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중 3명이 지역 인사, 심사위원 늘리고 내부·외부 심사 분리 필요

“개천문학제 상은 안 받는 걸로 하겠습니다.” 지난3일 제69회 개천문학제 시 부문(일반부)에 참여해 주최 측으로부터 당선작(장원)으로 선정됐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한 시간 뒤 가작으로 밀려났다는 통보를 받게 된 김휘근 씨가 밝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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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69회 개천예술제 문학제 심사위원 4명 가운데, 3명(안동원, 주강홍, 강희근)이 진주문인협회 소속으로 중립을 지키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선작 발표 후 한 시간 만에 장원과 가작이 바뀌어 논란이 일었던 개천문학상의 심사 과정에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진주문인협회(회장 이창하)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진주시의 보조금을 받아 실시되고 있다.

이번 일과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심사 체계의 개선과 관련 조례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개천문학상 심사위원은 모두 4명으로 이 가운데 3명(안동원, 주강홍, 강희근)이 진주문인협회 소속이다.

특히 주광홍 위원은 개천예술제를 주관하는 한국예총 진주지회장을 맡고 있다. 진주문인회는 한국예총 진주지회에 소속된 8개 협회 가운데 하나다. 행사를 총괄하는 자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심사를 마친 뒤 수상자 수가 갑자기 늘어난 것도 문제다. 게다가 주최 측이 당초 장원으로 안내했던 김씨에게 상금 조정을 부탁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 측은 김 씨에게 장원이 받게 될 상금 350만 원 가운데, 50만 원을 추가 가작 당선인에게 나눠 줄 것을 요청했다.

행사 관계자 A씨는 “당초 수상자가 두 명으로 정해졌는데, 가작 당선자가 왜 추가됐는지 모르겠다”며 “심사위원 4명 가운데, 3명이 내부인사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상금을 흥정했다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꼬집었다.

진주문인협회 이창하 회장은 “수상자 선정과정에서 부정은 없었고, 심사 당시 경합을 벌였던 두 작품 가운데, 우열을 가르기가 힘들어 한 작품을 가작으로 추가 선정하게 된 것”이라며 “수상자가 바뀐 것은 행정상 착오였다. 회장인 내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 회장 직에서 사임할 의향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안 위원과 주 위원을 외부인사로 분류한 이유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문인회 회원으로서의 효력을 정지시켜 뒀기 때문”이라며 “내달 초쯤 보고회를 열어 이 문제를 더 논의해 보완점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 지난 3일 개천예술제 당선작이 번복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반면 진주에서 열리는 문학제 가운데, 심사의 공정성을 기하면서 지역특색도 꾀하고 있는 행사도 있다. 형평문학선양사업회(회장 장만호)가 주최하는 형평문학제가 그렇다.

이 행사는 수상작 선정과정이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사과정에서 내부인사와 외부인사의 역할을 분리하면서다. 또한 이 행사는 진주시 형평문학상 조례 제정을 통해 대회 운영의 근거도 마련했다.

형평문학제는 내부인사가 예심을 맡고, 외부인사는 본심 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예심에서는 지역 문인 10여 명으로 구성된 문학상 자문위원회를 활용, 지역의 특색도 살리고 있다.

위원회 운영위원으로 위촉되면 2년 간 예심에서 작품을 선별하고, 본심에 이 작품을 올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본심은 전부 외부인사가 맡고 있어 공정성을 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주문인협회 회원 B씨는 "심사위원의 다수가 내부인사로 구성된 점은 공정성을 기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례를 계기로 진주문인협회가 더욱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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