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인구 48만 예측해 도시 개발했지만, 34만여명에 그치면서 문제 발생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3천만 명에 달하던 인구는 오십년 새 5천만 명을 넘어섰고, 1인당 GDP는 67달러에서 3만달러에 이르렀다. 개발시대, 폭발적 산업화에 성공한 우리는 우리의 도시도 그만큼 급속히 성장시켜왔다.

이제 시대가 변했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로 경제활동인구가 줄고 있다. 도시 또한 성장기를 지나 정체기에 들어섰다. 그럼에도 자본과 권력에 기초한 도시개발은 계속된다. 성장 패러다임에 의해서다.

진주 또한 다르지 않았다. 무리한 도시확장은 구도심 공동화를 가속시켰고, 신도시마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게 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팽창이 아닌 압축도시, 도시성장이 아닌 도시재생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단디뉴스>는 신년기획으로 ‘도시계획, 패러다임 바꾸자’를 시작한다. 1부에서는 도시확장으로 인한 문제점을 짚는다. 2부에서는 도시재생 선진사례를, 3부에서는 압축도시 사례를 소개하고 도시계획 패러다임의 전환을 당부한다.

 

▲ 구도심의 빈 상가

2020년이 되면 인구 48만 도시가 될 것이라는 낙관 속에 진주시가 진행한 신도시 개발 사업으로 구도심 공동화는 물론 신도시도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는 2008년 작성한 2025년 진주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지난 10여년간 각종 신도시 사업을 추진했다.

신도시 사업은 지금도 추진 중인 신진주역세권 사업과 초전지구 개발사업, 평거․판문지구 개발사업 등이 있다. 혁신도시도 중앙정부 계획에 따라 충무공동에 들어섰다. 이에 따라 2010년 5만 3천여 세대이던 아파트 수는 7만6천여 세대로 대폭 늘었고, 상가수도 그에 준해 증가했다.

문제는 시의 낙관적 예상과 달리 인구 증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구도심 지역 공동화가 가속화돼 빈점포가 늘고 있으며, 신도시 지역에서도 새 상가가 몇 년 째 비어 있다. 인구증가 없는 도시개발(확장)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

 

▲ 2025년 진주시도시기본계획의 인구예측

2025년 진주도시기본계획에서 시는 도시개발사업이 인구유발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내다봤다. 시는 2020년까지 인구가 34만 8천여명으로 자연증가할 것이라 예측하면서도, 도시개발로 2020년까지 13만, 2025년까지 15만여명의 사회유발 유입인구가 발생한다고 봤다.

구체적으로는 2025년까지 산업단지 조성으로 4만 2천여명, 혁신도시건설로 4만여명, 주거단지 개발사업으로 7만 2천여명이 늘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2019년 12월 기준 진주시 인구는 34만 7000여명으로, 2008년 시가 예측했던 자연증가분 외의 사회유발 유입인구는 거의 없었다.

경남도는 지난해 펴낸 장래인구특별추계에서 2020년 진주시 인구는 35만 5천명에 달하며 2021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진주시는 그간 인구가 늘 것이라 보고 도시를 개발(확장)왔다. 지역소멸이 거론되는 이때, 도시개발로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 낙관한 셈이다.

 

▲ 충무공동 LH-9단지 아파트 앞 상가

인구는 정체되고, 도시개발사업으로 상가는 늘어나면서 구도심은 물론 신도시에서도 빈 점포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구도심 지역 상권인 중앙시장의 상가 공실율은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율은 20.5%, 소규모 상가 공실율은 14.1%였다.

구도심 지역 건물주들은 2~3년간 상가가 비어 수익을 내지 못하는데도 건물 보유세를 내야 한다며 불만이 높다. 신도시 지역에서는 임대인에게 몇 개월간 임대료를 면제해주거나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건물주도 나타났다.

구도심 지역에 건물을 가지고 있는 박 씨(44)는 “5년 전 건물을 구매했지만, 점포가 나가지 않아 세금을 내기도 벅차다. 투자한 금액보다 2억원 정도 낮게 건물을 매각하려해도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건물주 강 씨는 “지난 3년 남짓 건물이 비어있었다. 건물주가 세를 낮추지 않아서라는데 70평대 건물 1~2층을 합해 월세 300만 원에 내놔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특히 “이 작은 도시에서 도시개발 과하게 하면서 상권을 다 찢어놨다. 그러니 공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혁신도시에 상가 2채를 보유한 김 씨(34)는 “2년 넘는 기간 상가가 임대된 적이 한 번도 없다. 구도심만 아니라 혁신도시도 LH 정문 앞 외에는 상가가 나가지 않는다. 일부 지역만 상가가 나가고 상권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건물주의 부동산 투기와 욕심이 문제를 가속화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 투자로 건물주들이 오랜기간 수익을 얻어왔음에도, 지금껏 높은 수익을 거두려고 하니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그간 도시개발(확장)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가 세입자 이 씨(35)는 “상가세가 지나치게 높다. 공실이 많다지만, 임대료를 과감히 내리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냐”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민들도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겠다는) 욕심도 버려야 한다”고 했다.

 

▲ 2019년 6월 기준 진주시 주택 수

주택수가 세대수를 넘어선 지도 오래다. 2019년 4월 기준 진주시 주택 수는 15만 6345개이다. 2018년 12월 기준 진주시 세대수인 14만 5153세대를 훌쩍 넘긴 것. 게다가 올해에만 신진주역세권 3곳, 혁신도시 1곳 등에 아파트 입주가 예정돼 있다. 도합 2400여 세대에 달한다.

2018년 3월 진주가 아파트 미분양 관리지역에 포함된 것도 과도하게 늘어난 주택공급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난 10년간 아파트 세대수는 5만 3천여 세대에서 7만 6천세대 이상으로 늘었다. 10년간 아파트 세대수가 50%이상 증가한 것.

전문가들은 이제 도시팽창보다는 도시재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팽창형 도시개발 패러다임을 버려야 한다고도 강조한다.강승수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은 “2008년 당시만하더라도 신도시 사업, 재개발 사업이 각광을 받던 때이다. 진주만 과도하게 도시개발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이제 도시재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곽운학 작은기업연구소 소장은 “저출산 국면에서 더 이상 경제활동인구는 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의 도시개발방식은 신도시 만들기에 치중됐는데 이제 바뀌어야 한다. 도시재생사업도 새마을운동처럼 가는 양상이 있는데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무리한 도시개발로 인한 후유증은 20여년간 지속될 것”이라며 “이제는 사람과 인재가 오는 풍토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일자리 문제도 중요하나 문화, 패션, 치안, 정주여건 개선 등으로 인재가 머물게 해야 한다. 인재가 머물면 기업도 자연스레 찾아올 거다”고 했다.

 

▲ 임대료를 지원하겠다는 구도심의 한 상가

한편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팽창위주의 도시개발 정책을 일관해왔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산업화, 인구 증가에 따라서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도시재생사업이 조명받고 있다.

2013년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약칭 도시재생법)’이 통과됐고, 문재인 정부는 임기동안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매년 10조원 씩 총 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진주시도 지난해 성북지구 도시재생 뉴딜개발 사업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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