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먹거리 역사(5) 호모 에렉투스 Homo erectus 3

호모 에렉투스는 불을 사용한 최초의 인류였다. 불은 사냥의 효율성을 높이고 추위를 쫓아주고 맹수를 물리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서 아프리카 너머까지 생활 무대를 넓힐 수 있었다. 호모 에렉투스의 후손들은 3개 지역으로 옮겨갔는데 유럽과 지중해 지역으로 간 호모 에렉투스는 네안데르탈인으로, 동아시아로 간 호모 에렉투스는 자바인, 베이징인으로 진화하고 정착했다. 그리고 아프리카 동남부에 정착한 호모 에렉투스는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하였다.

▲ 황규민 약사

불은 사냥한 고기를 요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사냥을 통하여 영양가 높은 육식이 먹거리의 중심이 되었으며, 불을 이용하여 굽고 요리하였으므로 소화흡수력이 높아졌다. 육식위주의 식재료는 채식위주 식재료보다 지방 단백질 등 칼로리와 영양 면에서 뛰어났다. 불은 씹기와 소화의 부담을 줄여주고 흡수효율을 높여 치아와 턱의 크기, 얼굴 모양에 영향을 주었다. 장에 대한 부담을 줄여 허리를 날씬하게 했고, 여분의 칼로리와 영양으로 뇌 성장을 촉진시켰다. 이것은 다시 지능과 언어 능력을 향상시켰다.

불로 고기를 굽게 되면 당과 아미노산 또는 단백질이 결합하는 갈색화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것을 마이야르 반응이라 한다.

이 반응은 구운 고기가 바삭해지고, 노릇노릇해지고, 특유의 풍미를 발산하게 하며, 감칠맛을 내게 해 아주 기초적이고 원초적인 요리음식을 탄생시킨다.

불로 고운 고기의 이 맛은 이후 인류의 입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으며 요리된 음식 맛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어 왔다. 이것은 촉각 시각 후각 미각 모두를 아우르는 맛이다. 이 맛은 호모 에렉투스에서 현재의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가장 강력하고 매력적인 맛이다.

바삭한 촉감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곤충음식과 호모 사피엔스의 튀김요리에 연결되고, 노릇노릇한 색감과 특유의 후각적 풍미는 신선한 빵맛으로 연결되며, 감칠맛의 미각은 육수와 조미료 MSG로 연결된다.

오늘날 식당에서 뭔가를 사먹을 때면 몇 십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입맛에 맞게 메뉴를 선택한다.

호모 에렉투스 조상들은 사냥한 고기를 집터로 가져와 여럿이 둘러 앉아 불로 구워 먹으면서 그날의 사냥 이야기를 했고 어느 곳에 가면 사냥감이 많은지를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는 어디에 가면 무슨 과일과 무슨 열매가 많은지 아들딸들에게 전해주며 내일 함께 가자고 했을 것이다. 잠시 후 고기를 익혀주던 불은 추위와 맹수를 쫓아주는 모닥불로 바뀌었을 것이고 호모 에렉투스 가족은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잠들었을 것이다.

오늘 우리는 야외 집터 대신 캠핑장에서, 모닥불 대신 바베큐 그릴로 고기를 구워먹으며 자녀들의 입시 이야기를 하고, 북미회담과 비핵화를 이야기하고, '미스터 션샤인'이나 'SKY 캐슬' 같은 드라마 이야기를 한다. 호모 에렉투스가 봤던 그 별들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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