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생존을 위한 먹거리 확보 투쟁의 역사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 여기서 역사란 기록된 역사 즉 문자와 문명이 발명된 이후의 역사이다. 인류사의 대부분은 문자로 기록되지 않았다. 일부가 화석에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 화석으로 문자 이전 시대 인류의 몸과 생활을 짐작한다.

수백만 년의 인류역사에서 문자와 문명이 발명된 시기는 기껏해야 1만 년 전이다. 수렵채집에서 정착농업으로 전환된 이후의 일이다. 선사시대는 자연선택과 환경적응의 시대이다. 농업혁명 이후의 문명은 인간의 환경적응과 진화 양상을 바꾸어 놓았다. 일방적 환경결정에서 벗어나 환경과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시작한 것이다.

▲ 황규민 약사

먹거리 환경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선사시대나 역사시대나 근본적으로 인류의 역사는 생존을 위한 먹거리 확보 투쟁의 역사이다. 인류 먹거리 확보 방식은 수렵채집에서 정착농업으로 바뀌어 왔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시작하는 인류의 먹거리는 채식위주의 잡식식단이었고, 본격적인 사냥과 불을 사용하면서 육식위주의 잡식식단으로 바뀌어왔다. 그리고 농사가 시작되면서 곡물위주의 잡식식단으로 바뀌었다.

먹거리와 관련하여 인류는 두 가지 중요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잡식성이고 다른 하나는 불을 이용하여 요리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네 발 달린 건 책상다리 빼고 다 먹는다.”는 농담이 있다. 인간이 잡식 동물임을 잘 나타내는 말이다. 무엇이든 먹을 수 있다는 뜻이고 결국 어디에서든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인간은 지구 곳곳에 흩어져 살아간다.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잎만 먹는다. 그러므로 코알라는 유칼립투스가 자라는 한정된 지역에서만 살 수 있다. 인간은 불을 통제하고 이용하는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추위를 극복하여 어디서나 살아갈 수 있다. 불을 이용한 요리는 음식소화와 영양흡수를 향상시켜 인류의 몸과 두뇌를 바꾸어 놓았다. 두뇌가 바뀌었다는 것은 인지기능이 향상되고 언어가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불의 이용과 잡식성은 추위를 극복하게 하고, 무엇이든 먹을 수 있게 하고, 어디서든 살아갈 수 있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인지기능을 향상시키고 언어를 가능하게 했다. 이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하는데 결정적 무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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