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교통 최저시급 준수 비용 연 11~13억, 전세버스 임차 한 달 비용 23억”

삼성교통이 현재의 표준운송원가(57만 4천원)로는 최저시급을 보장받을 수 없다며 21일 새벽 5시부로 파업을 단행했다. 이들은 그간 진주시가 최저시급 보장을 약속했으니 약속에 따라 표준운송원가를 61만 5천원으로 올려달라고 주장한다. 최저시급을 지킬 수 있는 마지노선이 이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진주시는 진주시 표준운송원가제는 총량지원제라며 최저시급 보장은 각 업체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표준운송원가란 시내버스 1대의 하루 운행비를 산정한 것으로, 진주시는 운수업체가 이에 미달하는 수익을 거두면 그 차액을 보전해주고 있다

<단디뉴스>는 22일 진주시청 앞 광장에서 파업 중인 이현흠 공공운수노조 삼성교통지회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표준운송원가제가 도입되기 전인 2015년 12월 진주시가 펴낸 용역보고서에 ‘최저시급을 위반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했다. 또한 최근 진주시 표준운송원가제 적정성 검토를 위해 이루어진 용역에서 현재의 표준운송원가제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는 게 드러났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진주시가 기존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들에게 사죄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이 사태의 책임은 진주시에 있다고 강조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진주시라는 얘기다. 특히 그는 삼성교통이 요구하는 최저시급을 지키기 위해 진주시가 (삼성교통에만) 써야 할 예산은 연간 11억~13억에 불과한데, 파업이 한달 간 유지되면 전세버스 임차료로 23억여 원을 써야 한다며 그럼에도 왜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인터뷰 중인 이현흠 공공운수노조 삼성교통지회장

다음은 이현흠 공공운수노조 삼성교통지회장과의 일문일답

- 현재의 표준운송원가로는 최저시급도 받을 수 없다며 21일 새벽5시 파업을 단행했다. 삼성교통 노조의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시가 약속을 지키라는 거다. 작년 1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최저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표준운송원가를 올려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진주시는 공무원 월급 평균 인상율인 3%정도만 올려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작년 8월 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더니 진주시의회가 중재에 나섰다. 중재안 내용은 시가 용역평가를 해서 표준운송원가에 불합리한 부분이 나타나면 2018년도분까지 소급해주겠다는 거였다. 우리는 이걸 믿었다. 12월까지 용역을 마무리하기로 했는데, 12월28일 중간보고회가 열렸다. 용역업체는 작년도 전반기만 분석했을 때 삼성교통에 5억여원에 달하는 인건비 적자가 발생했다고 했다. 일년 기준으로 11억쯤 될 거다. 하지만 표준운송원가가 적정한 지 여부는 발표하지 않았다. 우리는 진주시가 약속한 대로 불합리한 부분(최저임금을 맞추니 적자 발생)이 있으니 2018년도 표준운송원가를 소급적용해달라 했다. 진주시는 근거가 없어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 표준운송원가 소급적용을 진주시가 거부했다는 얘기다. 지난 18일 표준운송원가 중간보고회가 다시 한 번 열렸지 않나?

“맞다. 이날 보고회 내용이 엉터리였다. 정말 모르는 건지.. 공신력을 가진 용역업체가 모를 리 없는데 최저임금 산입 범위, 그러니까 통상임금 기준을 잘못 책정했다. 통상임금 기준에는 기본급과 주휴수당이 들어가야 하는데, 각종수당(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등)을 넣었다. 그러니 최저시급이 지켜지는 걸로 나왔다. 우리가 제대로 계산해 산출했더니 최저시급 미만이었다. 노무사, 노동부 직원도 왔는데 진주시의 통상임금 산출 기준이 틀렸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이 부분을 계속 얘기하니 시가 그건 모르겠고 공무원 월급 평균 인상률인 3%만 반영하겠다고 했다. 나머지는 업체가 알아서 하라 했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표준운송원가는 최소한 근로기준법에 따른 최저임금을 보장할 수 있게 지급해야 하지 않냐고 했더니, 시는 총량원가제로 얼마를 주니 알아서 하라 했다. 법을 지켜야 될 시가 법을 어기라고 주장한 셈이다. 우리는 법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된 임금을 주려했다. 그러다보니 올해 1월 임금이 체불됐다. 근데 올해는 최저임금이 더 뛰었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보고 파업할 수밖에 없었다”

 

▲ 22일 파업이유를 설명하겠다며 진주시청사에 들어선 공공운수노조 삼성교통지회

- 아시겠지만, 2015년 진주시가 낸 용역보고서를 보면 총량원가제, 공무원 월급 평균 인상률 반영 등의 내용이 나와있다. 하지만 운수업체가 검토의견을 내 이러면 최저임금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고, 시는 이에 최저임금을 위반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이걸 보면 총량원가제이되, 최저임금은 보전해준다는 의미로 보인다. 용역보고서에 있는 내용 이외에도 혹시 진주시가 최저임금을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나?

“있다. 당시 용역보고서에 보면 임금기준을 삼성교통으로 맞춘다고 돼 있다. 4사가 표준운송원가를 지원받으니 임금이 비교적 높던 삼성교통에 맞추겠다고 한 거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을 맞춰주겠다고 했다. 또 류재수 의원이 진주시의회에서 최저시급과 관련한 질문을 한 적 있는데, 그때도 최저시급을 지켜주겠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우리는 다른 걸 요구하는 게 아니다. 진주시가 그렇게 약속했고, 나라에서 최저시급을 올렸으니 지키라는 거다”

- 최저임금을 보장받으려면 표준운송원가가 61만5천원쯤 돼야 된다고 하더라. 현재 57만4천 원이다. 표준운송원가가 저 수치만큼 오르면 예산이 꽤 많이 들 것 같은데?

“삼성교통만 보면 1년에 11억에서 13억 정도가 더 지원돼야 할 거다. 다른 업체는 삼성교통보다 시내버스 대수가 적다. 다 합치면 한 30억쯤 될 거다. 내가 알기로 우리가 파업을 하면서 진주시가 임차한 전세버스 1대당 1일 임차비용이 77만 원이다. 이걸 100대 빌렸다. 한 달로 계산하면 23억 원이 드는 셈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대로 최저시급을 보장하려면 (삼성교통만) 11억~13억 정도의 비용이 더 든다. 한 달간 전세버스를 임차할 비용의 절반만 주면 문제가 해소되는 거다. 그럼에도 진주시가 시민의 혈세를 이렇게 마음대로 써도 되는 걸까. 그 뿐만이 아니다. 공무원 2백여 명을 전세버스에 투입하고 있다. 노선 안내 등을 위해서다. 시민들에게 버스 사용료도 안 받는다. 이것까지 다 합치면, 엄청난 비용이다. 왜 이리 무리수를 두는 지 모르겠다”

- 진주시에 따르면 다른 4사들은 현재의 표준운송원가로도 최저임금을 잘 맞춰가며 운영하고 있다던데? 또 삼성교통만 임금을 18% 올렸다고 하던데...

“최저시급이 오르다보니 그걸 맞춘 거 뿐이다. 중간용역보고회 때 시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다른 업체들은 인건비가 모두 삭감됐다. 최저시급이 오르는 상황에서. 특히 A업체는 인건비가 불보듯 뻔히 낮은데도 임금을 남겼다. 수익을 거둔 거다 업체 측이. 수익이 누구 호주머니로 들어갔겠냐? 사주 아니겠나? 문제가 있다. 진주시가 이런 것도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 사실 다른 업체들도 표준운송원가가 다 적다고들 한다. 표준운송원가가 도입되기 전부터 수익금은 삼성이 제일 많았다. 그때부터 상대적인 임금도 높았다. 지금도 다른 업체에 비해 우리 임금이 높지만, 그건 최저시급을 맞추려다보니 그런 거다. 인상됐다는 임금도 기본급뿐이다”

- 진주시는 삼성교통 직원이 410만 원 정도 월급을 받는다고 한다. 이 정도 월급을 받으려면 하루 몇 시간을 일해야 하나?

“410만 원을 받으려면 한 달 35일 정도 일해야 한다. 35일을 일한다는 건 하루 9시간 곱하기 35일을 말한다. 한 달 310여시간이 넘는다. 시간으로 따진다면 엄청난 거 아니냐. 특히 하루 18시간 일하는 날도 한 달에 며칠이나 된다.”

 

▲ 공무원들과 멀찌감치 떨어져 파업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이현흠 지회장

- 지난해 추석쯤 천수교 쪽에서 사고가 난 걸로 안다. 노동시간과 관련이 있을까?

“우리도 사람이다. 공무원이든 다른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든 대체로 주5일을 일한다. 우리도 좀 쉬고 싶다. 그런데 월급이 너무 적다보니 기사들이 안 들어온다. 시내버스 뒤편에 승무원 모집 공고를 부쳐놔도 그렇다. 기사들이 적다보니 일을 오래 해야 하고, 시급이 적으니 먹고 살기 위해 일을 더 많이한다. 근데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그때 사고가 난 것도 오랜 근무시간 때문이었다. 이틀 연속으로 곱빼기(하루 18시간) 일을 했다. 정상적인 사람도 이 정도 일하면 멍해진다. 물론 그때 당시 사고 잘못은 우리에게 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모르는 이런 고충이 있었던 거다.”

- 삼성교통 외 다른 회사들은 파업에 나서지 않았다.

“다른 회사의 입장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부산/부일교통은 자기들 사장이 시장 큰 아버지다. 쉽게 파업하기 힘든 구조일 것 같다. 시민버스는 표준운송원가 도입 전부터 삼성교통보다 임금이 적었다. 자기들도 표준운송원가가 모자라지만, 내부사정으로 운영해가는 거라고 본다”

- 시민들 가운데는 파업이 시작되자 운수업체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우리도 시민이고, 대중교통업체 직원들로서 시민들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모셔야 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다. 정말 죄송하다. 하지만 열악한 우리의 상황을 시민들이 잘 모르는 상황에서 시가 가짜뉴스를 만들어 여론을 왜곡한다. 우리가 마치 월급을 많이 받다가 더 올리기 위해 파업을 하는 것처럼. 시민들이 우리 상황을 잘 모르니 비난하게 되는 거다. 시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무슨 일이 벌어지면 그 뒤에는 깊은 이유가 있다는 걸. 그걸 우리에게 직접 물어봐주시면 좋겠다. 언제든지 설명해드리겠다”

- 앞서 이야기한 요구안이 수용되면, 시내버스를 정상화할 생각인가.

“그렇다. 우리가 많은 걸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또 진주시는 그간 법적 문제가 없도록 최저시급을 맞춰주겠다고 해왔다. 우리도 빨리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조규일 시장이 교통과 직원 몇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거 아닌가 싶다. 현명한 사람은 한 쪽 말만 듣는 게 아니다. 여러 이야기를 듣고, 내용을 파악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사람이다. 마치 우리가 잘못한 양.. 이건 아니다. 조 시장은 그간 소통과 공감, 양질의 일자리를 강조해왔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우리가 양질의 일자리를 갖고 있나. 우리와 소통하고 있나. 혈세를 투입해 대응하기보다 우리와 이야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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