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문고 10일 민화 연구가 강우방 강연회

미술사를 생각하면 다빈치와 램브란트, 인상파의 고흐와 고갱을 떠올리는 우리에게 '우리의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 우리의 것은 그저 조잡한 실용적 목적으로 그려진 그림으로 취급되지 않는가?

오는 10일(월) 오후 7시30분 평거동 진주문고에서 <민화>의 저자인 미술사학자 강우방 씨의 특별강연 ‘민화 새로 읽기’가 진행된다. 그는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경주박물관 관장 등을 지내며 한평생 한국의 문화유산, 그 중에서도 한국 미술 연구의 최전선에 서온 미술사학자다. 

 

▲ 강우방 전 관장과 그의 저서 '민화'

강 전 관장은 이날 ‘민화의 의미’에 대해 강연한다. 그동안 민화는 그저 일상의 필요에 따라 조잡하게 그려진 비전문가의 그림으로 치부돼왔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학자적 엄밀성과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새로운 해석을 도출했다. 한국 민화에는 삼국시대에서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걸쳐 전해 내려온 조형과 상징이 온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이다.

강 전 관장은 민화에서부터 고대 조형 예술로 이어지는 일관된 흐름과 양식을 발견했다. 그는 “고구려 무덤의 사신이 조선 궁중 화원의 손에서 되살아나고, 궁궐에서 뛰쳐나온 청룡과 백호가 민화에서 한결 자유로운 모습으로 노닐고 있다. 민화는 단순히 모방하는 것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훈련된 화가만이 그릴 수 있는 상징들로 가득한 세계”라고 말한다. 

강 전 관장은 조형 분석을 바탕으로 민화가 화원 또는 화승 출신 화가의 그림이라는 주장을 펼쳐 나간다. 고대부터 연면히 이어져온 전통적 표현 원리가 궁중의 제재에서 벗어난 화가의 붓끝에서 집대성되고, 창조적으로 발전해온 것이 민화라는 것이다. 이로써 그는 궁중화나 문인화에 가려져 폄하돼온 민화를 새롭게 발견하고 그에 걸맞은 위상을 부여한다. 

강 전 관장은 민화는 고차원의 상징체계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저서 <민화>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까치 호랑이 그림, 즉 백호도에서 출발해 농기, 만병도, 책거리, 감모여재도, 문자도 이들 여섯 주제를 중심으로 민화 속 조형들이 잃어버린 본래의 의미를 길어낸다. 

흔히 예술작품을 다룰 때 작품에 얽힌 고사나 상징물, 작품의 내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강 원장은 이러한 기존의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작품 자체의 양식과 구조, 원리에 집중한다. 그는 문자언어가 글줄을 이루고 책이 되듯 조형언어가 조형 예술을 구성한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의 가치를 말없이 웅변하는 작품들의 조형언어에 귀 기울이고자 했다. 

민화는 선명하고 다채로운 색감, 파격적 화면 구성, 현대성 등으로 재평가되며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특징이 결코 민화의 전부는 아니다. 민화에는 고대부터 전해진 상징과 시대정신, 철학, 미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강 전 관장의 말처럼 민화는 “인류 공통의 본성과 인간의 무의식 세계를 기적적으로 드러낸” 우리의 전통 회화이다. 이제 민화는 홀로 격리된 섬이 아니라 광대한 한국 회화의 대륙과 이어진 영토로 읽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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