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먹거리 역사(1)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우리는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조상들의 몸과 마음의 특성을 DNA에 반영하고 있다. 맛도 그렇게 형성되었다. 맛은 음식물에서 느끼는 혀의 화학적 감각, 씹을 때의 느낌과 소리, 음식물의 온도와 색깔 등 모든 감각을 뇌가 종합하고 해석하여 판단하는 것으로 도파민 같은 신경정보 분자의 분비로 나타난다.

약 500만년 전 원숭이와 우리 조상들은 다른 진화의 길을 걷게 됐다. 우리 조상의 선두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있었다. 그 뒤를 이어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다.

▲ 황규민 약사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무엇을 먹었을까? 그리고 그들은 오늘 우리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그들은 불을 사용할줄 몰랐기에 음식을 익혀먹지 않았다. 당연히 요리할 줄도 몰랐다. 활과 창을 만들 수 없어 동물을 사냥할 수도 없었다.

학자들은 루시와 같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의 치아와 턱뼈의 특성을 종합하여 그들이 먹었던 음식들을 미루어 짐작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주로 야생 과일, 동물 사체, 열매, 식물뿌리, 벌레, 곤충 등을 먹었다. 상위 포식동물이 먹다 남긴 동물의 사체는 재수있는 날의 별식이었을 것이고 벌레 곤충이 이들의 주된 단백질 공급원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먹은 음식에 따라 치아와 턱과 얼굴모양이 결정되고 위와 장이 영향을 받아 체형이 결정되었을 것이다. 음식은 익히지 않았고 뿌리나 잎을 힘들게 씹어야 했기에 큰 어금니와 크고 튼튼한 턱을 가진 얼굴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요리하지 않고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었기에 장이 매우 크고 길었을 것이다. 그래서 허리는 굵은 모습이었고 키는 작고 팔은 나무타는 기능이 남아 있어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길었을 것이다.

'키틴' 성분 겉껍질을 가진 벌레나 곤충이 포함된 그들 음식이 우리 입맛에 영향을 주었는데, 씹을 때 나는 '바삭' 소리와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하는 것이 그것이다. 튀김요리를 생각해보면 된다. 그들이 벌레나 곤충을 먹을 때 적응된 소리와 선호하는 식감이 우리 입맛에 그대로 남아있다고 학자들은 해석한다.

영화 '설국열차' 꼬리칸에 탄 사람들의 식량 중에는 바퀴벌레로 만든 단백질 보충제 '프로테인바'가 나온다. 과거 조상들이 벌레나 곤충으로 단백질을 보충했고 설국열차에서 보여주듯 미래의 우리 후손들은 굼벵이나 바퀴벌레 같은 벌레나 곤충을 먹고 살아갈 것이다.

지금도 많은 지역, 부족, 문화권에서 벌레 곤충을 단백질 음식으로 먹는다. 생존이란 주변 환경에서 구할수 있는 식재료에 의존하는것이다.

사실 먼 미래까지 갈 필요도 없다. 우리도 번데기 볶음을 먹어왔고 지금도 다양한 번데기 요리를 먹고있다. 그리고 번데기는 통조림으로 다양하게 상품화 되어있다. 벌레 곤충 식품은 이미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거부감만 해결된다면 바로 대중화될 수 있도록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이다. 인간이란 그렇게 고상한 동물이 아니다. 일주일만 굶으면 굼벵이 아니라 더한 것도 먹을 것이다.

우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먼 후손 호모 사피엔스이다. 새우깡 같은 과자나 치킨, 포테이토칩, 새우튀김의 바삭한 식감과 '바삭' 소리를 좋아하는 것은 몇 백만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먹었던 벌레나 곤충의 바삭한 식감과 소리에 대한 선호가 우리 유전자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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