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100일 맞는 지종근 사무총장 인터뷰

“성찰하고 반성할 부분이 있습니다”, “신뢰를 다시 복원해가겠습니다”, “실천으로 하나하나씩 일구겠습니다”...진주YMCA 지종근 사무총장의 인터뷰는 자칫 반성문을 읊조리듯 진지했다. 지 총장은 70년이 넘는 진주YMCA의 역사 앞에서 무거운 시대적 사명을 느낀다고 했다. 그간 진주YMCA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불편한 시선에 대해 지 총장은 오히려 무관심 보다 낫다며 새롭게 진주YMCA를 변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4일 부임 100일을 맞이해 진주YMCA의 지종근 사무총장을 <단디뉴스>가 만났다.

 

▲ 지종근 진주YMCA 사무총장

▲ 창원YMCA에서 오신 걸로 들었다.

“고향은 진주다. 진주서 초중고를 나왔다. 대학시절 YMCA 지도자 활동을 통해 시민사회단체에 발을 디뎠다. 이후 창원YMCA에서 18년 동안 실무자로 활동했다. 올해 3월부터 진주YMCA 사무총장으로 섬김의 소임을 맡게 됐다.”

▲ YMCA 활동이 운명처럼 다가왔나 보다.

“제 아내가 운명이다. 아내가 날 YMCA로 이끌었기 때문이다.(웃음) 아내와는 8년 연애하고 결혼했다. 군대까지 기다려준 고마운 사람이다. 대학시절 같이 YMCA 지도자 활동에 참여했다. 난 사범대학 학생회장으로 참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아 교육운동에 적극 나섰다. 아내 역시 훌륭한 활동가였다. 지금 아내는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으로 있다. 정은아 씨라고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아시는 분도 있을 거라 생각된다.”

▲ 부부이자 뜻을 나누는 동지기도 하다.

“집에 있으면 시민운동, 환경운동 등 여러 현안에 대해서 서로 얘기 나누며 고민하기도 한다. 때론 집에선 공장 이야기는 그만 하자고 웃어넘기기도 한다. 제가 창원YMCA를 그만 둔 날 사무실에서 편지와 떡케이크를 받았다. 아내가 보냈다. 오늘은 남편 지종근이 아닌 활동가 지종근을 존경하고 그동안 수고 많았다는 편지 내용이었다. 활동가로서 같은 꿈을 꾼다는 게 참 기뻤다. 나 역시 아내를 존경하고 늘 고맙게 생각한다.”

▲ 아픈 질문이다. 진주YMCA는 오랫동안 진주에서 시민운동을 주도해왔다. 지역사회 대표 시민단체 아니었나. 하지만 최근에 그 존재감이 덜 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성찰하고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YMCA 내부적인 문제는 우리 구성원 스스로가 해결해야 하는 몫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 하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문제인 지역과 시민들과 소통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우리가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들이 많다. 다양한 단체들과 연대하고 같이 목소리를 내는 부분에 대해 소극적인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시민들은 보다 성숙해 변화에 대한 요구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단체가 발 빠르게 대변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진주YMCA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생각된다. 앞선 비판에 대해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진주YMCA의 운동이 지금 어디쯤 왔을까, 시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 진주YMCA와 제가 짊어 져야 하는 몫이다. 실천으로 하나하나씩 일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 진주YMCA가 관변화 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너무 훅 들어오는 것 같다.(웃음) 지역 활동가를 오래 하면서 쓴소리를 해주시는 분이 늘 고마웠다. 무관심이 오히려 속이 쓰린다. 사실관계를 떠나 아픈 부분이다. 지난 십 여 일 동안 지역의 여러 시민사회단체 분들께 직접 인사를 드리러 다니고 있다. 여러 말씀을 듣고 있다. 진주YMCA가 앞으로 역할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 신뢰를 천천히 복원시켜 나가겠다.”

▲ 이번 지방선거는 어떻게 봤나.

“시민사회단체에서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필요한 의제를 같이 만들어 나갔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미약했던 것 같다. 시민들로부터 검증을 받아 공통으로 공약을 제안하는 형태로 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 시민사회단체마다 각자 성격에 맞는 공약들로만 따로 하다 보니 총체적으로 시민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진주시에 대한 다양한 의제를 같이 토론하고 제안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 점에서 구실점이 되어야 할 진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3년 넘게 활동이 전혀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복원이 필요하다.”

▲ 진주에 새 시장이 왔고, 시의원들 역시 다수가 교체됐다.

“앞으로 지방행정이 분권화 되고 강화되는 부분이 분명 있다. 그럴 때 일수록 행정 견제가 너무나도 중요하다. 의회는 고유권한인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례 발의를 많이 해야 할 것이다. 지난 의회가 시정 질의나 조례발의 횟수가 극도로 낮다는 보도를 봤다. 집행부 역시 과거 시장 이미지인 불통으로서 시의회와 시민을 대해선 안 된다. 진주YMCA 역시 시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받들어 둘 사이에서 견제하고 협치 하도록 중간에서 역할을 담당하겠다.”

▲ 진주에서 우선적으로 해보고 싶은 시민운동 분야는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시민들의 권한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운동이 전개돼야한다. 앞으로 지방분권을 통해 많은 정책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간지원 조직인 시민사회단체의 역량 개발이 필요하다. 진주YMCA만 해서 되는 건 아니고 다양한 단체들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시민들과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도시 재생이나 마을 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많다. 마을 주민들과 연계한 다양한 마을 만들기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욕구를 조직하고 이를 주민들과 함께 해결함으로서 입체적인 지역사회 운동을 가능케 해야 한다.”

▲ 진주YMCA 71년의 역사가 새삼 놀랍다. 창원은 30년이 채 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

“진주 YMCA 역사는 상당하다. 제가 진주로 와서 진주YMCA 선배님들의 그동안의 역사들을 쭉 살펴봤다. 예전 자료가 많아 한자를 찾아가면서 봤다. 역사적, 시대적 사명에 적극 나섰던 선배님들의 활동을 보면서 내가 지고 있는 짐이 참 무겁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여러 선배님들이 여러 시대적 굴곡에 맞서 역할을 해왔듯이 지금의 진주YMCA 역시 촛불 이후인 지금 시대에 해야 할 일들이 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 시민들에게 시민사회단체는 왜 필요한가. 진주YMCA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시민들의 삶이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그들을 대변하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대신 말해주는 것이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이라 생각된다.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있다. 저마다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진주YMCA도 그동안 생명, 평화, 정의의 가치를 가지고 아름답고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위해 나름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물론 잘못된 모습으로 비춰진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다시 시작하겠다. 시민들의 요구가 뭔지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뭔지 살펴보겠다. 앞서 말한 대로 시대가 필요한 역할에도 앞장서겠다. 어린이 생명, 평화 교육, 청소년의 미래와 같은 부분에 있어 진주YMCA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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