떻게 할까), 어찌할꼬?

기자 A : 당신이라고 이런 식으로 말하시면 안 되지요.

이창희 진주시장 : 그럼 당신이라고 하지, 뭐라쿠꼬(뭐라고 할까)? 가만 있어봐. 가만 있어봐. 가만 있어봐.

기자 A : 그거는 아니지 않습니까.

이창희 진주시장 : 가만 있어봐, 가만 있어봐.

기자 A : 시장님.

이창희 진주시장 : 그럼 당신이라쿠지(당신이라고 하지), 뭐라쿠꼬(뭐라고 할까)? 야 이 XX야 할까?

기자 A : 그럼 욕을 하시죠. 그러면

이창희 진주시장 : 그럼 당신이라 하는게 뭐가 잘못 됐나. 내 니 처음 보니까. 내는 니 처음 봐.

기자 A : 아니, 욕을 하시지요. 그냥

이창희 진주시장 : 내는 니 처음 봐.

▲ 이창희 진주시장이 업무시간 관용차를 타고 목욕탕에 수시로 출입했다는 내용을 담은 뉴스프리존 보도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창희 시장은 이날 시의회 질의를 들은 후 기자실을 방문해 자신에 대한 비판 기사를 낸 언론을 ‘사이비 언론’으로 규정하고 기자실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기자단에 가입 안 된 기자들이 기자실에 오면 안 되는 것 아닌지 등을 질문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자가 경상남도 내 일부 시군은 별도의 규정을 두고 기자실 출입 기준 등을 정해놓고 있다고 하자, 이 시장은 진주시도 규정을 만들어 아무나 여기 와서 취재 못 하게 규정을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군소 언론을 탄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 시장은 또한 자신의 목욕탕 출입여부를 취재한 기자가 자신을 사찰한 것 아니냐며 그들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1년 가까이 (나를) 따라다녔다며? 이건 미행, 감시, 사찰이야. 자기들은 이명박이 ‘불법사찰’을 했느니 그리 보도해 놓고 자기들은 그렇게 해도 되나?”라며 “어떤 놈 사주를 받았는지도(사주를 받아 기사를 쓴 건지) 밝혀낼 거야”라고 말했다. 자신이 받은 제보에 따르면 이 기사를 쓴 기자들이 사주를 받았거나 돈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시장은 지난 13일 입장문을 내 “근무시간에 개인용무로 목욕탕을 출입한 부분에 대해 시민 여러분께 걱정과 염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음에도 이날 기자실에서는 목욕탕 출입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는 “경남도청에도 목욕탕이 있어 도청에 근무할 때 목욕탕을 자주 사용했다”며 “진주시청에 목욕탕이 없으니 밖에서 목욕을 한 것인데, 그게 뭐가 그렇게 문제가 되냐”는 입장을 보였다.

이창희 시장의 이 같은 발언에 다수의 시민들은 시장에 대한 분노와는 별도로 "이 시장이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 앞에서 이러한 발언을 하는 것을 보니 기자들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 B씨는 “그간 이창희 시장과 시청 출입기자들의 관계가 어떠했길래 시장이 기자실을 방문해 이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지 모르겠다”며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한편 진주시 공보관실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이창희 시장의 발언에 “성이 나서 그때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고 실제로 출입제한 조치를 내리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16일 담당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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