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 유아 숲학교 “오감을 열고 마음껏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게 해야”

▲ 깔깔 유아 숲학교 아이들이 오전 시간 체조를 하고 있다.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오감을 열고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할 유아기, 아이들은 답답한 실내에서 질서 있게 앉아 있기를 강요받습니다. 돌돌 말린 나뭇잎 속의 애벌레를 보고, 대숲을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듣고, 황토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고, 산길에서 산딸기, 오디를 맛보며 소나무가 뿜는 상쾌함을 날마다 느낀다면 아이들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2014년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시작해 2016년 예비 사회적 기업, 2019년 인증 사회적 기업이 된 깔깔 유아 숲학교가 추구하는 가치다. 깔깔 유아 숲학교는 아이들이 교실이라는 제약된 환경에 갇혀 정형화된 놀이를 하는 것보다, 자연과 어우러져 성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모여 시작한 단체이다.

“숲이 교실이며 교사이자 교재가 되어 사회성과 성취감을 이루어 가는 곳” 정은설 깔깔 유아 숲학교 이사장 겸 원장은 깔깔 유아 숲학교를 이렇게 설명한다. 깔깔 유아 숲학교는 예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 다르다. 숲에 모여 자연을 만끽하고 관찰하는 것에 대부분의 일과를 소모한다. 아이 중심의 일과를 짠다.

 

▲ 깔깔 유아 숲학교 아이들이 모여 놀이하고 있다.

하루 일과는 간단하다. 10시에 아침 모임을 갖고 출석 및 건강상태를 체크한 뒤 간식을 먹고 숲으로 이동한다. 오전 일과는 숲 산책, 자연물 관찰 및 채취,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가는 자유 놀이가 주를 이룬다. 오후 시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들의 자유놀이, 간식 먹기, 다음 날 숲활동 함께 계획하기 등이다.

이같은 일과는 교육목표에 기초한다. 깔깔 유아 숲학교는 ▲자연탐구 ▲신체교육/건강 ▲사회관계 ▲예술경험 ▲의사소통을 교육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숲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한다는 것. 교육기관이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잊어버리고 영리사업화되는 것을 막고, 바른 교육을 실현하는 게 이들의 목표이다.

특히 이들은 주입식 교육을 방지하고자 교사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통해 배워가도록 동기부여를 하기 위함이다. 프로그램 또한 아이들 위주인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자연환경 요소의 변화와 생태 순환의 고리를 깨닫고, 그 과정에서 주체적인 인간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다.

▲ 정은설 깔깔 유아 숲학교 이사장/원장

정은설 이사장은 깔깔 유아 숲학교를 만든 이유에 “당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었는데, 유치원, 어린이집의 교육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여겼다. 아이들은 교육, 돌봄의 대상이 아닌 교육의 주체가 돼야 하는데, 교육의 대상으로 또 돈벌이로 보는 게 싫었다. 그런 엄마들이 모여 사회적 협동조합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주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에는 “4~5세 아이들은 상상력이 뛰어나다. 상상력을 발휘하며 자유롭게 노는 것이 가장 좋다. 아침에 간식을 먹고 산에 가면 각자가 별의별 것에 다 관심을 보인다. 산딸기를 따 먹고, 이걸로 잼을 만든다. 고사리와 버섯도 채취한다. 개미굴도 찾으러 다닌다. 각자의 호기심을 해소하는 셈”이라고 했다.

정 이사장은 대안유치원 설립을 목표로 했지만, 대안유치원마저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 획일적 교육을 해야 함을 느껴 2014년 깔깔 유아 숲학교를 개설했다. 그는 다만 “최근에는 정책이 조금씩 바뀌고 있고 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을 만든다면 깔깔 유아 숲 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을 펴는 유치원도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부지와 건물 확보 비용이 필요한데, 그 부담을 학부모들이 다 져야 하는 상황. 관의 지원도 크게 없다. 관의 지원은 홍보에 한정되고 있다. 그것도 2017년 진주시장이 바뀌면서 다소 늘어났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앞서 이창희 전 시장은 사회적기업에 큰 관심도 지원도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 지원 형태가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몰입돼 있다며 이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보다 사회적 기업이 자생할 수 있도록 초기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 사회적 기업마다 특색이 다르고, 형태도 여러 가지인데 관의 정책은 일자리 지원에 주를 둔다는 주장이다. 깔깔 유아 숲학교는 다른 무엇보다 건물지원이 필요하다.

 

▲ 깔깔 유아 숲학교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이하고 있다.

그는 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회적 기업이라 하면 좌파단체라 보는 시선이 있다는 것. 그는 사회적기업 직인을 파러 갔다가 이같은 말을 들은 바 있다고 했다. 또 처음 깔깔 유아 숲 학교가 생겼을 때 주변에서 불법단체로 취급하는 불이익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시 차원의 홍보로 사회적기업의 이미지가 바뀌길 바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회적기업이 화두이지만, 사회적기업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깔깔 유아 숲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정 이사장은 “관의 지원이 각각의 사회적기업 실정에 맞춰 이뤄졌으면 한다. 깔깔 유아 숲 학교는 6년 넘게 단체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금도 단체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곡면에 위치한 깔깔 유아 숲학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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