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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 패러다임 바꾸자-3] “이제는 압축도시, 스마트 축소가 필요하다”

기사승인 2020.01.08  09: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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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대다수 자치단체 인구예측 ‘뻥튀기’로 도시확장 그만해야”

▲ (사진 = 서울시 도시계획 용어 사전)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2020년 인구 48만이 될 것이라는 낙관 속에 신도시 개발과 산단조성으로 구도심 공동화, 제대로 안착되지 않는 신도시 문제를 부른 것은 비단 진주시만이 아니다. 전국을 잠식하고 있는 성장·개발 패러다임은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근거 없는 낙관으로 인구증가를 상상해 신도시와 산단조성 등 개발주의 정책을 펴게 했다.

그 폐해는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2015년 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역의 빈집은 약 106만호에 달한다. 특히 1년 이상 비어있는 주택의 비중은 수도권 17.4%(4만 2천호), 경남을 포함한 강원, 충청, 전남, 전북, 경남은 36.6%(21만 6천호)이다. 오래된 건물과 신축 건물을 합산해 계산한 이 수치는 주택과잉의 시대를 입증한다.

상가 공실율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율은 11.5%이다. 소규모 상가 공실율은 5.9%다. 경남은 중대형 상가 공실율이 13.1%, 소규모 상가 공실율이 7.8%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고, 진주 중앙시장은 중대형 상가 공실율 20.5%, 소규모 상가 공실율 14.1%로 경남 평균을 압도했다.

이는 각 자치단체가 도시기본계획을 작성하며 인구예측을 ‘뻥튀기’하고, 이를 토대로 개발정책을 펴 도시를 확장해왔기 때문이다. 2010년 권선택 의원의 국감자료를 보면, 서울을 제외한 대다수 광역·자치단체는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 예측하며 도시계획을 짰다. 전국 자치단체들의 인구예측을 종합하면 10년 내외로 모두 1300만 명, 국내 인구의 26%가 증가해야 한다.

올해부터 출생아수에서 사망자수를 뺀 자연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섰고, 지역에서는 인구유출, 저출산, 고령화, 4차 산업에 따른 일자리 감소로 지역소멸이 우려되고 있다. 이제는 낙관적 인구 예측 속에 도시를 확장하던 성장·개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는 도시재생과 함께 압축도시, 입지적정화 전략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 신진주역세권에 지어진 신축 아파트

“과거에 비해, 도시 쇠퇴는 일어날 만한 현상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기존의 도시계획은 여전히 ‘성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중략).. 문화적·정치적 장벽들이 스마트 축소도시 계획을 막고 있다. 다시 말해 타운(마을)의 인구가 줄어들고 쇠퇴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 (도시)계획을 세우는 것이 (압축도시로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압축도시(스마트 축소)라는 단어를 처음 제시한 프랑크 포퍼 교수의 말이다. 압축도시란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에서 도시가 외곽으로 성장하며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사회적 인프라 제공에 많은 비용이 소모되며 등장한 개념이다. 도심지를 중심으로 한 고밀도 개발로 쇠퇴에 대응하는 방식, 도심지에 주거·상업 기능을 집중하고 도시팽창을 막는 방식을 의미한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그의 책 ‘지방도시 살생부’에서 “압축도시, 적정화 규모 전략만이 살길”이라고 말한다. 도시가 외곽개발을 거듭하다보니 듬성듬성한 곳으로 변했고, 도로포장 비용, 상하수도 시설 제공 비용, 이동권 보장 비용 등 다양한 재원을 추가로 소모하게 했다는 이유다. 무리한 도시확장이 도심 공동화 현상을 촉발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 (사진 = pixabay)

일본은 2014년 자치단체가 ‘입지적정화 계획’을 수립하도록 압축도시화를 추진하고 있다. 입지적정화 계획은 토지이용을 어디까지 할지를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이미 개발이 이루어진 시가화 구역을 확인한 후, 거주기능을 집적시킬 거주유도구역, 상가 병원 등을 끌어모을 도시기능유도구역을 설정해 도시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2017년 4월 기준 106개 도시가 입지적정화 계획을 수립했다.

일본의 오카야마현 유바라시는 압축도시 계획에 성공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탄광시대 인구 10만이 넘던 이 도시의 현재 인구는 9천명에 불과하다. 인구가 줄며 빈집, 빈상가가 늘어 도시가 슬럼화됐지만, 압축도시 계획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인구 감소는 멈추었고, 도시는 작은 면적에 압축됐다. 도시 슬럼화도 해결되고 있다.

유바라시의 압축도시 계획 성공에는 스즈키 시장이 있었다. 그는 20년 후 유바라시 인구가 절반으로 줄 것을 전제하고 일본에서 처음으로 압축도시 전략을 짰다. 사회기반시설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게 하고, 사용하지 않는 학교는 농장, 양로시설, 우체국으로 바꿨다. 공공주택 건설과 낡은 주택 리모델링을 병행하며 이주보상비를 주고 사람들을 도심지역으로 불러들였다.

미국 오하이오주 영스타운도 압축도시 성공사례로 꼽힌다. 철강으로 이름을 날리던 이 도시는 1970년대 말 쇠락의 길을 걸으며 4만여 개의 일자리, 4백여 개의 회사를 잃었다. 인구 17만의 도시는 인구 6만5천의 도시로 축소됐다. 영스타운 주민들은 2005년 ‘영스타운 2010’이라는 미래비전을 만들어 낡고 빈 건물을 부수고 공원과 녹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특히 영스타운 주민들은 ‘모든 지역에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면 시가 파산할 수 있다’는 인식아래 기존에 인프라가 깔려 있는 곳에 주거·상가 지역을 밀집 시키고, 미개발지는 새로운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영스타운이 이제 작은도시임을 인정했다. 그 결과 2008년 5천여 채이던 빈집 수는 1000여 채로 줄었고, 도시는 점차 제 모습을 찾고 있다.

 

▲ 구도심 중앙로터리(둥근거리) 인근 상가. 임대 중이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다.

마강래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5년간 50조원을 들여 전국 500여개 지역을 재생하겠다며 시작한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의문을 표하고, 모든 곳을 재생하기보다 성장시켜야 할 곳과 압축시켜야 할 곳을 선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도시재생이 여러 곳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다보니 사업 효과가 적고, 예산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이유다.

그는 “발빠른 재생사업은 원도심 땅값과 집값, 임대료를 유지시키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모든 곳을 살리자고 덤벼들다간 재정파탄에 이를 수도 있다”며 도시재생사업에 신중해야 함을 설파한다. 그러면서 “재생을 위한 개입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재생은 죽은 것을 살리는 것인데, 어떤 학자는 우리나라에 죽을 뻔한 도시가 있었는가라고 반문한다”고 덧붙인다.

그는 지역에 서울과 필적할 지방대도시가 필요하며, 중소도시는 압축도시 전략을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도권과 겨룰 지방 대도시들을 키워 자신들이 가진 자원을 주변 중소도시와 나눌 수 있도록 해야 지역인구유출을 줄일 수 있고, 중소도시는 인구가 더 이상 외곽으로 흩어지지 않게 하고, 중심지역으로 인구가 모이게 해야 공동화와 추가재원 소모를 막을 수 있다는 것.

 

▲ 진주 혁신도시 상가, 장기간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지역에서도 도시재생과 압축도시에 주목할 때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영 경상대 명예교수는 ‘개발단위를 작게 줄이고, 새로 만드는 대신 고쳐 쓰고, 도시 확장 대신 도시 안의 빈 곳을 채우자’는 도시계획 패러다임 변경에 공감을 표했다. 안재락 경상대 교수는 “장기적으로 19세기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수요가 있으면 집을 짓고 없으면 없애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했다.

마강래 교수는 말한다. “지방 중소도시를 살리려면 도시재생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재생은 ‘치료’가 아닌 도시의 ‘체질 개선’에 역점을 둬야한다. 중소도시에 팽창은 재앙이다. 도시 압축만이 살 길이다. 팽창하면 죽고 압축하면 산다”. 이는 진주를 비롯해 그간 성장 패러다임에 기초한 팽창을 거듭하며 도심공동화와 재원소모를 불러온 중소도시들에 의미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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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종 기자 how2how2live@daum.net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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