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식 교수, "늦기 전에 지역어 부흥 정책 펴야"

"진주 지역어가 급격하게 소멸해 가고 있다”

진주 지역 시민 302명을 대상으로 서면조사한 결과 진주의 대표적 지역어가 소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진주의 대표적 지역어인 ‘에나’의 경우 초등학생은 80% 이상, 중학생은 60% 이상이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용식 교수(국어문화원장)가 발표한 ‘지역어 기초 조사 및 보존 방법’에 따른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박용식 교수는 지역의 대표적인 언어 표현과 어휘에 대한 사용 양상을 계층별로 조사했다. 그 결과 대표 지역어인 ‘단디’의 경우 전 연령층에서 40% 이상이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연히’를 뜻하는 지역어 ‘배끼’와 ‘겨우, 빠듯이’를 뜻하는 ‘보도시'는 초중고학생들이 거의 안 쓰거나 쓰더라도 10% 미만, 대학생과 성인 가운데서는 20%미만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진주 지역어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또한 ‘어디 가노?’, ‘(많이) 무웄나?’도 상대적으로 낮은 사용 비율을 보였으며, 지역민들은 이같은 표현 대신 ‘어디 가?, (많이) 먹었어?’ 를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어인 ‘어디 가노?, (많이) 무웄나?’는 고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양상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 박용식 교수는 “우리 지역 학생들이 같은 동네에서 컸던 자기 또래들과 지낼 때는 거리낌 없이 (지역어를) 사용하다가 사회에서 다른 지역어를 쓰는 사람을 만나면 자기가 써 오던 말을 스스로 부정, 표준어에 가까운 어휘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지역에서 나서 우리 지역의 학교를 다니고 또 성장해서 다른 지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우리의 지역어가 ‘선물’이 될 것인지 ‘장애’가 될 것인지는 우리 지역민들이 우리 문화에 얼마나 자긍심을 가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후속 세대들이 지역을 외면하면 지역의 미래는 없으며, 지역의 학생들이 지역어 사용을 부끄러워한다면 그것은 교육과 행정의 실패다. 진주도 늦기 전에 ‘지역어 부흥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용식 교수는 지난해 11월 ‘2018년 국립대학 육성사업 지역 네트워크 사업-인문사회 분야 소셜랩’ 사업에 선정돼 ‘지역어 기초 조사 및 보존 방법 협의’를 진행하면서 이 같은 연구를 진행해왔다. 18일 오후 4시에는 진주시의회 기획문화위원회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진주참여연대 조창래 상임대표, 진주문화연구소 남성진 소장, 진주시의회 허정림 기획문화위원장 등도 각각 ‘지역어 보존 방안, 지역어 보전의 한 사례(김수악 선생의 구술 녹음)’,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역어 관련 사업’ 등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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