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eben mit 12 Sonnenblumen(12송이의 해바라기 정물화)

▲ Stilleben mit 12 Sonnenblumen(12송이의 해바라기 정물화)

17세기경 일본 에도 시대의 하류층에서 발흥한 ‘우끼요에’를 한자로 표기하면 ‘浮世繪(부세회)’라고 쓰는데 한자의 뜻으로 볼 때 약간은 염세적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浮世’란 뜬 구름 같은 세상이라는 뜻이니 귀족들(일본의 귀족들)의 삶과는 달리 곤고했던 그들의 삶을 달래주는 그림이 바로 '우끼요에'였던 것이다. '우끼요에'는 대부분 세밀 목판화로서 일본의 민초들이 그들의 삶과 세계를 공유하기 위해 처음부터 대량으로 찍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우끼요에'의 주제는 당연히 하층민들에게 인기 있는 영웅 이야기나 가부키(歌舞伎)의 소재로 쓰였던 잡다한 이야기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거듭될수록 단순했던 '우끼요에'의 세계는 예술성을 가지는 것으로 발전했는데 그 대표적 작가가 ‘가츠시카 호쿠사이’였다. 그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神奈川沖浪裏, 1826)’는 이러한 '우끼요에'의 백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이러한 ‘우끼요에’의 일부가 당시 네덜란드 상인들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되고 일부 호사가들에게 수집되면서 '우끼요에'는 당시 유럽 화단의 화가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예술형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우끼요에'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상파의 태동이라는 다소 과장된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당시의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그림임에는 틀림없었던 모양이다.

그 영향을 받은 화가는 마네와 모네를 시작으로 쇠라, 드가, 로트렉, 고흐, 고갱에 이르는 인상파에서부터 비구상의 시작점에 있는 조르주 루오, 앙리 마티스, 추상회화의 선구자 칸딘스키에 이르기까지 매우 많다.

그 중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는 '우끼요에'의 형식을 모작(模作)한 그림으로 시작하여 마침내 우끼요예의 장점을 그의 것으로 변용하여 표현한 대표적 화가로서, 이 그림 역시 '우끼요에'의 형식을 느낄 수 있다. 해바라기 여러 송이가 화병에 꽂혀 있는 정물을 고흐 특유의 임파스토 기법으로 나타내고 있는데 지금까지 있어 왔던 유럽 정물화의 일반적 모습과는 매우 다른 면을 보이고 있다.

▲ 김준식 지수중학교 교장

당시의 정물화는 꽃이 그려지더라도 대부분 한 송이 혹은 여러 종류의 꽃과 다른 소재들이 혼재되어 있고 그 중 꽃이 도드라지는 구조이거나 과일들과 그릇, 혹은 화병들과 잔들을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고흐의 ‘해바라기’는 해바라기만을 화병에 가득 담아 놓고 있다. 각 해바라기는 그 상태에 따라 각각의 시간성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것이 ‘우끼요에’에 자주 보이는 시간에 대한 다양한 해석에서 차용해온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를테면 아직은 생기를 가진 해바라기와 이미 시들어 버린 해바라기가 하나의 화면에서 시간의 경과를 이야기한다.

‘우끼요예’의 시간적 해석이란, 이를 테면 세속의 삶에 대한 부질없음을 드러내는데, 그 느낌을 일상의 소재들로부터 발견하여 흔히 시든 꽃이나 죽은 나무, 그리고 이별하는 연인이나 퇴락한 건물 등의 사물을 이용하여 뜬 구름 같은 우리의 삶에 빗대고 있다. 또 이 그림에서 특이한 것은 주둥이가 매우 넓고 아무런 장식이 없는 화병에 꽃이 꽂혀 있는데 이런 종류의 화병은 거의 동양산, 그것도 일본산일 공산이 매우 크다. 왜냐하면 당시의 서양에서 화병은 주로 철재가 대부분이었고 도자기는 매우 진귀한 물품으로 취급되어 화병보다는 그 자체로 장식품이었다.

정신적으로 가끔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그가 죽기 2년 전) 그려진 이 해바라기는 해바라기라는 꽃이 가지는 노란색이 그림 전체를 지배한다. 배경을 연한 하늘색으로 한 것도 해바라기를 도드라지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정신분열의 고흐에게는 노란색이 매우 강렬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같은 해 그려진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테라스(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Café Terrace, Place du Forum, Arles, 1888)’에도 노란색이 지배적인 것은 그의 정신 상태와 연결 지어 생각해보면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칸딘스키의 색채이론에서 설명하고 있는 노란색에 대한 해석을 참고해 보아도 고흐의 노란색은 확실히 거의 정신적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인다. 칸딘스키에 앞서 괴테도 그의 색채이론에서 노란색을 (+)의 극성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고흐가 활동하던 시기의 서양 정물화(주로 꽃이 그려진)들에서 꽃들은, 매우 화려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사용되었다. 이를테면 당시의 화가들은 꽃 자체보다는 꽃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이미지에 집중하는 경향을 선호했다. 또 인상파 회화의 주요한 원칙이었던 외광에서의 자연 묘사는 정물화보다는 자연의 풍경과 그 속의 인물 묘사에 더 집중하여 이전 시기보다 정물화의 묘사는 드물었다.

그러나 고흐는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하여 병원을 오가며 그림에 집중하던 탓에 실내에서 작업한 이러한 작품이 등장하게 되었고, 지금의 해바라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해바라기는 비슷한 모양이 약 12개나 그려졌는데 그 중, 꽃병에 꽂혀있는 해바라기 그림은 일곱 개의 다른 그림이 있다. 피나코테크에 있는 이 해바라기 그림은 세 번째 그림으로서 12송이의 크고 작은 꽃송이를 앞뒤로 배치하고 높낮이를 다르게 하고 있다. 이러한 양식은 현재의 꽃꽂이에서도 자주 보는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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