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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민의 먹고싸는 얘기] 먹는 것이 바뀌니 몸도 바뀌고...

기사승인 2019.05.15  16: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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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먹거리 역사 7 -호모 사피엔스(2)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에너지를 얻기 위해, 대사에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을 얻기 위해. 그리고 세포를 구성하는 지방이나 단백질을 얻기 위해. 그래서 모든 동물은 살기 위해 먹는다.

그러나 인간은 약간 예외적인 듯 보인다. 먹기 위해 사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배가 터질 때까지 먹고, 소문난 맛집이라면 멀리까지 찾아가서 먹고,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렸다 먹는다.

맛과 향을 위해 열을 가하고 조미료나 향신료를 뿌리기도 한다. 맛있게 먹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시간과 돈과 정성을 다한다. 호랑이나 사자가 사슴을 잡아 바베큐 요리를 하거나 향신료를 뿌려 맛을 즐기면서 먹는다는 이야기를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곰발바닥이나 간 안심 등심 등 특수 부위를 골라 미묘한 맛을 즐기는 것 또한 인간만이 하는 독특한 섭식행동이다. 맛을 위해, 미묘한 즐거움을 위해, 쾌락을 위해, 과시를 위해 먹는 것이다.

▲ 황규민 약사

호모 사피엔스도 농사를 하기 전 수렵채집의 시기에는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불을 이용해 사냥감을 익혀 먹는 초보적인 요리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생존을 위해 소화흡수율을 높이고 더 많은 칼로리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농사 그리고 목축을 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사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최근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기 위해 먹어왔다. 하지만 풍요의 시대, 칼로리 과잉의 시대인 현대에 와서는 먹기 위해 사는 신인류가 탄생한 듯하다. 맛과 즐거움, 쾌락을 위해 먹는 것이다. 물론 먹고 살만하니 그런 것이다.

이러한 신인류의 탄생은 결국 농업혁명의 결과이다. 농사는 식물의 광합성을 계획 통제해 생산과 수확의 예측 가능성과 효율성을 높인 인류의 새로운 먹거리 획득 방식이다. 수렵채집에서 정착농업으로의 먹거리 획득방식의 전환은 먹거리 다양성을 급격히 감소시켰다.

식단이 육식과 채식위주의 잡식에서 곡식(탄수화물)위주의 잡식으로 바뀌었다. 먹거리가 바뀌니 정착농업으로의 전환은 사회조직 뿐만 아니라 인간의 몸도 변화시켰다. 곡류를 중심으로 한 식재료의 재편은 칼로리 확보는 가능하게 했지만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s) 같은 영양성분의 부족이나 결핍으로 나타났다.

영양성분의 부족과 결핍은 표면상으로는 체격의 왜소화로 나타났다. 농사 이전에는 180cm 정도의 체격이었지만 농사 이후에는 160cm 정도로 줄어들었다. 서구인들조차 평균 신장이 늘어난 것은 산업혁명 이후 최근의 일이다.

선사시대의 식단을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선사시대 먹거리에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담당한 칼로리 비율은 대략 비슷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식단에서 탄수화물이 담당하는 칼로리 비율은 거의 70%에 이른다. 밥, 빵, 라면, 국수, 짜장면, 설탕 등을 생각하면 감각적으로 이해가 되는 수치이다. 그 70%도 정제탄수화물이 대부분이다.

주식이 이렇게 바뀌자 인류의 몸에 생화학적, 생리학적 변화가 나타나고 건강상태와 질병양상에 변화가 나타났다. 정제탄수화물에 의한 과도한 인슈린 분비와 과식에 의한 칼로리 과잉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다낭성난소 증후군(비만에 의한 불임) 등 다양한 대사성 질환으로 나타나고 있다.

항상 칼로리가 모자라서, 살기위해 허덕이던 시대에 만들어진 우리 몸은 이제 맛과 즐거움, 쾌락을 위해 먹는 풍요의 시대, 칼로리와 음식이 흘러넘치는 과잉의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음식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우리 몸은 적응의 간극이 메꾸어질 때까지 오랫동안 비만 당뇨 고지혈증 같은 대사성 질환에 시달리거나 약에 의존해야 할 것이다.

황규민 약사 pharmtop@hanmail.net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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