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인 시위 100일 넘은 김영식 삼성교통 승무이사

▲ 100일 넘게 진주시청 앞 사거리에서, 매일 아침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는 김영식 삼성교통 승무이사. 20일 오전 8시쯤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시내버스 표준운송원가 재산정을 요구하며 시청 앞 사거리에서 100일 넘게 1인 시위를 이어오는 사람이 있다. 삼성교통 김영식 승무이사이다. 그는 지난해 삼성교통 파업 당시 가좌동 소재 철탑에서 53일간 고공농성을 편 인물이다.

<단디뉴스>는 20일 오전 8시30분쯤 진주시청 앞 사거리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그를 찾았다. 그는 추운 아침, 머플러로 입과 코 주위를 가리고 있었다. 시청 앞 사거리에서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면서도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켰다.

그가 든 피켓에는 ‘표준운송원가 재산정, 진주시장은 약속을 지켜라’는 말이 굵게 새겨져 있었다. ‘갑질행정, 편파행정 중단, 담당자 처벌, 적폐 청산, 대화와 타협, 운송원가 현실화, 버스 정상화, 공공성 강화’라는 말도 쓰여져 있었다.

그는 1인 시위를 이어가는 이유에 “전면파업 철회 후 시와 대화를 하긴 했지만, 실무선에서 알맹이 없는 대화만 이어졌다. 보다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대화해달라는 게 게 1인 시위의 취지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삼성교통은 47일간의 전면 파업, 53일간의 고공농성을 펼쳤지만 달라진 건 없다. 삼성교통은 1년에 12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감내하고 있으며, 직원들은 2018년 4월부터 매달 25만원에 달하는 임금체불을 겪고 있다.

시가 지급하는 표준운송원가로는 최저임금을 보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란 것. 표준운송원가제는 2017년 6월 진주시 시내버스 노선 전면개편과 함께 도입됐다. 표준운송원가란 1일 1대의 시내버스를 운영하는 데 드는 최소한의 비용을 말한다.

진주시는 운수업체가 시내버스를 운영한 뒤 표준운송원가에 미달되는 수익을 거두면 그 차액을 보전해주고 있다. 문제는 표준운송원가는 1년에 3~5% 수준 오르지만 그간 최저임금은 급격히 올랐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을 보장하다보니 삼성교통은 적자를 안아야 했다.

삼성교통은 진주시가 최저임금 보장을 약속했다고 주장한다. 노선개편 당시 수익노선을 다른 운수업체에 넘긴 것도 이같은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란 것. 하지만 시는 최저임금 보장 약속은 없었고, 지원되는 금액 내에서 회사가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47일간의 파업을 감행했지만, 삼성교통은 여전히 고민이 많다. 매월 1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발생하다보니 3월이면 차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은 진주시가 삼성교통과 대화에 나서 이 문제를 풀어가길 바라지만, 대화는 원활하지 않다.

20일 김영식 삼성교통 승무이사에게 1인 시위의 이유와 삼성교통의 현 상황을 물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김 이사가 사용하는 피켓

- 1인시위를 한 지 100일이 넘었다. 1인 시위를 시작한 이유는?

“지난해 10월14일부터 1인시위를 했으니 100일이 넘었다. 매일 아침 7시30분부터 8시40분까지 시청 앞 사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한다. 전면파업 철회 후 담당 팀장과 몇 번의 대화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진전 없는 대화만 되풀이 됐다. 대화에 성실히 임해달라는 것이 1인 시위의 계기였다. 진주시장과 직접 대화하면 뭔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 100일 넘는 조규일 시장을 여러차례 마주쳤을 것도 같은데?

“1인 시위를 시작하고 한동안은 얼굴을 못 봤다. 조 시장의 출근 시간과 1인 시위 시간이 안 맞은 듯 했다. 이후 조 시장의 출근길 동선을 파악하고 길목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자주 보지는 못했다. 내가 8시30분까지 길목에서 시위를 하는 걸 알고 피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두 번 정도 바로 앞에서 마주친 적은 있다. 한 번은 신호등 앞에서 마주쳐 시장이 걸어오는 걸 보고 피켓에 쓴 내용을 외쳤다. 대화 좀 하자고, 약속을 좀 지켜달라고.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버리더라. 따라가면서 구호를 계속 외쳤지만, 시청 직원이 제지했다.”

- 시의 요구는 파업을 완전히, 법적으로 종료해야 대화하겠다는 거다.

“노동조합이 파업을 시작할 때는 법적인 게 중요하다. 종료 때는 파업 종료선언이 중요하지 않다. 지난해 3월 업무복귀 후 일체의 쟁의행위를 하지 않았다. 파업을 사실상 종료한 셈이다. 그럼에도 시가 대화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법적으로 파업을 종료하라는 선언도 대화를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닌가 싶다. 공식적으로는 파업 완전종료를 요구하지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소문으로는 회사 경영진을 문제 삼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 표준운송원가 재산정, 지난 파업의 이유였고 지금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표준운송원가가 제대로 산정되지 않아 최저임금을 보장하기 힘들다. 지금도 체불임금이 발생하고, 회사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다른 운수업체처럼 기본급을 변칙적으로 바꿔 표준운송원가에 임금을 맞추라는 강요가 있는 셈인데, 우리는 이걸 받아들일 수 없다. 시에서는 운수업체 가운데 삼성교통이 임금이 가장 많다고 말하지만, 우리를 기준으로 해도 타도시와 비교하면 임금이 월 100만원 정도 적다. 그걸 두고 삼성교통 월급이 많다고 지적하는 건 좀 이상한 일 아닌가.”

- 올해 시내버스 요금이 200원 올랐다. 오른 요금만큼 표준운송원가도 오를까.

“올해 시내버스 요금이 200원 올랐다. 주 52시간에 대비해 노동자 처우개선을 목표로 한다는 건데, 지금 체제에서는 바뀐 게 없다. 진주시는 오른 요금을 운수업체에 어떻게 반영할 지 아직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대략 계산하면 1년에 50억 정도의 돈이 더 들어오는 셈인데, 현재는 오른 요금이 모두 진주시에 들어가고 있다. 버스요금 인상 취지에 맞지 않는 거다. 이후에 진주시가 어떻게 입장을 정리할지는 모르겠다.”

- 삼성교통 적자가 심한 걸로 안다. 어느 정도나 되나?

“2017년 6월 노선개편 후 적자가 누적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20억 원 정도의 적자가 쌓였다. 2018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이 해에만 12억 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도 비슷하다. 재정상황이 어렵다보니 매달 직원들에게 25만 원 정도의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 그간 누적된 적자, 또 앞으로 누적될 적자에 대비해서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 적자가 지속돼 올해 3월 다시 파업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있던데?

“파업 이후 적자를 타개하고자 긴급운영자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퇴직자가 생겨 퇴직금만 10억 원 가까이 발생했다. 퇴직금을 지급하고 나면 긴급운영자금마저 고갈될 거다. 작년 파업 당시 시와 협의 과정에서 요구했던 긴급운영자금이라도 있었다면 괜찮을 텐데. 상황이 어렵다.”

 

▲ 지난해 10월 중순쯤, 1인시위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김 이사의 모습

- 삼성교통은 적자경영을 이유로 파업을 단행했지만, 다른 회사들은 그렇지 않았다. 지난해 연말 성과급을 지급한 회사도 있다고 한다. 삼성교통의 경영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던데?

“진주시가 실시한 경영 및 서비스평가에서 인건비를 제외하면 삼성교통이 비용을 가장 많이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삼성교통의 적자는 노동자들의 인건비에서 발생한 것이다. 진주시도 인정하고 있듯이 표준운송원가는 삼성교통 노동자의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삼성교통은 시급을 제외한 각종수당을 5년 넘게 동결했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최저임금조차 되지 않는 표준운송원가가 적자를 만들어온 거다. 타회사는 표준운송원가에서 정해진 인건비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한다. 이를 통해 남은 돈으로 사업주가 배를 불리거나, 진주시민버스처럼 마치 경영을 잘해 흑자를 본 것인 양 선전하고 있는 거다. 얼마 전 자체 조사를 했더니 진주시민버스의 연봉 총액이 연말성과급을 합해도 삼성교통보다 적은 걸로 나타났다. 안타까운 건 진주의 어떤 버스노동자도 창원, 김해의 버스노동자 보다 평균 월급이 100~150만원이나 적다는 것이다. 지금 진주지역의 버스 노동자는 모두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 지난해 50일에 달하는 파업을 했는데, 성과가 있었다고 보나?

“성과라고 하기에는 초라하지만, 파업 이후 지역민들의 관심이 커진 것 같다. 이전에는 삼성교통의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마치 우리의 주장이 이기주의인 듯 비쳤다. 하지만 파업 후 지난해 증차 문제가 불거지자 삼성교통의 주장에 일정 정도 동의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시내버스 문제가 공론화되기도 했고, 파업 직후 감사원이 진주시 교통행정을 문제 삼아 감사를 하기도 했다. 결과는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일들이 일어난 데는 삼성교통 파업이 일정부분 역할을 한 것 같다.”

- 파업 당시 53일간 고공농성을 펼쳤다. 어떤 마음이었나?

“회사 상황과 조합원들의 상태를 고려하면 파업을 더 이상 진행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파업을 중단해야 하는데 아무 것도 없이 중단할 수는 없었다. 고공농성을 펴면서 조합원들을 안전히 퇴각시키고자 했다. 파업 후유증으로 사내에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이다. 다소 성과가 있었던 것 같다.”

- 고공농성 후 경찰 조사를 받았고, 기소됐지 않나? 진행 경과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함께 고공농성을 한 문정식 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걸로 안다. 당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기각했고 불구속 기소로 재판을 진행했다. 1심 결과가 나온 뒤 우리는 항소하지 않으려 했지만 검찰이 항소를 해 2심이 진행 중에 있다.”

- 파업 당시 시청사를 출입하다 기물을 파손하고 공무원들에게 상해를 입혀 5명의 노조원이 기소를 당했다. 그 중 한 사람은 1심서 1년 6개월의 징역을 받았다.

“기소는 될 거라고 봤지만, 법정구속은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도 당시 행위에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실형을 받은 건 삼성교통 노조 상급단체 간부이지 않나. 대신 삼성교통 노조원에게는 모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당시 상해를 입은 공무원들과 합의를 보지 못한 점도 반영이 된 것 같은데, 이들이 개별적으로 우리와 합의를 하기는 힘들었을 거다. 시의 눈치도 봐야하니. 진주시장의 태도에 따라 합의문제는 풀 수 있다고 본다. 법정구속이 된 상태에서 합의를 다시 시도해볼 생각이다. 이 문제도 진주시와 삼성교통이 대화하는 과정의 하나이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

- 앞으로도 1인시위는 계속할 생각인가?

“고민하고 있다. 1인 시위만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방식으로 시에 적극적인 대화를 요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떻게든 대화의 장에 나오도록. 다른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데, 설 이전까지는 1인시위를 이어갈 생각이다. 이후에 내부적 논의, 또 내 생각을 반영해 방향을 정할 거다.”

-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내버스 문제는 삼성교통만의 것이 아니다. 시민의 문제이기도 하다. 시민들이 버스 문제와 관련해 겉으로 드러나는 진주시 행정만을 보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좀 더 많은 정보를 얻고, 그것을 종합해 판단해주길 바란다. 시의 교통행정을 잘 감시하고, 관리감독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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