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를 고를 때도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따져봐야 한다.

우선 간단한 질문 하나, 우리가 막걸리를 마셔서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는? 막걸리를 즐기는 사람도 즐기지 않는 사람도 막걸리의 효능에 대해서는 대부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저렴한 가격, 음용 후 포만감, 숙변제거 등등 여러 가지 긍정적 기대효과가 있지만 그중에 제일은 아마도 막걸리에 함유된 유산균이 아닐까?

막걸리는 발효주라 수많은 종류의 유익한 유산균이 들어있다. 여기에 유산균이 다량 함유된 김치를 막걸리 안주 삼아 먹으니, 우리 민족은 그야말로 ‘친유산균’ 민족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막걸리 속 유산균은 막걸리의 보존과 유통기한을 짧게 만드는 치명적인 단점도 가지고 있다. 막걸리의 법정 유통기한은 14일에 불과하고 생산된 지 수일이 지났거나 보관이 잘못된 막걸리에서 시큼한 맛이 나는 것도 유산균(초산) 때문이다.

▲ 백승대 450 대표

짧은 보존기간이라는 숙명을 가졌기에 대량생산 하는 것은 타산이 안 맞다. 교통이 원활하지 않고 냉장기술이 부족하던 예전에는 필연적으로 판매범위가 좁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양조장이 마을에 하나씩은 다들 있었고 그 마을에서 소비 가능한 양 만큼만 생산하고 소비했었다.

얼마 전 막걸리를 즐기는 지인을 위해 우도 땅콩막걸리를 한 박스 주문했는데 막걸리의 유통기한이 무려 1년이었다. 아무리 살균막걸리라고는 하나 황도통조림도 아닌 주제에 1년이나 보관이 된단 말인가 싶었지만, 기대했던 만큼 막걸리 맛이 나지 않았다. 막걸리는 보통 살균처리를 하지 않은 생 막걸리와 살균처리를 한 살균막걸리로 나눈다. 생맥주와 병맥주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손님이 생맥주가 있는 맥주를 굳이 병맥주로 주문했을 때 생맥주와 병맥주의 차이를 한참이나 설명해야 하는 것처럼 막걸리도 이제 구별해서 먹어야 하다니!

막걸리의 장점이 막걸리에 함유된 다량의 유산균인데 통신판매와 해외수출을 위해 살균처리를 해, 막걸리를 팥 없는 찐빵처럼 만들어 버렸다. 유산균이 없는 요쿠르트나 김치, 낫또를 사먹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소비자들은 생 막걸리와 살균막걸리의 차이를 잘 알지 못하고 생산자나 판매자도 이러한 차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꾸준히 배우고 꼼꼼하게 따져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수년 전 막걸리 바람이 시들해지며 저조해진 막걸리 판매율이 올해 들어 다시 급증하고 있다. 이는 전통주 판매 활성화를 위해 막걸리의 통신판매를 지난 해 허용하면서다. 이 말은 막걸리를 인터넷에서 구입해 택배로 집에서 받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톡의 선물하기에 들어가 막걸리를 검색하면 90여종의 막걸리 상품이 등록 되어 있을 정도로 막걸리는 우리와 가까워졌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그녀에게 카카오톡으로 막걸리를 선물해 수작을 부려 볼 수도 있는 거다.

막걸리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친근해진 요즘 우리에게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내가 마시는 막걸리가 생막걸리인지 살균막걸리인지, 유통 보관기간은 얼마나 되는지를 꼼꼼히 따져가며 마셔야 한다는 사실이다. 술을 다루는 사람들은 술병의 앞뒤 라벨을 꼼꼼히 읽어보는 것으로 그 술의 성질과 맛, 재료 등을 유추해낸다. 이제 병뚜껑 색깔만 보지 말고 막걸리를 고를 때, 와인이나 위스키를 고를 때처럼 유심히 면밀히 상세히 라벨을 읽어 내가 마시려는 녀석의 상태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아는 만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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