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의 한 맺힌 사연 듣고 평화 깃들기를 염원"

한반도 평화만들기 은빛순례단은 22일 오후 진주시 명석면에 위치한 민간인 학살 현장을 방문했다. 이들은 한국전쟁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들의 유해가 발견된 곳에서 유가족의 한 맺힌 사연을 듣고 평화가 깃들기를 염원했다.

 

▲ 진주유족회 회장 강병현 씨가 은빛순례단에게 진주 민간인 학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진주시 명석면에서 순례단을 반긴 사람들은 진주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가족들로 민간인 학살 진주유족회 회장 강병현 씨와 총무를 맡고 있는 정연조 씨였다.

진주시 명석면 용산리 고개에는 1950년 7월 쯤 군부 등에 의해 학살당한 보도연맹원 등 약 7백 50여 명의 유골이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2년 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강타했을 때 흙길이 씻기며 일부 유골이 발견됐다.

유골 채집은 국가가 아닌 민간 주도로 이루어졌고, 당시 채집된 유골은 현재 컨테이너 건물 안에 보관돼 있다. 마산 여양리에서 발견된 일부 유골도 이곳에 안장돼 있다. 하지만 유골이 묻혀 있다고 보이는 5곳 가운데 3곳은 아직 유골 채집조차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이다.

 

▲ 민간인 학살 희생자들의 유골이 임시로 안장돼 있는 컨테이너

유족들은 이곳에 묻힌 유골들이 모두 채집되고, 위령탑과 추모공원이 건립되길 바란다. 하지만 그간 정부는 이곳에 이 같은 공간을 만드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펼쳐왔다. 거창이나 산청-함양 등지에서는 민간인 학살 희생자 추모공원이 건립되거나 건립 중인 점과 대조된다.

그럼에도 유족들은 대통령이 바뀌었고, 이번 지방선거 결과 도지사와 시장도 바뀐 만큼 곧 그들의 소망이 이루어질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다. 유족들은 이날 ‘연좌제’에 의해 한 맺힌 삶을 살아왔던 그들의 지난날을 토로하고 1950년 6~7월 당시의 기억들을 회상하기도 했다.

순례단은 이날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의 유골이 보관돼 있는 컨테이너 박스 안을 견학하고 피해자들의 영혼을 위로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이 바라는 바가 조속히 이루어지길 기도했다. 순례단은 이곳을 방문한 뒤 대평면 청동기박물관까지 도보행진을 이어갔다.

 

▲ 명석면 용산리 고개에서 대평면 청동기 박물관 쪽으로 도보행진을 시작한 은빛 순례단

한편 은빛순례단은 지난 3월1일 광화문에서 전국 순례를 시작했다. 내년 3월1일까지 전국 각 지역을 방문한 뒤 광화문에 모여 해단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들은 작년 말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을 드리울 당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순례를 기획했다.

 

▲ 진주시 명석면 용산리 고개에 위치한 민간인 학살 현장 안내판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