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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민의 먹고싸는 얘기] '불맛'이라는 것에 대하여

기사승인 2019.07.12  12: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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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물려받은 생물학적 특성과 현재 환경의 불일치다.

골뱅이무침은 오이 당근 양파 삶은 오징어 등을 양념과 버무려 내오는 음식이다. 물론 골뱅이가 당연히 들어가고 소면이 얹혀 나온다. 골뱅이는 요즘 캔 형태로 준비된 것을 사용한다. 얼마 전 평거동 주점 장터목, 경상대 비정규교수 파업 지지방문 다녀온 진주같이 회원들 뒤풀이에 참석했다. 골뱅이 무침과 부침개 등 안주와 소주 맥주가 들어왔다.

소주파 맥주파 쏘맥파 맹물파로 나뉘어 건배를 하고 골뱅이무침과 부침개를 먹는데 한 후배가 얼굴을 찌푸리며 음식이 이상하다고 했다. 나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다른 후배가 감별사로 나섰다.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요즘 골뱅이 통조림에는 간혹 불맛 소스를 첨가하는데 지금 골뱅이 무침에 불맛이 난다고 정리해주었다.

▲ 황규민 약사

그런데 불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후배는 무엇이며, 불맛이 나는지 안 나는지 구분도 못하고 먹기만한 나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불맛이란 불로 요리하는 인간이기에 느낄 수 있는 맛이며, 요리 중 발생한 특정 화학물질에 대한 호불호이다. 단맛, 짠맛처럼 혀의 미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고 코의 후각으로 느끼는 향미 또는 풍미이다.

불맛 하면 중국음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요리는 기름을 두르고 웍과 고온의 화력을 이용해 순간적 불꽃으로 만들어내는 불맛 요리이다. 고기를 구울 때, 참나무 장작으로 구우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기가 더 맛있다고 느낀다. 참나무 향이 고기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참나무 성분인 리그닌이 열분해되면서 생기는 향이 불맛의 성분 중 하나라고 한다. 여기에 고기 단백질과 당의 화학반응에 의한 향미까지 더해져 불맛이 된다. 불맛이란 하나의 향이나 성분으로 정의하기 힘들고 각자의 선호도도 다르기 때문에 굉장히 주관적이다.

호모 에렉투스 시기부터 인간은 불을 이용했고 불을 이용하면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요리하는 동물이 되었다. 요리란 물리적 화학적 변형을 가하여 먹기 전에 미리 소화를 진행시키거나 소화하기 쉽게 만드는 작업이다. 불을 이용하여 요리를 함으로써 인간은 진화의 페달을 더 힘차게 밟을 수 있게 되었다.

창자의 길이가 달라졌고 두뇌 용량이 커졌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요리에 대한 적응을 넘어서 요리에 대한 요구로 나타났다. 요리에 대한 적응은 불맛에 대한 적응이고 이것은 다시 불맛에 대한 선호로 나아갔다. 그것이 오늘 날 까지 이어졌다. 미각과 향은 지역, 문화, 개인적 경험, 개인의 생물학적 특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미각과 향에 대한 호불호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미각과 향은 개인의 건강을 고려해주지 않는다. 단맛에 대한 선호가 조상들의 생존에 이롭게 작용했지만 오늘날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듯, 불맛에 대한 선호 역시 오늘날 우리의 건강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듯하다. 최근 연구 결과는 탄 음식과 훈제향 속에 발암 물질이 생성된다고 보고한다. 담배 연기를 생객해보면 감각적으로 쉽게 와닿을 것이다.

아주 먼 옛날에는 50세를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어 문제되지 않았지만, 100세 시대인 오늘날에는 마냥 불맛을 즐기기에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간혹 먹는 별미야 어쩔 수 없겠지만 특히 암 발병의 가족력이 있거나 암 투병중인 경우에는 적극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실 열을 가하는 요리 중 맛을 떠나 건강 측면에서 가장 안 좋은 요리가 바베큐나 훈제 요리이고 가장 무난한 요리가 수육이나 찜 요리일 것이다. 찜을 할 때는 섭씨 100도를 넘지 않지만 구울 때는 섭씨 200도를 넘을 수도 있다. 섭씨100도 이하에서는 새로운 화학물질들이 거의 만들어지지 않지만 섭씨200도 이상 올라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달걀 단백질, 콜라겐, 근육의 미오글로빈 등은 섭씨 60~70도 정도면 충분히 풀어지고 변성되어 부드럽고 먹기 좋게, 소화도 잘되게 익는다. 찜 요리가 이런 것이다.

하지만 바삭바삭하고 향미가 나기위해서는 훨씬 높은 온도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그것은 우리 몸에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는 새로운 화학물질이 생성되어 불맛을 낸다는 뜻이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우면서 좋은 향이 나게 굽는 것이 맛있게 굽는 방법인데 참으로 난감한 현실인 것이다.

입과 코가 좋아하는 것과 몸이 원하는 것이 다른 것이다. 결국 우리는 입과 코의 쾌락적 요구와 위와 장과 몸이 원하는 바의 절충과 타협 속에서 살아간다. 이것이 문제다. 입맛의 배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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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민 약사 pharmtop@hanmail.net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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