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상대 비정규직 교수노조 이성웅 분회장

6일 국립 경상대학교는 개학을 맞아 분주했다. 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지난한 여름 끝에 시작된 학기에 수업을 받으러 다니느라 바빠 보였고, 일부 학생들은 벤치에 앉아 동료 학생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지방거점 국립대라는 경상대학교. 이곳에는 눈에 보이는 풍경과 달리 저임금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이 있다. 비정규직 교수들이다.

경상대학교에서 교수, 강사 등의 직함을 달고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천 6백여 명. 이 가운데 정규직 교수의 수는 8백여 명이다. 나머지 8백여 명은 비정규직 교수이다. 겉으로 보이기에 비슷해보이는 이들에 대한 처우는 사실 극명하게 엇갈린다. 정규직 교수들은 사회적 인정을 받고 높은 연봉에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반면 비정규직 교수들은 학교 운영과 관련해 어떠한 권한도 갖지 못한 채 연간 천 2백만 원 안팎의 수입을 올리며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고자 경상대학교 비정규직 교수 가운데 일부는 오는 7일 오후 3시 경상대학교 본부 앞에 집결해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경상대분회 설립을 선언한다. 경상대학교는 이로써 전국 대학 가운데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분회가 설립된 10번째 대학이 된다.

6일 <단디뉴스>는 이성웅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경상대 분회장을 만났다. 그는 비정규직교수 노조를 설립한 이유에 대해 “시간강사들이 교수라는 이름을 갖고, 학교 조직, 운영에 참여하는 등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라며 “학내에서 민주주의가 구현되기 위해서라도 정규직 교수와 비정규직 교수로 나뉜 이원적 구조, 계급적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성웅 분회장과의 일문일답.

 

▲ 이성웅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경상대 분회장

- 경상대 비정규직교수 노조는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의 일원이 되는 건가?
“맞다. 오래 전부터 강사노조라든지 기타 다른 이름으로 대학 비정규직 교수의 지위와 권익을 지키기 위한 단체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간 개별적으로 나누어져 있던 이들 조합이 현재는 두 단체로 정리가 된 상태다.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과 전국대학강사노조이다. 두 기관 모두 시간 강사들의 지위 상승 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는 그 중 한국비정규직노동조합 소속이 된다. 이 단체를 처음 발족한 사람은 임순광 교수이다. 그가 경북대에서 가장 먼저 노조를 설립했다. 이후 조선대, 성균관대 등 9개 대학에 노조가 생겼다. 우리는 이들에 이어 10번째 비정규직교수노조 분회가 되는 거다.” 

- 비정규직 교수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전국대학강사노조는 시간 강사 위주로 돌아간다.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는 그 외에도 초빙 교수, 계약 교수, 겸임 교수, 명예 교수 등을 포괄한다. 비정규직 교수란 시간 강사만이 아니라 이들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 경상대학교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교수는 얼마나 되나?
“정확히 세 보지는 않았지만 시간 강사가 430여명, 기타 초빙·겸임 교수 등 410여명까지 합하면 대략 840여명 정도 될 거다. 정규직 교수는 810여명 정도인데 그 수가 비슷하다.”

- 840여명, 많은 수다. 그 가운데 비정규직교수 노조에 참여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나?
“많지 않다. 8월 초부터 노조 설립을 구체화했다. 현재 운영위, 조직국, 홍보국, 법제국, 여성국 등 5개 세부조직을 주고 있는데 조합원은 이제 모집을 시작한 상태다. 조합비를 내야 확실히 가입이 되는데, 계좌개설을 이번 주에 했다. 가입 신청을 하고 조합비를 낸 사람은 모두 26명이다. 가입신청서를 쓴 사람까지 하면 50여 명 정도. 그간 홍보가 잘 되지 않았는데 홍보를 시작하면 빠른 시일 내 많은 사람들이 가입할 거다.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입으로 입으로 전해져 모르는 분들이 가입 의사를 타진해오더라.”

-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는 1990년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법외노조)로 시작해 1994년 합법노조가 됐고, 2002년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로 이름을 바꾸었다. 경상대는 가입이 늦은 감이 있다.
“기자님도 대학을 졸업했으니 잘 알 거다. 비정규직 교수들이 가진 아킬레스 건이 있다. 교원 임용에 대한 결정권을 대학이 갖고 있다보니 대학 눈치를 보게 된다. 노조 설립이 두렵다. 임용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까봐. 그래서 지금도 전국 250개 대학 가운데 비정규직 노조를 설립한 곳이 9곳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노조를 설립하게 된 거다.”

- 비정규직 노조를 조직할 생각은 어떻게 했나.
“노조 활동에 관심이 큰 건 아니었다. 활동가 스타일도 아니다. 하지만 2008년 한 교수가 자살한 사건을 뒤늦게 알게 되며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 유학을 해 건국대와 전남 모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던 분이다. 생계로 인한 문제 등을 버티고 버티다 절망하고 자기가 공부하던 곳으로 돌아가 자살했다. 이걸 5~6년 전 우연히 알게 됐다. 이 분의 심리상태가 굉장히 와 닿았다. 비정규직 교수들은 사실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 박사를 거치는 등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다. 사회에 필요한 사람들이다. 진취적이고 능동적 사고를 가진 이 분들이 왜 이 사회에서 비극적, 절망적 생각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지 그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 또 다른 이유는 없나.
“비정규직 교수들은 정규직 교수가 될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이 기대 때문에 비정규직 교수를 일상적인 지위가 아닌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한다. 70년대까지는 비정규직 교수 신분이 정규직 교수가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 맞았다. 당시는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도 적었고, 전문대는 석사 학위만으로도 교수가 됐다. 하지만 80년대 이후는 아니다. 우리 대학만 보더라도 정규직 교수 자리가 적다. 학생 수 감소와 함께 점차 더 교수 자리가 줄어들거다. 지금도 정규직 교수와 비정규직 교수의 비중이 50대 50이다. 이 정도면 비정규직 교수 자리는 정규직 교수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 아니라,. 고정적이고 일상적인 자리이다.  그것을 깨닫고 권리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 비정규직 교수 노조의 최우선적 목표는 무엇인가.
“당연히 비정규직 교수들의 교원으로서의 지위 확보다. 같은 대학에서 연구하고 강의하는데 차별이 크다. 초등학교, 중등학교, 고등학교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분들에게 강사라는 호칭을 쓰지 않는다. 그들도 교사라는 직위를 부여받는다. 그런데 유독 대학에서만 같은 수업을 하고 연구를 해도 강사라는 이름을 쓴다. 이 호칭부터 바꿔야 한다. 임용이 된 교수와 오랜 시간 연구하고 수업을 해온 강사 사이의 실력 차도 사실 크지 않다. 교수가 되는 것도 사실 임의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어느 학과에 빈자리가 많은가 등이다. 적체가 심하면 오랫동안 교수가 되지 못한다. 그런데도 교수와 강사, 비정규직 교수 사이의 차는 크다. 이걸 바꿔야 한다.”

- 비정규직 교수 노조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으려는 건 무엇인가.
“첫째는 앞서 말한 교수라는 이름을 가지는 것. 둘째는 교수로서 법적 지위를 가지고 학교 조직, 운영권 등을 갖는 거다. 우리 인간이 동물과 다른 건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이라고들 한다. 현대의 인간은 백년 전, 천년 전 인간과 다르다. 이들은 사회 일원으로서 평등한 대우와 권리를 받자는 걸 넘어 이제 조직 속에서 평등을 보장받고 권한을 갖길 바란다. 그러려면 조직 내에서 선출권, 참정권 등을 가져야 한다. 헌법에도 이러한 권한이 부여돼 있다. 조직에서 조직원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민주적 조직이 아닌 계급적 조직이다. 비정규직 교수들에게도 총장에 나서는 일, 총장을 뽑는 일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교직원과 학생에게도 총장을 뽑을 권한이 있는데 비정규직 교수에게는 없다. 이상한 일 아닌가.”

- 비정규직 교수와 정규직 교수 사이의 또 다른 차이가 있다면?
“경상대만이 아니라 다른 대학의 경우도 교수는 교수를 뽑고 강사도 뽑을 권한을 가진다. 하지만 강사는 강사도, 교수도 뽑지 못 한다. 또 강사는 교수의 권한남용을 제약할 수 있는 어떠한 수단도 가지지 못한다. 이건 주인과 하인의 관계이다. 대학 전체 수업 수를 비교해보자. 경상대에서 1만 시간 수업을 한다면 교수가 많이 하는지 강사가 많이 하는지. 오히려 강사가 더 많이 한다. 그런데 의사결정권이 없다.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할 권한,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대학은 가장 민주적이어 하는 단체다. 그런 대학이 교수를 이원적, 계급적으로 취급하니 문제다.”

- 현재 월 수입은 얼마나 되나.
“시간 당 8만 9천원 정도다. 그런데 비정규직 교수 1인 당 6학점을 초과해 가르칠 수 없다. 그러니 많아도 160만 원 정도의 월 수입을 얻는다. 방학기간이 있어 연간 천 2백만원 정도다. 생존권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다. 처음 강사를 할 때는 그래도 1주일에 30시간 정도 일했다. 물론 당시는 강사료가 지금보다 적었지만, 4년제는 2만 원, 전문대는 1만 원 정도. 예나 지금이나 생존권을 확보하지 못해 인권 문제, 존엄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 적은 돈이다. 다들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나.
“보통 옆 사람(아내 등)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알바로도 약간의 수익은 얻는다. 프로젝트로 관공서 등에서 따와 수익을 얻는 건 극히 예외적이다. 프로젝트도 대부분 사회과학 계열, 행정계열로 많이 간다. 과목 간 편차가 크다. 생각해보면 쉽다. 한문학과, 불문학과에서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얼마나 있겠나. 물론 한국연구재단이 연구재단 프로그램을 시간강사에게 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것도 이례적이고 기간도 1~2년 단위다. 기껏 천만 원에서 이천만 원 수준. 경제적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다."

- 박사 학위를 따고 정규직 교수가 되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리나?
“그건 해당 학과에 빈 자리가 얼마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서울 쪽 명문대를 나오면 좀 빨리 되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지방대 출신이면 힘들다. 박사 학위를 딴 뒤 5년 안에 정규직 교수가 되면 천우신조, 10년 안에 정규직 교수가 되면 큰 다행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 한국에 박사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도 있다.
“수급의 문제가 있다. 나도 비판적이다. 베이비붐 시대에서 산아제한 시대로 넘어올 때 인력수급에 관한 문제를 소홀히 했다. 대학 등 공교육 체제는 일시적인 안목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을 보고 준비해야 한다. 백년대계란 말도 있지 않은가. 인구 수 변화에 따라 박사 학위 소지자의 수급 현황을 예측하고 대비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때 그때 일시적으로 대응하다보니 수급 불균형이 일어난 것 아닌가 한다. 정부와 정책입안자들의 잘못이다."

- 다른 나라에서 석·박사를 대우하는 것과 우리나라에서 석·박사를 대우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는 얘기도 있던데?
“20년 전 일본에서 초빙 연구자로 있을 때 보니 거긴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더라. 월급도 1년간 지급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시간당 얼마를 주는 구조이지 않나. 더구나 일본과의 급여 차도 크다. 20년 전 내가 일본에서 받았던 임금과 지금 우리나라에서 지급하는 임금이 비슷할 정도다.”

- 비정규직 노조를 만든다고 해도 몇 개 대학의 노조만으로는 비정규직 교수에 대한 처우문제 등을 개선하기 힘들 것 같다.
“맞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수가 중요하다. 많은 대학, 또 많은 비정규직 교수들이 노조에 가입해야 바뀐다. 우리 대학만 생각하더라도 비정규직 노조가 생기면 많은 사람들이 움직일 거다. 아직 노조가 구성되지 않은 지금도 약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다른 비정규직 교수들에게 읊어주고 싶은 시가 있다. 김춘수의 ‘꽃’이다. (시를 읊은 뒤) 비정규직 교수는 김춘수가 말하는 ‘꽃’이다. 이름도 지위도 없는. 하지만 노조를 통해 하나로 뭉치면 지위를, 이름을 가져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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