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원가에 최저임금 반영 해달라" 주장하며 진주시와 갈등

진주 시내버스 4사 가운데 가장 많은 시내버스(90대)를 운행하는 삼성교통이 오는 8월 20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혀 교통대란이 우려된다.

공공운수노조 삼성교통지회는 17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의 불편을 무릅쓰고 파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진주시가 우리를 파업의 길로 내몬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공공운수노조 삼성교통지회가 17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8월20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교통 직원들은 올 초부터 노동자라면 누구나 보장받고 있는 최저임금 7천5백30원에 한참 못 미치는 시급 6천7백 원을 받아왔다. 이들은 그 이유를 진주 시내버스 운송원가가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낮다는 점에서 찾는다.

표준운송원가는 지난해 6월 진주시가 시내버스 노선 전면개편을 단행하며 도입한 것으로 시내버스 차량 1대 당 최소 운행 수입을 산정한 것을 말한다. 진주시는 운수업체 시내버스 1대가 하루 동안 차량을 운행한 후 얻은 수익이 표준운송원가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을 보전해주고 있다.

하지만 진주 시내버스 표준운송원가는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낮다. 특히 인건비 부분이 그렇다. 진주 시내버스 표준운송원가는 지난해 기준 53만 6천828원으로 서울의 68만 4천943원, 부산의 66만 3천672원보다 낮다. 세 도시의 표준운송원가 내 인건비(운전직)는 진주시 25만 3천564원 서울시 36만 2천190원 부산시 31만 123원으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삼성교통 측은 “결국 인건비의 차이가 표준운송원가의 차이를 만드는 것인데 다른 도시와 인건비 차이가 날 이유가 없지 않냐”는 입장이다.

삼성교통지회는 그간 현재의 표준운송원가로는 직원들의 최저임금조차 보장할 수 없다며 직원들이 최저임금만큼은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진주시에 촉구해왔다. 그들은 “표준운송원가 재산정을 주장하며 거리에서 집회와 시위를 했고, 진주시청 항의방문과 시내버스 차량 현수막 부착 등을 해왔지만 진주시는 ‘내 알 바 아니니 알아서 하라’는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진주시는 올 초 최저임금이 16.4% 인상됐음에도 표준운송원가 내 인건비 인상을 단 3%만 하기로 결정했다. 16일 운수업체가 진주시 담당과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내년에도 인건비를 3%만 인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삼성교통은 “시민의 발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시민께 불편함을 드리지 않기 위해, 버스만은 세우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결국 진주시가 우리를 파업으로 내몰아 오는 8월20일부터 전면 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교통지회는 당장 파업에 돌입하지 않고 한 달간의 유예기간을 둔 것에 대해 “시민들께 불편을 드리고 싶지 않고, 불편을 드리더라도 그것을 최소화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파업 전에 진주시가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진주시가 우리를 비난할 구실을 찾고 시민을 볼모로 한다는 악질적인 언론 플레이를 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지만 이것이 시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삼성교통노조 이현흠 지회장은 “이번 파업은 운송원가 재산정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계속 될 것”이라며 진주시에 책임있는 대화와 협상, 운송원가 재산정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작년 노선개편으로 불편해진 시내버스를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선 재개편을 서두를 것을 촉구했다. 진주시는 지난해 12월26일 버스 노선 재개편을 결정하며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관련 용역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용역 사업 발주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 진주 시내버스가 빗길 속을 달리고 있다.

진주시 담당부서는 이날 대책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진주시 담당부서는 “담당계장 등이 대책마련을 위한 회의에 참여해 자리를 비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6.13지방선거 당시 “최저임금 자체를 점진적으로 인상해 임금수준이 낮은 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한다는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조금씩 높여가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문제는 개별 사업체의 문제이다. 최저임금은 부산교통, 부일교통, 삼성교통, 시민버스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조 시장이 조금 달라진 입장을 내놓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1일 조 시장은 운수업계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담당 부서 직원들에게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방식을 찾아보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 시장이 인수위 대신 꾸린 시민소통준비위원회에서 표준운송원가 용역을 통해 원가 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진주시는 ‘경영 및 서비스 평가 용역 시 표준운송원가 적정성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최근 김해시는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운수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버스업체가 직원구인에 어려움을 겪는 등의 이유로 시내버스 결손 보조금 40억 원을 추경예산으로 마련했다. 삼성교통지회는 진주시도 오는 9월 추경예산을 마련해 시내버스 업체들의 최저임금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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