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곡을 얘기하면 보통 왈츠나 탱고를 많이 떠올릴 것이다. 춤곡을 쓴 작곡가에는 누가 있을까? 요한 쉬트라우스와 아스토르 피아졸라 외에도 떠오르는 춤곡 작곡가로는 독일의 요하네스 브람스와 체코의 안토닌 드보르작이 있다. 관현악단의 앙코르곡으로 특히 잘 알려진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 5번은 제목은 몰라도 누구나 다 아는 음악이다.

오늘 소개할 음악은 브람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체코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이다. 몇 년 전, 김지운 감독의 영화 <밀정>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영화에서 클래식 음악이 여럿 나왔는데 그 중에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도 나왔지만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 op. 72-2가 훨씬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엔딩 타이틀로 쓰인 음악이기도 하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곡이어서 더 그랬을 수도 있다.

드보르작은 작곡 선배인 브람스의 영향을 많이 받고 도움도 받았는데 그 중 하나가 슬라브 무곡이다. 슬라브 무곡은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에 자극받아 작곡하게 되었는데 브람스는 총 21곡의 헝가리 무곡을 작곡했고 드보르작은 총 16곡을 작곡했다. 이 곡들의 원곡은 원래 피아노 한 대에 두 사람이 앉아서 연주하는 버전인데 흔히 피아노 연탄곡이라 한다. 하지만 원곡인 피아노곡 보다는 관현악 버전이 훨씬 많이 알려져 있고 사실 듣기도 더 좋다.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을 처음 들은 때가 거의 30년 쯤 전이다. 그 당시 티비에선 가끔씩 방송시간이 끝날 무렵 유명한 음악들을 짧게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슬라브 무곡을 듣게 됐고 전곡이 궁금해 카세트 테이프로 사서 계속 듣게 되었다. 사람들은 슬라브 민족을 우리 민족과 비교하기도 하는데 그런 느낌은 이 슬라브 무곡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지 않나 한다. 흥겨운 음악이 있는 반면 짙은 우수를 드리운 음악도 섞여 있다.

흔히 우리 민족의 정서를 “한”이란 단어로 표현하는데 오늘 들을 이 곡에서 그런 느낌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밀정>이란 영화에서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코로나 19와 텔레그램 n번방 사건들로 우울한 이 시기에 마음을 차분히 하는 음악으로 나, 우리를 위로하는 것은 어떠한가? 워낙 좋은 연주들이 많지만 조지 셀이 지휘한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연주 음반을 추천한다. 영상은 사이먼 래틀이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다.

https://www.youtube.com/watch?v=e4kTHnGfh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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