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에 잡무까지 떠 맡아도 교통비 식비 지급 못받아

- "실습지원비 원칙 아닌 의무로 규정해야"

‘대학생 현장실습제’에 나선 대학생들이 ‘열정페이’를 강요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진주지역 모 대학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서 씨(45)는 현재 간호과가 시행 중인 실습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대학생이 현장실습을 나가면 원칙적으로 실습지원비를 받게 돼 있는 걸로 아는데 실습지원비를 일절 받지 못하고, 교육을 위한 실습인데도 병원 잡무를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 씨는 이어 간호학과에 지원하기 전 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 병원이 학생들을 대체인력으로 소모하는 문제를 봐왔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병원 인력 부족 문제 등을 병원 회의에서 제기하면, 곧 실습생이 들어오니 그들에게 잡무를 맡기면 된다. 일이 줄어들 것이다는 말을 전해 듣곤 했다”며 “학점을 따기 위해 병원에 잘 보여야 할 학생들은 병원 측이 잡무를 시켜도 항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가게 되면 인력이 보충된다는 이유로 상근 간호사 수를 줄이는 병원들이 있다. 이들은 각 대학에서 나오는 학생들을 활용하며 인력 부족의 문제를 채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진주지역 모 대학의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10여 년째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이 씨(33)는 “10년 전에도 실습지원비 이런 걸 받아본 적이 없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실습지원비를 받았다는 사람을 주위에서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경남지역 내 모 대학의 물리치료학과를 졸업한 이 씨(32)도 “대학을 졸업하고 한참 뒤에야 실습지원비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며 “당시 실습지원비가 치료팀장 등에게 지도비로 전달되고, 그 돈으로 실습이 끝나면 학생들에게 밥을 사준다는 그런 얘기도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사진 = Pixabay)

이 같은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는 이유는 2017년 교육부가 고시한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에 있다. 운영규정 7조에 따르면, 실습기관은 현장실습생의 실습수행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현장실습지원비를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현장실습 운영규정은 실습지원비 지급수준과 방법은 학교와 산업체가 협의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실습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셈이다.

이 때문에 간호학과 학생들은 실습기간 드는 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었다. 간호학과 학생들은 3,4학년이 되면 보통 1000시간의 실습시간을 채워야 하는데 이 기간에 드는 비용이 적지 않다. 특히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실습을 나가는 경우 경제적 부담이 더 크다. 식비는 물론 숙소비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주보건대 간호학과는 이와 관련해 “학생들을 실습 보낼 때 일정한 비용을 병원 측에 내고 있다”며 “우리가 일일이 자세한 내용을 말해주기는 힘들고, 명확한 답을 원하면 학교 측에 공문 등을 통해 요청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상대학교 간호학과 최소영 학과장은 “창원 경상대학교 병원으로 실습을 나가는 학생들에 한해 기숙사를 제공하고 있지만 별도의 식비는 지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실습지원비 지급을 ‘원칙’이 아닌 ‘의무’로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들이 실습기간 교육만을 받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적정 수준의 보수가 지급돼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현장실습에 참여한 대학생 가운데 40%가 실습비를 단 한 푼도 지급받지 못 했다고 밝혔다. 당시 그 역시도 “현장실습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제대로 된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실습비 의무화 등 교육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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