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 사용 내역과 목적은 모두 ‘비공개’

진주시의회 의장단이 지난 4년간 쓴 업무추진비가 3억여 원에 이르고, 이 중 90%가 ‘밥값’으로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업무추진비 내역은 시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사용 목적 역시 밝히지 않아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의회 사무국에 따르면 의장단(6명)이 사용할 수 있는 업무추진비는 의장 월 262만원(연간 3144만원), 부의장 월 126만원(연간 1512만원), 위원장 4명 각각 월 86만원(연간 4128만원) 등으로 연간 8700만원에 달한다.

<단디뉴스>는 정보공개를 통해 ‘진주시의회 의회운영업무추진비 내역’을 입수했다.

2014년 7월 1일~2018년 6월 30일, 제7대 진주시의회 의회운영업무추진비 예산집행금액은 총 2346건으로 약 3억 1660만원을 사용했다. 사용분류별 집행내역을 살펴보면 관내 식당에서 밥값으로 2억 8606만원(2228건)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명절선물(격려품) 등 기타금액으로 3054만원(118건)이 사용됐다.

결과적으로 업무추진비의 90%가 ‘밥값’으로 사용됐다. 직무수행이나 의정활동을 위해 사용돼야 할 업무추진비 대부분이 간담회 같은 명목으로 둔갑한 밥값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월 평균 약 596만, 연간으로 추산하면 약 7150만 원가량을 시민들의 세금으로 시의원 ‘밥값’을 지원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업무추진비는 매달 월급 형식으로 받는 의정활동비(월 90만원)와 의정활동보조비(월 20만원)와는 별개로 주어진다. 지난 4년 동안 의회운영 업무추진비는 예산 증액이나 삭감 없이 9300만원이 매년 배정됐다.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 의거 크게 9가지 사항에 대해 집행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9가지 사항은 △이재민 및 불우소외계층에 대한 격려 및 지원 △지역 홍보 △체육활동 유공자 등에 대한 격려 및 지원 △업무 추진을 위한 각종 회의, 간담회, 행사, 교육 △현장 부서 근무자에 대한 격려 및 지원△소속 상근직원에 대한 격려 및 지원 △업무 추진 유관기관 협조 △직무수행과 관련된 통상적인 경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항 등이다.

이처럼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다양한 활동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실상은 동료 의원과의 식사, 시의회 사무국 직원과의 식사에만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속의원과 상근직원에 대한 격려 항목에 밥값이 지출된 것이 위법 사항은 아니지만, 업무추진비 대부분이 밥값으로 지출되는 것에 관대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무추진비가 본래 목적과는 달리 사적인 용도로 방만하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의정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목적에 맞게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진주참여연대 심인경 사무처장은 “시장도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는 마당에 시의원이 공개 못할 이유는 뭐냐”며 “사적 용도가 아닌 공적업무를 위해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는 것을 시의원 스스로가 명확하게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런 논란이 이는 업무추진비 내역이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는 데 있다. 세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시민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타 자치단체는 달리 진주시의회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시의원들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의회 관계자는 “최근 국회 특활비 폐지 관련해서 논의가 일자, 업무추진비 내역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문의가 증가했다”며 “그동안 시의원들이 업무추진비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진주시의회가 추진을 못한 것이다. 다른 의회를 참고해 8대 시의회에서 공개가 가능토록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의원들은 업무추진비 공개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서울, 광주, 제주 와 같은 시도 광역·기초의회는 조례나 규칙을 제정해 업무추진비 사용 범위를 명시하고 정기적으로 공개 중이다.

최근 속초시의회는 업무 추진비 부당사용자에 대한 제제사항을 담은 조례안을 발의했고, 거제시의회는 업무 추진비 사용 내역을 5가지 항목과 사용 목적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도록 강제하는 조례안을 제정해 관심을 끌었다.

대구, 원주, 평택시의회는 자체적으로 시민 고통분담 차원에서 의장단이 업무추진비를 자진 삭감하기도 했다.

진주시의회는 업무추진비 집행 기준 및 공개 근거를 명시한 관련 규정이 없다. 업무추진비가 삭감된 사례도 없다. 업무추진비와 관련해 필요한 사항을 조례로 제정하고 예산에 반영하려는 시의원들의 움직임 자체가 없다. 사실상 시의원들이 업무추진비를 정기적으로 상세하게 공개하고, 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에 주저하고 있다.

이런 지적에 시의원들은 크게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시의원들은 업무추진비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실명 공개를 꺼린 A 시의원은 “업무추진비가 많다면 예의주시해 문제를 찾아보겠지만 지금은 (돈이) 얼마 안 된다”며 “의회 직원 식사와 의원들 간의 식사에 지출되는 금액으로도 모자라다”고 오히려 답답해했다.

B 시의원은 “굳이 업무추진비를 줄여야 하는 이유가 있냐”며 “지역구 활동 등으로 개인적인 돈이 더 많이 나간다”고 말했다.

C 시의원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의정활동하며 밥 먹는데 일일이 개인 돈을 다 쓸 수 없다”며 “업무 연장선 측면에서 좋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해왔다.

박성도 진주시의회 의장은 “현재 하계휴가와 의원 연수 일정으로 의원들이 한때 모이기 힘들다”며 “차후 집행부와 의장단이 모여 업무추진비에 대해 한 번은 짚고 넘어 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단디뉴스>가 청구한 ‘진주시의회 업무추진비 내역’에 대해 진주시의회는 간략하게 사용 일자와 금액만을 명시한 정보만 제공했다. <단디뉴스>는 업무추진비의 사용 목적, 대상자, 인원 수, 식당명 등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정보공개를 재청구 할 예정이다.

 

▲ 진주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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