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앉은뱅이 밀라면 수출하는 천병한씨

우리 토종밀인 ‘앉은뱅이 밀’로 만든 라면이 화제다. 지난 8월 처음으로 미국 수출길에 오른 ‘앉은뱅이 밀’ 라면은 지난 주말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앉은뱅이 밀 수제비가 등장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앉은뱅이 밀’로 만든 라면은 ‘토종밀 노벨라면’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라면의 생산지는 경남 진주시 금곡면에 위치한 밀알영농조합법인으로, 대표는 진주사람 천병한 씨(47)이다. <단디뉴스>는 16일 천병한 씨를 만나 ‘앉은뱅이 밀’라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이날 ‘앉은뱅이 밀’로 ‘토종밀 노벨라면’을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해 “제2의 주식인 우리밀의 식량자급률이 1%에 미치지 못한다”며 “우리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 들여오는 밀의 경우 제초제, 살충제 등이 많이 뿌려진 것인데 우리밀은 그렇지 않다”며 “사람들의 건강에 좋은 라면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그는 다양한 먹거리를 소비자들이 누리게 하고, 우리 토종 밀의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이 같은 라면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슬로건이 ‘농부가 만들어 엄마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라면’이다. 가치 있는 먹거리, 가치 있는 소비를 한다는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16일 단디뉴스와 인터뷰 중인 천영한 밀알영농조합법인 대표

다음은 천병한 밀알영농조합법인 대표와의 일문일답

- 앉은뱅이 밀로 만든 ‘토종밀 노벨라면’에 대한 반응이 좋은 듯 하다. 근데 ‘앉은뱅이 밀’이 뭔가?

“우리 토종밀이고 키가 작아 ‘앉은뱅이 밀’, ‘난장이 밀’이라고 부른다. 재래종 밀이다. 우리나라 밀도 키 큰 밀이 있다. 1미터 50센치 정도. 그런데 그런 밀은 수확기에 잘 쓰러지고 병충해에 약하다. 그러니 수확량이 일정하지 않다. 그래서 키 작고 병충해에 강한 밀을 찾게 됐고, 미국에 노먼 볼로그 박사라는 사람이 키 작은 밀을 육종을 해서 전세계에 공급했다. 이를 통해 1차 녹색혁명을 일으켜 세계 식량 문제를 해결했다. 이 공로로 1970년 노벨평화상도 받았다. 노먼 볼로그 박사가 육종한 밀의 뿌리가 바로 ‘앉은뱅이 밀’이다.

- 우리나라 밀 자급률이 상당히 낮은 걸로 아는데, 밀 농사 하시는 분들이 키우는 게 대부분 ‘앉은뱅이 밀’인가?

“적다. 우리나라 연간 밀 소비량이 2백만 톤이 넘는데, 우리밀 총 수확량은 2만 톤 정도다. 자급률은 1%내외다. 그 가운데 '앉은뱅이 밀'은 2백톤도 안 되는 거 같다. 실제로는 많이 재배를 안 하는 거다. 제분시설이 적어서 그렇다. 대부분의 제분소는 딱딱한 경질밀에 맞춰져 있다. 이건 영질밀이다. 그러니 경질밀에 맞춰진 제분소에서 이걸 처리하면 기계가 에러가 난다. 중소형 제분소 일부에서만 이걸 제분하니 생산량이 적다.”

- 8월에 ‘토종밀 노벨라면’을 미국에 수출했다고, 반응은 어떤가?

“일단은 중국에서도 수출과 관련해 의향을 보내왔고, 동남아 쪽과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수출시장 다변화가 시작된 거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생산 물량이 적어 걱정이다.”

- 가격이 비싼가?

“천 오백 원 정도. 시중 라면은 천 원 미만이지 않나.”

- 한 달에 어느 정도 생산하나?

“한달에 1500박스에서 2000박스 정도.

- 일반 편의점에는 보이지 않던데, 진주에서는 이 라면을 어디서 살 수 있나?

“진주는 농협 로컬푸드 매장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로마트에는 없다. 남부, 중부, 문산농협 로컬푸드 매장에 있다”

 

▲ 밀알영농조합법인이 앉은뱅이 밀로 만든 '토종밀 노벨라면'

- 앉은뱅이 밀이 면류에 적합한 밀이라던데?

“앉은뱅이 밀이 적합한 건 전통음식이다. 누룩, 전,. 고추장, 된장, 면, 국수 이런 쪽. 우리 전통음식에 적합한데 식생활이 변화되고 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게 줄다보니 소비가 줄었다. 가정식, 즉석식품을 만들지 않으면 밀가루 소비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그래서 어렵지만 라면을 만들게 된 거다.”

- 앉은뱅이 밀로 만든 라면은 언제부터 만들어졌나?

“2016년 처음 시작했고, 처음에 판로가 없어 힘들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에 판로가 개척된 상황이다. 가격이 싸면 농협이나 대형마트를 통해 팔겠지만, 국산재료로 만들다보니 가격이 비싸 그동안 직거래를 위주로 판매를 해왔다.”

- 1984년 정부가 밀 수매제를 폐지해 ‘앉은뱅이 밀’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던데, 밀알영농조합법인이 ‘앉은뱅이 밀’을 지켜내는 데 기여했다고 들었다.

“ 1984년 정부가 밀 수매제를 폐지하면서 지역에 있는 작은 제분소가 다 없어졌다. 제분을 해야하는데 제분소가 없는 상황이었던 거다. 제분이 돼야 밀이 뭔가 제품이 되고 소비자가 먹을 수 있는 건데. 그러니 사실상 밀 생산을 할 수가 없었다. 1990년대 들어와 종교단체, 농민단체, 소비자단체에서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진행했다. 이때 농촌진흥청에서 보급한 것은 제빵 만들기에 적합했던 밀 종자였다.

우리지역에서는 진주농민회, 가톨릭농민회에서 앉은뱅이 밀을 재배했다. 특히 금곡정비소에서 이걸 제분해줬다. 지역에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하는 조직이 있었고 또 밀을 제분할 수 있는 곳도 있는 특수한 상황이었다. 밀알영농조합은 1990년대 후반 이러한 운동을 하던 선배들이 같이 만든 거다. 밀 소비촉진 관련 사업으로. 법인은 2012년도에 설립됐다. ”

- 밀알영농조합은 지금 어떤 사업들을 하는가?

▲ 우리밀 체험장에서 밀가루 놀이를 하는 아이들

(사진 = 밀알영농조합)

“우리밀 소비 운동을 한다. 두 가지로 대표된다. 첫째는 소비자가 우리밀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우리밀 체험장을 운영한다. 1년에 만 5000명 정도 온다. 가족들을 대상으로 우리밀 쿠키, 피자. 놀이 체험 등을 하고 있다. 그 자체가 상당히 큰 소비촉진 운동이다. 연중 상설체험장으로 운영되고, 진주시 금곡면에 있다. 11월되면 진주국제농식품박람회를 하는데 여기에도 중요한 코너로 들어가고 있다. 인기가 좋다. 또 다른 하나는 ‘토종밀 노벨라면’과 같은 신세대 홈 대용 식품을 개발하는 거다.”

-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사업은?

“올해 연말 우리밀 체험장 창원점을 오픈할 예정이고, 다른 수도권 쪽에서 우리밀 체험장을 열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밀 소비촉진 운동을 이어갈 거다.”

- 우리밀을 고집하는데, 우리밀을 계속 보존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밀은 쌀 다음 제2의 주식이다. 한 해 우리 국민들이 쌀 4백만 톤, 밀 2백만 톤 정도를 소비한다. 전체 곡식으로 치면 이 둘이 90% 정도를 차지한다. 그런데 밀의 경우 99%를 수입하고 있다. 식량 자급 문제, 식량 주권 문제를 위해서라도 우리밀을 보존해야 한다. 두 번째는 건강의 문제이다. 우리는 겨울에 밀을 키우니 농약을 안 친다. 미국은 다르다. 광활한 영역에서 밀을 재배하다보니 빨리 익는 것도 있고 늦게 익는 것도 있다. 제초제를 쳐 한꺼번에 수확하려 한다. 또 수확 후에 살균, 살충을 통해 국내에 반입한다. 수확 전, 수확 후 농약 친 밀을 우리가 먹게 되는 거다.

셋째는 먹거리 선택권을 넓혀주기 위해서다. 한국 밀도 있고 미국 밀도 있고 종류가 다양해야 소비자가 선택을 할 수 있다. 우리밀 짜장면, 우리밀 햄버거 이런 게 없지 않나. 네 번째는 올해 8월부터 생물다양성협약에 따라 종자에 대한 로얄티가 적용되고 있다. 나고야 의정서에 따른 거다. 토종 종자의 가치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인 셈이다. ‘앉은뱅이 밀’을 어느 정도 유지해야 우리 종자를 지켜나갈 수 있지 않겠나.”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치 있는 먹거리에 대해 소비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대기업에서 어떻게 만드는 지는 모르나 보통 공장에서 백 원, 이백 원에 라면을 찍어내 8백 원 넘게 판다. 우리는 공장에서 나오는 데 천 원 정도가 든다. 모두 국산재료를 쓰고 쓸데없는 재료를 첨가하지 않는다. 라면이 몸에 좋지는 않지만,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음식이다. 그래도 먹고 나서 부작용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적어도 부작용 없는 라면을 만들고자 했다. 우리 슬로건이 ‘농부가 만들어 엄마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라면’이다. 가치 있는 먹거리, 가치 있는 소비를 한다는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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