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 국립진주박물관

진주 나들이를 계획하며 우리가 떠올리는 것은 남강과 진주성, 논개 등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떨까? 바로 진주성 내에 있는 국립진주박물관을 찾으면 옛날로 떠나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진주 도심 속에 있는 진주성은 접근이 쉽다. 정문에 해당하는 공북문을 들어서면 충무공 김시민 장군 동상이 우리를 반긴다. 진주성을 에둘러 흐르는 남강을 바라보며 성곽을 따라 걸으면 당시의 총통들이 화약에 불을 붙이면 바로 적들을 향해 날아갈 듯 서 있다.

 

▲ 진주성 내에 전시 중인 총통들이 화약에 불을 붙이면 바로 적들을 향해 날아갈 듯 서 있다.

총통 전시물을 지나 2018년 11월 말, 10년 만에 재단장한 국립진주박물관으로 향하면 동북아국제전쟁(임진왜란) 당시 참전했던 의병장과 장군들의 다짐이 표지석으로 우리를 맞는다.

 

▲ 동북아국제전쟁(임진왜란) 전문 박물관인 국립진주박물관으로 가는 길

77년 만의 귀향, 국보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

박물관으로 곧장 들어서지 않고 오른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최근 서울 중앙박물관에서 옮겨온 전형적인 남북국시대(통일신라) 양식의, 국보 제105호인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이 있기 때문이다. 상층 기단에는 무력으로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신장상(神將像) 8구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있다. 1층 탑신은 공양하는 보살상 4구가 조각되어 있는데 1면의 보살상만 앞을 바라보고 있다. 신장상과 보살상이 함께 있는 독특한 사례는 남북국시대 석탑 양식의 전형이라고 한다.

 

▲ 국보 제105호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

원래 이 탑은 산청군 범학리 옛 절터에 있었는데 일본 제국주의 강제 점령기에 일본인 골동품상에 팔려갔다가 해방 이후 미군 공병대가 경복궁 안에 다시 세웠다. 이후 경복궁 정비사업으로 다시 해체되어 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됐다가 산청과 인접한 진주박물관으로 옮겨 지난해 말 모습을 선보였다. 고향 떠난 지 77년 만의 귀향이라 더욱더 반갑다.

 

▲ 국보 제105호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은 신장상과 보살상이 함께 있는 독특한 사례는 남북국시대(통일신라) 석탑 양식의 전형이라고 한다. 사진은 1층 탑신에 새겨진 보살상.

국립진주박물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눈을 돌리는 곳마다 동북아국제전쟁(임진왜란)에 관한 이야기다. 이미 당시로 시간여행이 시작된 기분이다.

확대 개편 임진왜란실 보물 14건 등 277건 700여 점의 유물 선보여

 

▲ 국립진주박물관 임진왜란실 입구

박물관에 들어서 오른쪽부터 관람하면 확대 개편된 임진왜란실이 나온다. 임진왜란실은 크게 1층과 2층으로 나누어 보물 14건 등 지정문화재 21건을 비롯한 277건 700여 점의 유물을 선보인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임진왜란’이라는 큼지막한 글자 위로 ‘동아시아 7년 전쟁’이라는 작은 글자가 함께한다. 일본은 분로쿠노에키(분로쿠의 전쟁), 중국은 항왜원조라 부르는 '동아시아 7년 전쟁'은 분명 국제전쟁이고 한중일 삼국의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크나큰 흉터다.

 

▲ 국립진주박물관 임진왜란실은 임진왜란이 '동아시아 7년 전쟁'으로 한중일 삼국의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크나큰 흉터였다고 세계사 관점에서 설명한다.

임진왜란, 동아시아 7년 국제전쟁

세계사 연표를 통해 국제전쟁 당시의 국제 정세를 살펴보고 이어 조선, 명, 일본의 전쟁 양상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시물이 보인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며 시작된 동북아국제전쟁은 명군이 참전하면서 조선, 일본, 명의 국제전쟁이 되었고 세계사 흐름 속에서 삼국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볼 수 있다.

찬찬히 걸음을 옮기다 멈춘 곳은 일종의 시한폭탄인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 앞이다.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포탄’ 전시물 맞은 편에 애니메이션으로 전쟁의 과정을 보여준다. 전쟁 당시 조선 출병의 거점인 일본 히젠 나고야성도는 치밀하게 침략 야욕을 드러낸 일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내 안'의 무언가가 꿈틀댄다.

 

▲ 국립진주박물관에 전시 중인 일종의 시한폭탄인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

스승인 남명 조식 선생의 가르침대로 의로운 삶을 실천한 홍의장군 곽재우 장군이 사용했던 칼이 우리 앞에서 의(義)는 머릿속에 있는 게 아니라고 시퍼렇게 일러준다.

 

▲ 국립진주박물관 내 곽재우 장군이 사용했던 칼을 비롯한 여러 유물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평양성 전투도를 지나면 천자․지자․현자․황자총통과 중완구․대완구를 함께 모아 전시한 전실이 나온다.

 

▲ 국립진주박물관 내 천자․지자․현자․황자총통과 중완구․대완구를 함께 모아 전시한 전실

삼국의 전쟁 무기를 한 전시실에서 비교할 수 있어 좋다.

 

▲ 국립진주박물관 내 한중일 삼국의 무기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국립진주박물관 내 한중일 삼국의 무기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교토 코 무덤에 묻힌 조명 연합군의 코 개수 214, 752개

전시실을 나와 2층으로 올라가는 나지막한 길은 7년 전쟁의 흔적인 왜성을 찍은 사진과 숫자로 보는 임진왜란 전시물이 걸음을 늦추게 한다. 7년 전쟁의 흔적인 왜성이 지금 모습을 담은 사진 앞에서 그날을 잊지 않도록 도와준다.

 

▲ 국립진주박물관 내에 전시 중인 7년 전쟁의 흔적인 왜성이 지금 모습을 담은 사진은 그날을 잊지 않도록 도와준다.

먼저 숫자로 보는 임진왜란 전시물은 각종 무기 등의 통계자료로 이해를 돕는다. 418,040마리. 이순신 장군이 군량을 구하기 위해 병사들과 마련한 청어 숫자라고 한다. 삼국의 주요 인물들이 나이(1592년 기준)가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선조 40(세, 이하 생략) / 도요토미 히데요시 56 / 신종(만력제)29, 유성룡 50⸱권율 56⸱김시민 38⸱이순신 47 / 고니시 유키나가 34⸱가토 기요마사 30 / 이여송 43⸱진린 49. 16세기 삼국의 인구는 조선 7백만명, 일본 1500만명, 중국 1억5천만명. 교토 코무덤에 묻힌 조명 연합군의 코 개수 214, 752개는 숫자 너머로 감춰진 전쟁의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 보여준다. 이 두 전시물은 그날의 기억을 잊지 말라고 단단하게 일러준다.

 

▲ 국립진주박물관에 전시 중인 숫자로 보는 임진왜란 전시물

가로 10m, 세로 5m의 초대형 진열장, 약 400여 점의 문화재를 전시

2층은 좀 더 깊이 있게 7년 전쟁을 주제별로 나눠 소개했다.

 

▲ 국립진주박물관 임진왜란실 2층은 좀 더 깊이 있게 7년 전쟁을 주제별로 나눠 소개한다.

이 중에서도 두 논개 영정은 다시금 오래도록 걸음을 붙잡는다. 친일화가 이은호가 그린 미인도에 가까운 논개 영정과 다시 제작해 현재 의기사에 걸린 표준 영정을 비교하며 관람할 수 있다.

 

▲ 국립진주박물관 임진왜란실 2층에 전시 중인 친일화가 이은호가 그린 미인도에 가까운 논개 영정과 다시 제작해 현재 의기사에 걸린 표준 영정(사진 왼쪽)을 비교하며 관람할 수 있다.

전시공간을 모두 둘러보고 나오면 가로 10m, 세로 5m의 초대형 진열장이 전면에서 반기는 역사문화홀이 나온다.

 

▲ 국립진주박물관 가로 10m, 세로 5m의 초대형 진열장

 

초대형 진열장에는 신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도기바퀴장식뿔잔(보물 제637호), 청자매화대나무학무늬 매병(보물 제1168호) 등 약 400여 점의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다. 한쪽에는 각종 도서 등이 쉬는 동안 편안한 휴식을 도운다.

 

▲ 국립진주박물관 가로 10m, 세로 5m의 초대형 진열장에는 약 400여 점의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다.

관람 마친 우리는 새로운 미래까지 내다볼 사명감 부여받아

문화홀을 나와 3D 입체 영상을 관람하며 진주성 전투 의미를 되뇌었다. 바로 옆에 있는 뮤지엄샵에서 진주만의 특색을 담은 기념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통유리 너머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흔들 춤을 추는 휴게 공간은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만들어준다.

 

▲ 국립진주박물관 내 통유리 너머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흔들 춤을 추는 휴게 공간은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만들어준다.

 

국립진주박물관은 동북아국제전쟁의 흉터를 알기 쉽게 알려준다. 시간이 흐르면 그날의 기억을 점점 흐려진다. 박물관은 그날을 잊지 말라 알려주는 고마운 흔적이다. 관람을 마친 우리는 이제 미래까지 내다보고 지켜야 할 사명감을 부여받는다.

 

▲ 국립진주박물관은 관람을 마친 우리에게 이제 미래까지 내다보고 지켜야 할 사명감을 부여한다.

▣ 국립진주박물관 관람 안내

▶ 관람 시간

평일 : 오전 10시~오후 6시

토, 일, 공휴일 : 오전 10시~오후 7시

야간개장 : 매주 토요일(4월~10월, 오전 10시~ 오후 9시)

매월 마지막 수요일 직후 토요일 '문화가 있는 날' : 오전 10시 ~ 오후 9시

휴관일 : 매주 월요일, 매년 1월 1일, 설·추석 당일

▶ 관람료 : 무료 (국립진주박물관은 진주성 안에 있어 진주시민이 아닌 박물관 이용객은 진주성 입장요금이 필요하다. 진주성 입장료는 진주시민은 무료, 그 외 지역의 관람객 입장료는 아래와 같다.

성인(개인:2,000원 / 단체: 1,400원)

청소년, 군인(개인: 1,000원 / 단체: 600원)

초등학생(개인: 600원 / 단체 400원)

7세 미만 어린이, 65세 이상 어른, 장애인복지카드, 국가유공자증 소지자는 무료

 

▣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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