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을 생각하며 이런 시원시원한 음악을.."

▲ 안토닌 드보르작 '신세계에서'

고등학교 음악시간, 선생님께서는 매 시간마다 수업 마치기 전 유명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곤 하셨다. 아마 그때 들었던 음악들의 기억이 나를 클래식 음악 마니아로 만들었지 않았나 싶다.

고 2 아니면 고 3 때였을 것이다. 선생님은 그 날도 어김없이 테이프를 가져 오셨다. 잠깐 전주가 흐르고 우렁찬 팡파레가 흘러 나왔다. 흔히 응원가로도 쓰이고 그 전주 부분은 영화 죠스를 연상시키는 음악, 알만할 것이다.

짐작한 대로 체코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작의 "신세계에서"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드보르작인데 그의 교향곡 제 9번 "신세계"는 꽤나 많은 종류의 음반을 듣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수업시간에 들었던 연주는 가장 구하기 쉬웠던 노란 딱지의 카라얀과 베를린필의 연주였지 싶다.

물론 명연주다. 하지만 난 이 연주 음반은 LP나 CD로 없다. 처음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듣던 때 테이프로만 듣다가 그 이후엔 사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다른 연주자들의 훌륭한 음반이 너무 많아 굳이 다시 사지는 않고 있다.

"신세계"는 드보르작이 고향을 잠깐 떠나 뉴욕의 음악원장으로 있던 시기 작곡한 3대 걸작 중 하나다. 우선 3곡을 얘기하자면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는 첼로 협주곡이 있고 현악 4중주 "아메리칸"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 교향곡 제9번이다.

드보르작이 아메리카 대륙에 가지 않았다면 이런 곡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곡이 흑인과 인디언 음악의 선율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초연 이후 드보르작은 " 미국에서 받은 인상과 미국에서 보내는 인사" 라는 말로 자신의 의도를 밝혔다 한다. (참고문헌:교향곡, 최은규, 마티출판사, 411쪽)

아, 그리고 2악장의 주 선율을 따서 Going Home이란 노래로 불리는 건 너무 유명해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이 교향곡의 명반들을 선택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워낙 좋은 연주들이 많고 지금도 생산되고 있으니 이 곡에 대한 열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내가 이곡의 최고 명연이라 생각하는 음반은 드보르작을 재미난 캐리커처로 묘사한 재킷의 음반이다. 이 연주를 말로만 오랫동안 들어오다 1995년 드디어 이 음반을 구했는데 창원대학교 앞의 작은 레코드 점에서였다.

영국 DECCA(LONDON)에서 나온 음반이고 미국에서 염가 반(약 10000원 내외 가격)으로 나왔었다. 수많은 명반들의 틈에서 이 연주의 출중함은 단연 돋보인다고나 할까? 지휘자 이스트반 케르테스가 비엔나 필과 이 한 곡의 드보르작 교향곡만 남긴 것은 참 아쉽다. 그의 단짝이었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는 드보르작 교향곡 전집을 내놓았으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최근 케르테스의 비엔나 전집이 한정판으로 나왔는데 20여 장의 음반을 한 데 묶었다. 지금은 거의 품절 상태라 전집을 사려면 서둘러야겠지만 이 연주 외에도 좋은 연주는 많이 있으니 전집이 부담스럽다면 다른 지휘자의 낱장을 사는 것도 좋다.

다른 지휘자들을 추천해 본다면 체코 출신의 라파엘 쿠벨릭이 베를린 필을 지휘한 DG의 음반, 조지 셀이 클리블렌드오케스트라를 지휘한 CBS SONY 음반,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케르테스가 런던 심포니를 지휘한 DECCA 음반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체코 필하모닉의 연주들(지휘 : 바츨라프 노이만, 카렐 안체를, 이르지 벨로흘라벡 등등)을 들어보면 좋겠다.

체코 필과의 연주들은 거의 한결같이 소박한 연주들이라 아주 정감이 간다. 이 곡의 명연들을 살펴보면 드보르작과 동향인 체코 지휘자들을 논외로 하면 의외로 헝가리 출신 지휘자들의 명연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 또한 재밌는 현상이다.

이스트반 케르테스, 조지 셀 이외도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의 세련된 연주도 좋다.

이제 가을이다. 가을엔 첼로라 하지만 높고 파란 하늘을 생각하며 이런 시원시원한 음악 그리고 제 2악장의 애수어린 곡도 한 번 들어봄직하다. 난, 오늘도 아침에 출근해 이 음반을 틀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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