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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신의 단디시론] 썬학장

기사승인 2019.03.21  12: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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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시방 나쁜 놈들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윤지오씨가 ‘사건’ 속 사내들 중 유일하게 기소된 전직 조선일보 기자의 재판 증언을 마치고 나와 질문 공세에 답하다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슴벅 아린다. 스무 살 어린 나이에 얽혀든 뜻밖의 사건으로 10년 세월 갖은 고초를 겪은 그녀의 설움이 읽힌다. 사건 현장의 유일한 증언자로 나섰으나 믿어주고 도와주기는커녕 세상으로부터는 눈 흘김 당하고 가해자들로부터는 위협당하는 끔찍한 세월을 용케 잘 견뎠다. 작년 ‘미투’를 이끈 서지현 검사가 공동체 내부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듯이 윤지오씨의 용기 있는 행동 또한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세상의 진보를 이끈 대단한 사람들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 홍창신 칼럼니스트

뻣뻣한 태도로 ‘연장 불가’를 언명하던 검찰의 과거사위원회가 장자연, 김학의, 용산참사 사건의 조사 기간을 두 달 더 늘여주기로 했다는 뉴스를 본다. 피해당사자가 눈이 시퍼렇게 살아있고 목격자의 불이익을 무릅쓴 증언이 있음에도 눙치고 넘기려는 작정이었던가. 장자연 씨의 억울한 죽음을 다시 수사하기를 간청하며 아울러 불안에 떨고 있는 목격자이자 증언자인 윤지오씨를 보호해달라는 국민청원이 도합 백만에 달했다. 이웃 나라를 돌다 온 대통령이 직접 이 사안을 언급하니 그제야 움직이는 관계 기관들의 모습이 참으로 놀랍다.

대통령을 둘씩이나 잡아넣고 국정원장에 대법원장 벼슬을 지낸 이도 감옥에 보냈지만 우리는 아직도 막강 권력의 발치께에 멀뚱히 선 무력한 국외자가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그러므로 지금 문제가 되는 ‘버닝썬’이나 김학의, 장자연 사건의 중대함은 그 사안이 갖는 개별적 범죄행위의 문제보다 아예 사건 자체를 없는 것으로 묻어버리려는 시도를 똑바로 주시함에 있다. 연루된 경찰, 검찰, 거대 언론기업은 그간 자신들의 힘이 얼마나 엄청난지를 시위했다. 그 사악한 힘은 애꿎은 시민의 억울함이 법적 구제를 받을 공소권의 시효가 넘도록 입을 막고 흔적을 묻어버릴 만큼 막강했다. 그 권력은 무리 지어 똬리를 틀고 앉아 기왕에 구축한 기득권을 건드리는 그 뉘건 단박에 물어뜯을 태세로 한국 사회를 압도해 왔다.

이 구조화된 권력기관의 탈법적 비행을 다스리지 못하고 무슨 촛불 정부의 자격을 운위하겠는가. 정부가 검경 수사권의 이원화와 ‘공직자 비리수사처’의 신설로 상호견제의 틀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당연하다. 저항이 만만찮을 것이나 돌파해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겨우 대통령 하나만 바뀐 것일 뿐”인 이 정부가 상대하기에 역부족인 대상이 또 하나의 거대권력인 ‘언론기업’임을 우리는 안다. 장자연 씨의 억울한 죽음에 조선일보 사주 부자와 아재비가 함께 연루되었다는 소문은 처음부터 파다했지만 제대로 된 수사한번 없이 오늘까지 왔다. 이 땅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에 참섭해 판관 노릇 마다치 않고 벼슬의 고하를 막론하고 발뒤축을 구르며 꾸짖는 준엄한 조선일보의 기자정신이 사주 일가에는 전혀 미치지 않는 셈이다. 박정희로부터 ‘밤의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였던 조선 사주의 위세는 대물림되어 현존하는 막강권세다. 얼마나 대단한지는 한강에 뛰어들어 자살한 이미란 씨의 형부 김영수 씨가 아침방송에 출연해 실감 나게 들려준다. 이미란이 누군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동생이며 조선일보 주식 서열 5위의 대주주이며 코리아나호텔의 사장인 방용훈의 부인이다. 그이가 자식들로부터 감금당해 쇠붙이에 찔리고 둔기로 맞는 끔찍한 학대를 받던 끝에 한강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원통한 친정 식구들이 법에 호소하려 했으나 소송의뢰를 받은 한다하는 로펌의 변호사들이 모두 손사래를 치며 ‘의뢰를 타진했다’는 말조차 말아달라 당부하더란다. ‘조선일보’란 그들에게도 두려움 그 자체란 고백이다. 놀라운 패밀리다. 작년 내내 치도곤으로 두들겨 맞던 대한항공 모녀의 히스테리는 차라리 애교스럽다.

‘알쓸신잡’ 출연으로 유명해진 김상옥 교수가 ‘썬학장’이란 신조어를 내놓았다. A 사건을 B 사건으로 덮어 물타기 하지 못하도록 아예 사건 세 개(버닝썬+김학의+장자연)를 묶어 하나를 건드리면 세 개가 패키지로 따라다니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또 덮을까 저어하는 것이다. 거의 동시에 불거진 이 세 개의 사건이 어찌 전개될 것인지의 추이가 공동체의 건강상태를 가르는 방향추가 될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진행을 부추기는 자와 발목을 잡는 자의 구분이 확연해진다. 다시 연장들 챙겨 나서야할 시간이다. 조국은 시방 나쁜 놈들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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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신 칼럼니스트 ggigdager@gmail.com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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