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능석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 신임 지회장, “3년간 창작 능력 극대화 주력할 것”

[단디뉴스 = 김순종 기자]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 신임 지회장으로 고능석 사단법인 극단 현장 대표(53)가 선출됐다. 지난 11일 열린 경남지회 정기총회서 단독 후보로 나서, 만장일치로 회장에 선출된 것. 그는 앞으로 3년간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를 이끌 예정이다.

고능석 신임 지회장은 14일 <단디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임기 3년간 경남 연극인들의 창작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또한 여성연극단원 다모임의 날을 만들고, 행복문화팀장(여성/부회장직)을 신설해 여성인권 향상에 힘쓰겠다고 했다.

단합대회 성격보다 연극인 간 교류 강화를 목적에 둔 경남 연극인 페스티벌, 새로운 방식을 개척한 연극인에게 주어지는 경남연극인 ‘대상’을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올해 들어설 경남도립극단은 연극인 개인보다 극단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제언을 남겼다.

연극하는 삶은 “일상에서의 경험을 무대 위로 가져가고, 무대 위의 깨달음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순환으로 자아를 성찰하고, 그 경험을 관객과 함께 나누는 것”이라는 고능석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 신임 지회장은 앞으로 3년간 어떤 변화를 일궈낼까.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고능석 한국연극협회 경상남도지회 신임 지회장

- 만장일치로 신임 지회장에 추대됐다. 3년간 중심을 두고 하고 싶은 일은?

“만장일치로 추대된 것은 지금 딱 제가 봉사해야 될 시기이고, 그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별다른 의미는 없다. 지방에서 연극을 한다는 것은 주위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역에서 연극을 한다고 하면 왜 서울에 가지 않고 지역에 있느냐는 시선을 보낸다. 특히 젊은 친구들이 연극을 한다고 하면 집에서 반대를 한다고 하는데 이런 것들을 바꿔 나가고 싶다. 배우들도 요즘에는 1인 공연을 만들곤 한다. 연출가에게 선택을 받지 않아도 스스로 창작을 하는 셈이다. 이럴 때 배우들의 자존감이 오르고 단단해진다.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힘쓸 것이다. 개인의 능력을 신장해 그들이 자존감을 느끼도록 하고 싶다. 이들의 자존감이 오르면 그들이 속한 극단의 창작, 기획력도 오를 것이다.”

 

- 여성 연극인 다모임의 날을 만들겠다고? 몇 년 전 불거진 경남지역 모 연극패의 미투운동 영향인가?

“미투로 인해 전 집행부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문제제기에 그쳤을 뿐, 이같은 문화가 완전히 치유됐다고는 보지 않는다. 미투 뿐만 아니라 남성 중심적 사고와 관습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남아 있다. 그런 부분들을 조금이라도 바꾸어보고자 했다. 여성 연극인 다모임의 날을 만들어 여성 연극인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기록, 정리해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2명이던 부회장도 3명으로 늘려, 한 자리는 여성이 앉도록 할 거다. 행복문화팀장이라는 직함을 주는 건데, 여성은 물론 연극인 전체와 소통하며 연극인이 행복한 문화를 만드는 데 힘쓰도록 할 예정이다.”

 

- 경남연극인 대회를 경남연극인 페스티벌 대회로 바꾸겠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기존 경남연극인 대회는 단합대회같은 느낌이 있었다. 연극 관련 포럼과 초청공연 등을 여는 화합의 장이었는데, 사람들이 향락성 있는 행사로 생각을 하더라. 경남연극인 페스티벌 대회는 연극인들의 창작 근력을 키우겠다는 취지이다. 하루종일 창작자들이 네트워킹 파티를 하면서 10분, 1시간짜리 연극을 발표하고 아이디어를 나눈다. 또 관객도 참석해 이를 구경하도록 할 거다. 물론 포럼도 하고, 토론하기도 하겠지만 파티에 관람객, 창작자가 공존하게 해 이들 간의 교류 속에서 좀 더 나은 창작문화를 만드는 게 주목적이다.”

 

- 경남연극인 대상도 신설할 예정이다. 기존 경남연극제에서 주던 상과 무엇이 다른가.

“경남연극제에서는 연극을 잘하는 사람들에게 대상과 우수상 등을 선사해왔다. 연극인의 기능적 측면에 중점을 줬던 셈이다.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경남연극인 대상은 존중받을만한 작업이나 사회적 역할을 다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 될 거다. 새로운 연극방식을 개척한 사람 등 결과보다 과정에 성과가 있는 사람들에게 수여된다. 연극인의 자존감과 품격을 높이자는 취지이기도 하다. 작은 이익에 함몰되기보다 대의를 위한 일을 한 사람에게 상이 돌아갈 거다.”

 

- 올해 경남도가 경남도립극단을 만들 예정이다. 경남도립극단이 만들어지면 어떤 영향이 있을 것 같나?

“긍정적인 작용이 있고,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는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겠다. 새로운 예술감독이 선임되면 그의 생각과 의지, 운영위원회의 의지에 따라 방향이 세워질 것이다. 김경수 도지사는 경남도민들의 문화예술향유권, 지역예술인 생태계 조성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바람직하다. 그런데 예술 생태계에 대한 생각과 관점은 장르마다 다르다. 미술이 개인작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연극은 극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1인 극단도 있겠지만, 어쨌든 연극은 협업으로 극단이 중심이지 않나. 도립극단에서 각 극단의 배우 개개인을 뽑아간다면, 그 같은 상황은 우려스럽다. 기존 극단이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예술감독이 선임되면 개별극단을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러시아의 경우 기존 극단 중 성과가 뛰어난 극단에게 국립극단 호칭을 주고, 여러 지원을 해준다. 이로써 그 극단의 색깔과 역사를 더욱 살리는 것이다. 경남도립극단도 그런 방식으로 진행됐으면 한다.”

 

▲ 극단 현장의 '카툰마임쇼'

- 연극인들의 상황이 어렵다고 한다. 상황을 바꾸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우리만의 이기심으로 지원금을 올려달라고 할 수는 없다.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문화정책예술지원금이 적지 않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지원방식은 사업당 공모를 통해 잘하는 팀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프랑스 ‘앙테르미탕’이 좋은 선진사례인 것 같다. 이들은 예술인 심사를 거쳐 등록된 예술인에게 기본 인건비를 준다. 마치 기본소득처럼. 대신 이 사람이 수입이 많아지면 세금을 많이 내게 해 과다수입은 막는다. 기본 인건비가 보장되다보니 프랑스 예술인들은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우리는 공모의 방식이다보니 공모과정에서 요구되는 틀에 맞출 수밖에 없는 데 이것과는 다르다. 예술은 룰을 깨야 하는 작업이고, 틀 안에 갇히면 안 된다. 좀 더 자유로운 시도가 있으려면, 장기적으로 프랑스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해보자.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연극인이 된 동기가 있을까?

“대학시절 경상대 연극반에 들어가 활동했다. 연극이 좋다보니 자연스럽게 4학년까지 연극반 활동을 했고, 고민이 됐다. 전업으로 연극을 할지 취미로 연극을 할지. 지금은 돌아가신 한 선배분이 연극하면 착하게 살 수 있다고 해 전업으로 연극을 하기로 선택했다.(웃음)

 

- 연극하며 가장 힘든 일과 보람된 일은?

“가장 힘든 건 스스로의 자존감이 떨어질 때다. 내가 배우로서, 연출가로서 살아가는 것이 내 삶에 만족감을 주는지 또 주변 사람들과 소통은 잘하고 있는지 고민일 때다. 목표를 너무 높게 잡거나 주변을 너무 의식하면 쓰러지기도 한다. 균형을 제대로 잡았을 때 좋은 방향으로 가더라. 우리 극단원들에게 행복하게 살며 연극하자고 하는 것은 그런 이유다. 사실 지금까지도 많이 고민하곤 한다. 보람된 일은 우리 극단이 전국적으로 좋은 모델이라는 말을 들을 때다. 극단 현장은 집단보다 개인의 성향을 우선시한다. 단원 개개인이 성장하면 집단도 자연스레 성장하는 것 아니겠나. 집단이 먼저가 되면 개인이 집단에 종속된다. 극단 현장의 좋은 점은 후배들을 위한 워크숍이 많고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배들의 연기와 삶의 철학이 성장한다고 느낄 때 보람차다. 동료간의 믿음이 강화될 때도 기분 좋다”

 

- 연극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극단 현장에서 오랜 기간 몸담아 오며 함께 만든 철학이 있다. 극단 현장 단원들은 일상에서의 경험을 무대 위로 가져가고, 무대 위 깨달음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순환으로 자아를 성찰하고 그 경험을 관객과 나누자는 것. 그 과정이 우리를 끝없이 성장시키는 것 같다. 그럼에도 늘 이 큰 명제를 실행하며 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같은 가치를 극단 현장 단원들은 공감하고 있다. 지금도 내게는 과제이기도 하다.”

 

- 극단 현장은 올해 특별한 일정 같은 게 없나?

“곧 발표할 예정인데 그간 세들어있던 현장아트홀 건물을 인수할 예정이다. 자체자금, 시민들 모금, 은행 대출 등을 통해서다. 건물을 인수하면 현장아트홀을 보다 공익적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지하소극장은 청년예술가, 공연예술가들이 더 많은 예술적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1층은 미술관 겸 카페로, 2층은 지역민들과 함께 사용하는 공유 사무실을 만들려고 한다. 극단 현장과 가까운 분들은 불시에 돈을 빌리러 갈 거니 준비하고 계셨으면 좋겠다(웃음)”

 

- 신작 등 작품계획도 있을까?

“‘전기수 이야기’라는 신작을 준비중이다. 전기수는 조선시대 이야기를 들려주는 직업을 말한다.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생업을 해결하던 사람. 신작을 통해 이야기의 힘, 서사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고 싶다. 또 하나는 ‘길위에서’라는 이름의 정치드라마다. 현실 정치인의 자서전을 대필하는 작가를 통해 이 사람이 가진 갈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싸구려 정치인 최씨의 자서전을 대필하는 작가가 고운 최치원을 만나 애민정신을 논하고, 현실정치를 비판하는 그런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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