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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천만 촛불의 나라

기사승인 2019.09.30  10: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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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가를 전선

다른 주제를 고르고 싶었지만, 조국 법무부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와 검찰개혁 주제를 모르는 듯 그냥 넘기기가 힘들어 한마디 보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윤석열과 검찰이 조국 가족에 대한 수사를 멈춤 없이 끝까지 잘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아마도 그것은 누가 걱정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리라 본다. 그리고 수사 결과 조국이 알았든 몰랐든 상관없이, 정경심이 사모펀드를 운용한 실질적인 주인이고, 국가 정책 사업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관련 회사에 투자해 수익을 올린 혐의가 입증된다면 조국은 법무부 장관직 사임은 물론 처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 그리고 조국 딸의 고려대 입학과 의학전문대학원 편입 과정에서 실정법을 위반한 점이 밝혀진다면, 조국 또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꾸로 검찰이 제기한 수많은 의혹들과 수사, 수많은 기관과 법무부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핵심적인 이 두가지 사안에 대해 물증을 내놓지 못하고, 혐의점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윤석열 총장이 사표를 내야 할 것이다.

▲ 서성룡 편집장

두 달 넘게 대한민국을 벌집 쑤신 듯 왕왕거리게 하고 있는 이른바 조국-윤석열 사태는 논리적으로 봤을 때 그리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염두해 집권당과 자유한국당이 벌이는 정치적인 손익 계산, 검찰 개혁이라는 이슈와 그에 관한 반발이라는 프레임, 집권 하반기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하락과 위기감 등이 겹치면서 이 문제는 훨씬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게다가 28일 ‘검찰개혁과 조국 사수’를 외치며 수십만 명이 서초동에서 벌인 촛불집회는 복잡하게 얽혀가던 전선을 ‘윤석열이냐 조국이냐’라는 단 두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둘 중 어느 한 쪽으로 분류되는 것조차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은 먹고 사는 일에 지치거나 외면당해 어느 쪽이든 편입될래야 될 수도 없는 처지다. 

삼성과 같은 재벌이나 공안검사 출신인 김학의 법무차관 수사에서 보였던 검찰의 의도적인 무능과 불기소 횡포, 아무 죄 없는 사람을 수사상 편의나 정권의 필요에 따라 죄인으로 만들거나 간첩으로 만들어 처벌하고, 조작이 밝혀진 후에도 반성은 커녕 사과 한마디 없는 이 나라 검찰이 나는 실질적인 ‘악의 축’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좌우 이념에 관계없이 우리사회의 공동 ‘이너써클’을 형성해 자식에게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 정보들을 동원하고 있는 이른바 ‘기득권의 중심에 진입한 86세대’들의 민낯도 혐오스럽게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검찰권력의 오만함을 부추길 윤석열의 승리도 불편하고, 공적인 권력을 개인 치부와 상속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조국과 그 가족의 혐의가 이대로 묻히는 것도 두렵다.

어느 누구처럼 이날의 촛불집회를 파시즘의 전조나 이성이 마비된 위험천만한 일로 치부하고 싶지는 않다. 그 보다는 훨씬 더 깊은 내상과 트라우마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집단적인 트라우마다. 정치화된 검찰권력과 ‘기레기’라고 불리는 언론권력이 노무현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믿음은 그를 ‘불의’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작용했다가 노정권을 비판한 모든 세력을 단죄해야 한다는 ‘분노’로 반작용한다. 문재인 정부가 무역보복에 나선 일본을 향해 ‘다시는 지지않겠다’고 선언했는데, 그 대상은 일본을 너머 이른바 ‘토착왜구’로 지칭된 자유한국당과 그 지지세력으로 확산되고, 이제는 문재인과 그의 적자인 조국을 비판하는 모든 세력에게로 향한다.

그러니 이제 조국 장관과 그 가족 또한 일반인들과 똑같은 잣대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자녀 입시 과정의 편법 수단들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모두 토착왜구와 같은 편이 되고, 처단해야 할 ‘친일파’가 되는 것이다.

다른 한편, 정보에 대한 독점으로 권력과 자본을 비호해왔던 언론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점도 이번 사태를 양극단으로 몰고가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언론의 어떤 기사나 팩트체크 마저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모든 언론 기사는 모종의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의심한다. 오로지 자신이 구축한 SNS와 자신의 입맛에 맞는 팟캐스트라는 동굴만이 실체적인 진실을 전달한다고 믿는다. 그러니 조국과 윤석열로 양분된 전선은 더욱 극단으로 치닫는다. 

그런데 과연 이 싸움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양극단의 믿음대로 윤석열이 이기면 문재인 정부는 실패하게 되고, 조국이 이기면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게 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가 이기거나 지더라도 그것이 곧 현 정권의 성패를 가르는 일은 못된다. 사실 누가 이기고 진다는 개념 자체가 말이 안된다. 검찰 개혁 과제와 고위 공직자 비위 청산 문제가 둘 중 어느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대립관계에 놓일 이유는 없다. 

문재인 정부의 성패는 조국-윤석열 전선에 있지 않다. 그러한 전선이 있다면, 이재용과 김용희의 전선일 것이다. 도로공사 이강래 사장과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전선, 한반도 평화와 대립이라는 전선, 부동산 재벌과 서민주택 안정이라는 전선들 위에 있다. 그리고 기회의 균등이나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 중 어느 하나라도 누려본 적 없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절망 대신 희망을 품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재인 정권의 성패를 판가름 할 것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사회 소득수준 상위 20%(5분위)의 수입은 하위 20%(1분위)의 12배에 달했다고 한다. 우리사회 양극화는 이미 차별을 넘어 ‘분리’ 수준에 이르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에 약속했던 재벌개혁의 고삐를 다시 당겨야 한다. 하청업체나 가맹점, 대리점에 대한 갑질을 규제하고, 보유세를 도입해야 한다. 불로소득을 양산하는 비거주 부동산 소유를 제한하고, 아파트 원가 공개도 시행해야 한다. 사학비리의 근원인 사학제도도 손을 대야 한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천만 촛불에 제대로 화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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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룡 편집장 dandinews@daum.net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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