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률 조작 드러나 환급 받은 에르가 계약자들이 말하는 단디뉴스

▲ 보증공사가 지난달 18일 사천 에르가 2차 아파트를 분양 보증사고 현장으로 결정했다.

“시행사가 (공정률이 조작된)서류를 만들어 왔고, 감리단은 도장만 찍었습니다. 우리도 가정이 있는지라...” 아파트 공정률 조작사건이 가장 큰 화두였던 사천 에르가 사태의 배경이야기다.

사천 에르가 사태는 아파트 분양 보증사고 처리를 막기 위해 시행사와 감리단이 공모해 아파트 공정률을 조작했지만, 이러한 사실이 결국 밝혀져 계약자들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준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이번 사건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컸다. 아파트 건설사와 시행사는 부도처리 됐고, 1295세대 규모의 아파트는 공사가 중단된 채 현재 터만 남아있다. 내집 마련의 꿈을 가졌던 계약자들도 시행사와 소송 등에 휘말리며, 이들이 입게 된 정신적·금전적 피해가 적지 않다.

 

▲ 전) 사천 에르가 2차 아파트 입주민 협의회 임원들.

<단디뉴스>는 두 번째 후원독자 인터뷰로 에르가 아파트 입주민 협의회 임원들을 만나봤다. 입주민 협의회는 현재 해체됐지만, 이번 사태가 남긴 과제를 들여다보고, 지역민들이 원하는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다음은 그들과의 일문일답.

 

- 단디뉴스에 제보를 하게 된 계기는?

▲ 정해준(에르가 협의회 임원)씨.

지난해 여름 건설사의 갑작스런 부도로 에르가 2차 아파트 공사가 중단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분한 논의 과정이 필요했지만, 시행사는 오히려 힘없는 계약자들을 기만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 때문에 계약자들은 아파트 가격 하락, 부실시공 우려 등으로 환급이행 결정으로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충을 겪었다.

당시 부실시공 논란으로 진주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경파미르 기사를 접하게 되면서 에르가의 미래를 보는 듯했다. 내집 마련의 꿈이 어둠으로 물드는 순간이었다. 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언론사가 필요했지만,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곳이 없었다. 결국 대경파미르 사건을 가장 심층적으로 보도했던 단디뉴스에 제보하게 됐고, 단디뉴스는 우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줬다.

- 이번 사건에서 단디뉴스는 어떤 역할을 했나?

단디뉴스 하면 ‘시장의 막말과 기자의 침묵’이라는 과거의 기사가 떠오른다. 이는 어떤 외압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고,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독립언론의 이미지를 의미한다.

소위 메이저라 불리는 언론사 여러 곳에도 이사건을 수차례 제보했지만, 끝내 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다. 이들 언론사는 단디뉴스에서 아파트 공정률 조작과 보증사고 결정에 대한 기사가 나가고 나서야 비로소 취재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지역 언론사의 기능이 유명무실화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단디뉴스는 독립언론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고 생각된다. 건설사 부도부터 보증사고 결정에 따른 환급이행까지 이번 사안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뤘으며, 공정률조작에 대한 의혹과 책임소재에 대해서도 심층적으로 다뤘다. 또한 이해당사자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공정성과 취재 윤리를 지켰다고 판단된다.

 

- 입주민 협의회는 어떻게 결성됐나?

▲ 박주현(에르가 협의회 회장)씨.

시행사의 횡포에 대항하기 위해 계약자들이 힘을 모으는 과정에서다. 당시 시행사는 “시공사의 잘못으로 부도가 났다. 두산건설로 시공사를 대체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2·3군 업체를 데려와서 돌관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계약자들을 협박했다. 이처럼 시행사가 입주지연에 따른 책임을 계약자들에게 전가함에 따라 서민 계약자들의 목소리를 결집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 입대위 회원 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시행사로부터 휘말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보증사고 결정이 임박한 시점인 추운겨울 날, 사천시청 앞에서 집회를 했었다. 사천시는 원칙대로 행정을 집행할 뿐이었고, 시장님과 면담도 거부당했다. 난생 처음 접하는 보증사고란 용어가 생소했고, 공정률조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도 정말 난감했다. 평일 낮이었고, 추운 날씨임에도 130여 명이 집결해 단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 사천 에르가 계약자 중 환불이행을 원하는 측이 지난 1월 17일 사천 시청 앞에서 계약 환불이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런 과정 속에 시행사와의 갈등으로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또한 일부 회원들은 투기꾼으로 오해받으며, 공사 진행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검찰청에 소환되기도 했다. 평범한 서민들에게 정말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평범한 아저씨, 아줌마들이 모인터라 운영적인 부분에서도 참 힘들었다. 특히 임원진들은 개인 생활을 포기해야할 정도였다. 

지금은 모든 것이 해결되어서 다행이다. 단디뉴스에서 이러한 내용을 심층적으로 보도해줘서 계약자들 모두가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이 때문에 입대위에서는 계약자들의 동의를 구해 단디뉴스에 감사패를 전달하고, 회비의 일부분을 후원하기도 했다.

 

- 에르가 사태를 겪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 최정란(에르가 협의회 부회장)씨.

에르가 사태를 떠올렸을 때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공정률 조작과 시행사의 분양이행 유도 두가지다. 보증사고를 막기 위해 공정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감리단은 “시행사가 직접 서류를 만들어 와서 도장만 찍었다고”말했고, 시행사는 “감리단을 압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사천시는 “시에 제출한 자료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고, 보증공사는 “감리단의 제출 자료에 근거해 판단할 뿐 감리단을 제제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건이 있었지만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았고, 계약자의 피해만 커졌다.

시행사의 분양이행 유도는 보증공사의 보증사고 결정이후에 발생한 일이다. 사업의 권한을 상실한 시행사가 부동산 중개업소 등을 동원해 유선으로 분양이행을 유도하는 물의를 일으켰다. 이들이 내세운 조건은 선착순 320명에게 보상금 500만원과 중도금 대출이자 등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시행사가 이러한 행위를 한 이유는 계약자 900여 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300명을 확보하면 환불이행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각종 불법과 편법이 난무했지만, 누구도 책임을 지는 곳이 없었다.

- 에르가 사태 이후 법적·행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아파트는 물 안새고, 사람이 들어가 누워 잘 수만 있으면 사용승인이 난다”는 담당자의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공정률이 조작됐음에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또한 선분양제도의 문제점도 보완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례를 통해 공동주택 건축계획, 사용승인, 보증업무, 하자보수까지 총괄적인 업무를 맡을 수 있는 중립적인 정부기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 단디뉴스 기사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 최유진(에르가 협의회 총무)

단디뉴스 기사의 장점은 독립언론으로서 소신 있는 논조의 기사가 생산된다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지역의 다양한 소식을 다른 언론사보다 빠르게 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외면 받는 서민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단디뉴스의 기사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 때문에 단디뉴스기사의 다른 기사에도 눈이 많이 가게됐고, 공룡 발자국 화석 같은 지역현안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공룡시민모임에 가입해 활동하기도 했다. 실제로 에르가 계약자 중에는 이은상 기자의 기사를 기다리는 팬도 생겼다.

하지만 단디뉴스 기사의 단점은 기사영역이 세분화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기자가 부족해서인 것으로 판단된다. 지역의 소식을 보다 다양하고, 전문적으로 다루려면 기자 충원이 불가피해 보인다. 단디뉴스 기자 한명에서 하루에 3~4개의 기사를 생산해 내곤 한다. 이 때문에 단디뉴스 기자는 항상 바쁜 것이 현실이다. 후원독자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

- 단디뉴스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했으면 좋겠나?

단디뉴스는 지역에서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잘 하고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단디뉴스 기사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 사람들은 지역에 어떤 언론사가 있는지, 어떻게 제보를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단디뉴스를 보다 알리기 위해 지역커뮤니티를 활용했으면 좋겠다. 지역의 이슈는 뉴스란에 노출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에 기사가 노출되면 더 많은 지역민이 단디뉴스를 찾게 되고, 후원독자도 더 늘어 날 것으로 기대된다. 단디뉴스가 서민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아직도 소소하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서민들이 많은 까닭이다.

 

▲ 사천 에르가 2차 아파트가 지난해 8월 시공사 흥한건설의 부도이후 공정률 44%P에서 공사가 장기간 중단됐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