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생협은 억울하다.

‘의료생협의 사무장병원’ 뉴스를 접할 때마다 의료생협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로서 늘 가슴이 아프다.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은 국민건강보험공단직원들의 무단난입으로 시작되는 의료생협 내부조사. 그리고 이어지는 경찰조사와 검찰기소.지리한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더러는 지쳐서 의료기관을 폐업하기도 하고, 더러는 이사장이 구속되기도 한다. 들리는 소문에는 자살한 분도 있다고 한다.

도청 담당공무원과의 전화통화로 확인한 결과 경상남도에서만 총 26개의 의료생협이 해산되었으며, 현재 운영 중인 의료생협은 총 16개이다. 2018년 현재 경남도내 의료생협 중에서 8개가 조사 중이라는 것도 뉴스를 통해 알았다. 전국 의료생협 중에서 약 70%가 법인이 해산되었다. 아예 씨를 말리겠다는 심사다.

이쯤되면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쥐가 고양이를 물어버리겠다는 전쟁이다. 전국의 의료생협 이사장들이 잔뜩 화가 난 상태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건보공단 직원과 국가공무원의 일탈 그리고 인가권자인 시도지사의 법적책임유무에 대한 법해석을 의뢰해놓은 상태다.

▲ 이문환 씨앤디(C&D)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11월 23일은 강원도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찾아간다. 의료생협을 박살내고 있는 당사자를 직접 만난다. 둘 중에 하나는 죽어야 끝날지도 모른다. 의료생협이 씨가 마르던지, 의료생협을 해산시킨 건보공단직원과 보건복지부 그리고 인가해준 시·도청 공무원이 죽던지.

필자는 조사과정에 탈·불법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건보공단 직원들이 들이닥쳐서 의료생협 대표인 이사장에게 요구하는 것은 의료생협 인가증이 아니라, 창립총회 당시에 모집된 조합원 명단이다. 이 명단을 기반으로 조합원들에게 전화작업을 한다. 조합원가입유무와 출자금납입여부, 총회참석 여부를 묻고, 진성조합원이 아닌 자가 있을 경우 사무장병원이라고 판단내린다. 그것으로 끝이다.

건보공단 직원들의 불법적인 문제는 3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공공기관이 내부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조사요구서를 보내야 함에도, 아무런 사전고지 없이 들이닥친다는 점. 둘째, 조합원의 개인정보가 담긴 조합원명부를 요구한 점. 셋째, 불법취득한 개인정보를 이용해서 전화작업을 한 점. 이 세 가지는 법적다툼의 여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자, 운전면허증을 한번 생각해보자. 운전을 하다보면 신호위반이나 불법주정차 혹은 중앙선침범이나 각종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이 경우 운전자의 행위에 대한 불법유무를 따져서 과태료나 벌금 그리고 면허정지 혹은 취소를 시키게 된다. 이 말의 의미는 운전이 미숙하다고 해서 해당 운전자가 면허증을 발급받던 당시의 서류를 검토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이론시험지를 찾아서 컨닝과 같은 불법이 있었는지, 실습점수표를 확인해서 채점이 정확했는지 그리고 도로연수는 정확했는지 따지지 않는다.

하지만 의료생협은 도지사로부터 인가증을 받은 다음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데, 대뜸 인가당시의 서류를 보자고 한다. 건보공단 직원이 봐야할 것은 도지사가 발행한 인가증이 있느냐 없느냐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운전면허증이 있느냐 없느냐를 확인하는 것과 같다.

인가를 해준 도지사의 조사명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3자인 건보공단이 설립당시의 서류를 재검토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무장병원이라고 판정내리고 있다. 여기서 억울함이 생기는 것이다. 인가서류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의료생협대표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 인가권자가 책임질 일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앞서 필자가 말한 모든 것이 다 정당화된다고 해도 혹은 필자가 제기한 모든 의문이 합법적이라 해도 문제는 있다. 의료생협이 설립과정의 문제로 인해 법인해산과 더불어 사무장병원이 된다면 그 책임은 인가권자인 도지사인가? 아니면 인가를 받아서 의료기관을 운영 중인 조합대표인 이사장인가라는 의문이다.

담당공무원은 바빠서 서류검토를 자세히 못한다고 항변한다. 혹은 전문성이 떨어져서 제대로된 검토없이 인가를 내줬다고 항변한다. 그야말로 변명이다. 이게 구속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이사장에게 할 소리인가 말이다. 애초에 인가서류를 잘 검토한 후에 부족하거나 혹은 미비한 서류가 있다면 수정요구를 했어야 했을 것이고, 총회과정이 문제가 있었다면 다시 총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했어야 한다. 그러면 이런 사달은 나지 않았을 것이다.

부실한 사전심사를 하고 발행해준 인가증. 그 인가증으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의료생협대표. 그 책임은 누구인가!

전국의 의료생협 이사장들이 요구하는 것은 한결같다. 인가당시의 서류가 아니라, 의료기관의 잘못된 운영을 지적하고, 계도하고, 육성시키도록 도와달라.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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