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인 나 자신도 당연히 그렇지만 교사를 오래 하다 보면 아이들의 한계치와 능력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적정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보다는 적정 범위 안의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이야기다. 몇 년 전 우리 반의 어떤 아이는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였는데 늘 시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상담을 통해 원인을 분석하고 나름 수정하여 노력했지만 결국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반면 우리 반의 다른 아이는 거의 노력이라고 하지도 않고 늘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학교 생활을 즐겼는데도 시험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도 입학하였다.

성적은 인간을 가늠하는 잣대가 아니다. 위에서 노력해도 결과가 좋지 못한 아이와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았는데도 성적이 좋은 아이는 성적의 잣대만 빼면 둘 다 참으로 건강하고 좋은 아이들이다. 지금도 두 아이 모두 나와 연락을 주고받는다. 성적이 좋지 못한 아이는 군대를 다녀와서 기간제 취업을 했는데 거기서도 열심히 해서 어쩌면 내년쯤에는 정규직으로 발령이 날지도 모른다 한다. 성적이 좋은 아이도 올해 군대를 갔다.

▲ 김준식 지수중학교 교장

수능 성적이 발표되었다. 어김없이 만점자가 나왔고 그들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지대하다. 언론은 그들 만점자들의 삶과 공부를 집중 조명하면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자주 한다. 이를테면 일반화의 오류다. 수능 만점자들은 전체 수능 응시생의 비율로 치면 극소수의 인원이다. (2020년 수능으로 치면 0.0027335649%) 이런 만점자들의 삶과 공부를 일반화시키는 것은 보통의 학생들에게 노력의 의지를 꺾는 일일 수도 있다.

수능 만점을 받은 학생의 공부방법을 일반화하고 그들의 학교생활을 일반화하여 얻을 수 있는 언론의 실익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투입량과 산출량에 대한 단순 비교다. 예를 들어 노동자들의 노동 능력에는 개인 차가 많다. 그런데 열심히 노력하면 노동력이 뛰어난 노동자와 동일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준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일이 가능한가? 어쩌면 사용자들은 매우 타당한 생각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모두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아주 허황한 꿈을 알게 모르게 심어주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못한 노동자들이 사실은 절대 다수인데도 말이다.

수능 만점자들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다. 그들의 삶과 공부는 일반의 우리와는 다르다. 그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거기에 일반적인 아이들의 삶을 맞춰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강요이며 규격화일 뿐이다. 제발 언론사들이여! 수능 만점자들의 기사를 다루지 마라. 수능 만점자들을 몰라도 아이들은 자신의 성적 때문에 충분히 고통받고 상처받는다. 거기에 만점자의 기사가 주는 열패감과 자괴감까지 아이들에게 덮어씌우려 하는가! 어쩌면 만점자 당사자들도 자신들이 기사거리로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은 "교과서 중심으로~" "학교 수업을 정상적으로~" 해도 수능 만점이 나오는 아이들이다. 그러니 더 이상 그런 말들로 보통의 피 흘리며 노력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말고 그것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세력들에게 빌미를 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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