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의 시대다. 별의별 것들에 중독된 시대. 정확하게는 중독을 강요하고 강제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즐기는 순간 이 사회는 나를 중독자로 낙인 찍어버린다.

알콜, 카페인, 니코틴, 탄수화물, 설탕, 게임, 운동, 스마트폰, 페이스북... 인터넷서점에 중독을 검색하니 천여 개가 넘는 결과가 나오고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할인중독이라는 문구로 호객을 하고 있다. 세상 곳곳 우리의 눈이 닿는 모든 곳에 중독이 차고 넘친다. 이 정도면 중독의 중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의료계에서 진단하는 방법과 별개로 중독인가 아닌가의 차이는 통제 혹은 자기조절이 가능한가이다. 쉽게 말 해 하고 싶을 때 하고, 하고 싶지 않을 때 하지 않을 수 있느냐로 중독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결국 중독이란 일상생활이나 단체생활이 불가할 정도의 빈번한 탐닉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사실 그런 사람,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 백승대 450 대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피아를 구별하지 않고 멀쩡한 사람을 중독자로 몰고 간다. 커피를 좋아하면 카페인 중독, 빵을 좋아하면 탄수화물 중독, 술을 좋아하면 알콜중독이고 백종원은 설탕 중독인 것처럼 자기 기준보다 많으면 다 중독이고 중독자로 몰아 겁을 주고 윽박지른다. 공포심만큼 효과 좋은 마케팅도 없고 대부분의 중독이란 것이 건강과 연관되는 것이니 겁을 많이 줄 필요도 없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무슨 중독인가? 재미있게도 갖가지 중독 중에 스스로 나는 XX중독이라고 자칭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남에게도 넌 XX중독이라고 단언하지 않는다. 하루에 몇 잔씩 커피를 마셔도 ‘나는 카페인중독이야’라고 하지 않고 담배연기를 길게 뿜어내면서 ‘난 니코틴중독이야’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커피를 좋아하는 친구의 면전에 대고 ‘넌 카페인 중독이야’라고 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이런 니코틴중독자!’ 라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여러 중독 중 유난히 알콜중독에 무자비하고 가혹하다. 술을 만들고 팔고 마시는 내 입장에서 무척이나 억울한 일이다. 이제껏 살면서 “너 알콜중독이야” 혹은 “너 그러다 알콜중독자 돼!” 라는 소리를 귀가 아프도록 들어 왔다. 3년 전 “당신은 알콜중독이에요. 병원에 가보세요!” 라는 소리를 증명하기 위해 그 날 이후 매일 술을 마시고 있다. 나를 개인적으로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게다. 내가 알콜중독인지 아닌지.

난 술을 마시고 그칠 때를 알고, 까불어봐야 주량도 얼마 안 된다. 밤낮을 가려 마시고 가급적 정해 놓은 시간에 주량만큼 마신다. 그런 내가 알콜중독이라고? 다들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다른 중독에는 그렇게들 관대하고 너그러우면서 왜 애꿎은 술에만 엄격들 하신가? 남보다 술을 조금 더 즐긴다고 알콜중독이라 자책할 필요도 없고 나보다 술을 조금 더 즐긴다고 그를 알콜중독이라 판단할 근거와 권한도 없다. 남들이 내게 알콜중독이라 손가락질하는 오지랖을 정중히 거절한다. 그대들의 오지랖보다 음주의 쾌락이 내게는 훨씬 크고 충만한 기쁨이며 내 삶의 윤활제이자 원동력이다.

이런 잡문을 쓰는데도 얼마만큼의 술이 필요한지 아무도 모를테니 오늘도 나는 술모가지를 비튼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