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다갤러리'에서 이달 30일까지 그림 전시회 열려

진주문화공간 ‘루시다갤러리’에서 박춘우 큰들 무대미술 감독의 그림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박 감독은 무대미술감독 일을 하면서 틈틈이 그림까지 그려 지금까지 4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이번 그림 전시회는 10년 만의 개인 작품전이다. 전시회는 이달 30일까지 열린다. 박 감독은 이번 전시회의 주제를 ‘따뜻한 그림이야기 봄봄展’으로 정하고 22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박 감독을 직접 만나 작품세계, 예술, 그리고 그의 인생에 대해 들어봤다.

 

▲ 예술문화공동체 큰들 '박춘우' 미술감독

▲ 10년만의 개인전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아무래도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본업인 무대미술감독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그렇게 흘렸다. 10년간의 세월을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웃음) 준비하다보니 세월의 흐름을 실감했다. 오랜만에 작품전을 하니 어쨌든 기분은 좋다.”

▲ 주위 반응이 좋다

“그림이 따뜻하다고 좋아한다. 주제가 봄이다 보니 지금 계절하고 잘 맞는 것 같다. 이리저리 좋은 평가에 감사하다.”

▲ 봄을 주제로 잡은 이유가 있나

“사람마다 좋아하는 계절이 다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봄을 좋아한다. 봄은 희망적이고 뭔가 새로 시작되는 좋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예술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들 힘들게 살고 있다. 그림을 보면서 그 순간만큼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봄이라는 따뜻하고 희망적인 계절의 감정을 그림으로 느꼈으면 좋겠다.”

 

▲ 박춘우 作 '복사꽃 피는날에'
▲ 박춘우 作 '햇살 좋은날'

▲ 특별하게 더욱 정이 가는 작품이 있나

“22점 모두 소중하다(웃음). 대부분 그림이 자연의 꽃과 나무를 그렸다. 자연을 통해 우리가 사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자연을 통해 많이 배워야 한다. ‘함께여서 아름답다’라는 작품이 있다. 그냥 들꽃이다. 사실 한 송이만 달랑 있으면 꽃이 예쁜지 모른다. 같이 모여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다. 사람들도 각자 살아가지만 같이 어울려 살아야 아름답게 사는 거다. 서로 도와주고 정이 흘러야 사람 사는 거다. 그림으로 그런 걸 느꼈으면 좋겠다.”

 

▲ 박춘우 作 '함께여서 아름답다'

▲ 고향이 안동이라 들었다. 진주와 어떻게 인연이 됐나

“대학 시절 아는 후배가 큰들에 먼저 와 있었다. 그 당시 홍의장군 곽재우를 주제로 마당극을 준비하고 있었다. 야외무대에 그림 그릴 사람이 필요하다 들었다. 그 후배가 나를 큰들에 소개했다. 그렇게 진주와 인연이 시작됐다.”

▲ 안동 역시 문화 예술 도시 아닌가, 안동과 진주 뭔가 운명 같다

“안동서 태어났고, 지금 진주에 살고 있으니 문화예술도시에 생을 걸치고 있긴 하다. (웃음) 안동과 진주가 비슷해 보여도 차이는 있다. 진주대첩, 농민항쟁, 형평운동 이런 역사의 순간에 진주는 민중이 있었다. 그런 바탕인지 몰라도 진주 시민들은 역사·문화적 소양이 많다고 느꼈다. 안동은 전체 시민의 문화적 소양은 많지 않다고 생각된다. 일부 사람들의 전통적인 유교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안동은 전체가 보수성을 띠고 있는데, 진주는 지방색은 보수적이면서도 역사성에 바탕을 준 시민문화는 진보적이다. 두 가지가 공존하는 것 같다.”

▲ 사천에 건담 조형물도 인기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그 시절 만화 로봇을 많이 그렸다. 특별히 건담을 좋아해서라기보다 그 시절을 추억하고 싶었다. 우리나라에 건담 덕후들이 많다(웃음). 뭔가 큰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하고 있었다. 날짜로 20일 걸렸다. 하루 12시간씩 매달렸다. 많은 분들이 찾아오신다. 최근에 어느 학교에서 스쿨버스를 타고 그걸 보러 왔다. 신기했다. 2탄도 생각해봐야겠다(웃음)”

 

▲ 박춘우 감독은 큰들 본부(사천시 곤명면 작팔길 53) 마당에 높이 6m가량의 건담(일본 로봇 애니메이션 작품)을 세웠다.

▲ 그림을 그리는 것과 입체를 만드는 것의 차이가 있나

“같은 예술 영역이다. 둘 다 사람을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같다고 생각된다. 단지 형태가 다를 뿐이다. 그림은 평면으로, 미술소품 작업은 입체로 나오는 것뿐이다.”

 

▲ 하동 최참판댁에서 9년째 상성공연하고 있는 마당극 "최참판댁 경사났네"의 무대이다. 박춘우 감독은 미술감독으로 무대와 소품 제작을 책임지고 있다.

▲ 그림을 본다는 게 사실 좀 낯설다

“그림 보는 것을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다. 교육의 문제도 있다. 어릴 때 미술을 좋아하게 가르쳐야 하는데 잘 그리는 사람, 못 그리는 사람을 점수로 매겨버린다. 못 그리면 선생님께 야단을 맞으니 그림을 싫어하게 된다. 모든 예술은 자기 경험과 자기 삶을 비추어 보면 된다. 사실 이 말도 거창한데 그냥 보면 된다. 작가의 의도를 아는 게 중요하지 않다. 그건 작가만 알면 된다. 그냥 그림을 통해 자기 삶을 한번 정도 비추어 보고 느끼면 된다. 자기가 느끼는 만큼, 그걸로 된다.”

▲ 즐거워 보인다. 표정부터 말씀 하나하나가

“정말 즐겁다. 설렌다. 하얀 종이를 보면 가슴이 뛴다. 뭘 그려볼까. 그런 설렘이 항상 있다. 그림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백색공포라고 하는데 우리는 ‘백색 설렘’이 있다. 무대 역시 마찬가지다. 빈 공간을 보면서 무엇을 채워 넣을지에 설레인다.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태어날 때는 아무것도 없다가 살면서 자꾸 뭔가를 채워 넣지 않는가. 그게 아름다운 인생이다. 그걸 어떻게 구현해 내는 가에 따라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과 못나게 살아가는 사람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 계획이 궁금하다

“그림은 평생 하는 거다. 지금도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림 준비가 되면 어떤 기회로든 보여주고 싶긴 하다. 큰들에서 미술무대감독 일 역시 중요하다. 무대와 소품 역시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고민이 있다. 큰들에서 오래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할 거다. 큰들 사람들과 같이 행복을 꿈꾼다. 좋은 작품 만들어서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 30일까지 전시회가 이어진다

“자랑 같아 그렇지만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따뜻해서 너무 좋다고 한다. 그냥 왔는데 따뜻함과 포근함을 얻고 간다고 하신다. 제가 원했던 것도 그런 거다. 요즘 사람들은 꽃이 피어도, 계절이 바뀌어도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다. 그림을 통해서라도 꽃이 피고, 나무에 잎이 나는 장면을 느꼈으면 좋겠다.”

 

▲ 박춘우 감독의 ‘따뜻한 그림이야기 봄봄展’은 이달 30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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