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고정관념 깨고 나와야 차별 없는 사회 된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에 의하면 장애인이란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 이다. 다시 말해 몸과 마음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 하는데 불편한 사람을 말한다.

그렇다면 장애인 인구는 얼마나 될까? 2017년 보건복지부 등록현황에 의하면,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은 약 255만 명으로 추산한다. 이 수치는 전체 인구의 5%정도이고, 6가구당 1가구는 장애인이 사는 셈이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 명으로 계산하면 국민 20명당 1명꼴이니 꽤 많은 숫자임에는 틀림없다.

그들 가운데 지체장애인이 135만 3700여 명으로 가장 많고, 뇌병변장애인은 30만 8000명으로 두 번째이고, 안면장애인은 3000명으로 가장 적었다. 장애인 가운데 여성 비율도 증가하면서 42%를 차지했는데, 107만 80명 정도였다.

이렇게 많은 장애인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 선천적 장애는 채 10퍼센트도 안 됐다. 나머지 90퍼센트는 후천적 장애로 요인은 사고와 질병이다. 이 결과를 놓고 보면 누구나 잠재적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100세 시대 관점에서 봐도 노화가 진행되면 신체기능이 떨어져 누구나 장애인이 된다는 말도 허언이 아니다.

▲ 박홍서 장애인식개선강사

장애인복지법에서 분류하는 장애유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나라 법 제32조에 의해 장애인을 판별하는 기준을 보면 15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먼저 장애를 크게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로 나눈다.

신체적 장애는 외부기능장애와 내부기관장애가 있다. 외부기능장애는 다시 지체장애와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안면장애로 나누며, 신장장애와 심장장애, 호흡기장애, 간장애, 장루·요루장애, 뇌전증(간질) 장애를 내부기관장애라 한다. 또 정신적 장애는 발달장애와 정신장애로 나누는데, 발달장애를 다시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로 나눈다.

그렇다면 나는 무슨 장애에 속할까? 척수장애는 척추 안을 지나는 척수신경을 다쳤기 때문에 지체장애 중 지체기능장애에 속한다. 척수는 뇌가 내린 명령을 몸의 각 부분에 전달하고, 받아들인 자극은 다시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척수를 다치게 되면 그 부위 아래는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제 기능을 못한다. 손발을 사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추위와 더위, 차가움과 뜨거움마저 느끼지 못한다. 감각신경 상실로 똥오줌 처리마저 어려움이 있어 애어른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팔과 다리, 몸통에 불편을 겪는 장애를 지체장애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장애발생 원인은 주로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또는 작업현장에서 발생하는데, 요즘은 척수염 같은 질병이 원인일 때도 있다. 보조기구로는 장애 정도에 따라 목발이나 휠체어, 보조기, 의족, 의수를 사용한다.

지체장애는 장애인 수가 많은 만큼 종류도 다양하다. 절단장애와 관절장애, 지체기능장애, 변형 등의 장애 등 여러 가지다. 그중 절단장애는 신체 일부를 잃어버린 장애를 말하며,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질병으로 어쩔 수 없이 수술하는 경우도 있다. 관절장애는 관절연골 파괴와 관절 주위 조직유착으로 관절 운동이 제한되어 관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 몸은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33개의 뼈로 이루어진 척추라는 게 있다. 변형 등의 장애는 척추가 손상되어 몸이 옆으로 휘거나 등이 튀어나온 장애를 말한다. 선천적 장애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질병으로 변형이 생기기도 한다. 한번 손상되면 등이나 허리가 휘기 때문에 키도 잘 자라지 않는다.

편견과 차별이 없던 조선시대는 장애인을 단지 몸이 불편한 사람으로 보았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 생각해서 신분에 상관없이 능력위주로 채용했다고 전해진다. 척추장애인 허조는 그 당시 능력을 인정받아 우의정과 좌의정을 지낸 실제 인물이다. 지금과 비교하면 대한민국은 시대를 역행하는 복지정책을 하고 있다.

뇌병변장애는 뇌의 이상으로 인한 마비가 원인이 되어 보행과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장애를 말하며, 뇌성마비와 외상성 뇌손상, 뇌졸중이 있다.

뇌성마비는 아기 때 뇌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거나 태어나는 과정에 산소가 부족해서, 또는 뇌막염으로 신경을 다쳤을 때 주로 발생한다. 뇌를 다치면 팔다리가 굳고,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으며 말도 부자연스러울 때가 많다. 그래서 가끔 지적장애로 오해받는 경우가 있는데, 지적능력과 아무런 상관없다.

외상성 뇌손상은 교통사고나 각종 사고로 두뇌가 손상된 장애를 말한다. 그리고 뇌졸중은 흔히 중풍이라고도 하는데, 주로 40대 이상 성인에게 나타나는 장애다. 뇌혈관이 막혀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뇌출혈과 뇌로 피가 통하지 않아 뇌세포가 손상되는 뇌경색 증상이 나타난다.

시각장애는 백내장과 녹내장 같은 질병이나 이물질 침입, 화학약품에 의한 손상으로 앞을 잘 보지 못하는 장애를 말한다. 아예 못 보는 경우와 시력을 교정한 뒤 일상생활이 가능한 저시력 장애로 나눈다.

청각장애는 소리를 뇌에 전달하는 기관의 손상으로 잘 듣지 못하는 장애를 말한다. 어떤 소리도 못 듣는 경우인 농과 명료하진 않아도 보청기를 이용하면 듣게 되거나 큰 소리만 들을 수 있는 난청으로 구분한다.

청각장애는 수어나 구화를 사용해 소통하거나 필담으로 대화한다. 이들은 소리 나는 언어보다 보이는 언어를 자신들의 존재양식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2016년 제정된 한국수화언어법에 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밝히고 법적 공용어로 지정했다. 세상 모든 사람이 한 가지 언어로 소통하는 건 아니기에 당연한 현상이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다문화 가정을 보면 이해가 된다. 그들은 우리와 언어가 다르고 삶의 방식이나 문화가 달라도 같은 국민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농인은 같은 국민이고 사용하는 언어만 다를 뿐인데 장애와 비장애로 나누어 구별하려고 한다. 나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를 그대로 인정하면 그만인데, 왜 우리는 자꾸 낙인을 찍으려고 하는 걸까.

사회통합은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이쪽을 ‘정상’이라고 기준을 정해놓고 교육하다보니, 저쪽은 ‘비정상’이 되는 역차별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 외 언어장애는 청각장애와 뇌병변장애를 함께 갖고 있는 게 특징이며, 안면장애는 선천성과 화상, 그리고 사고로 인해 장애로 발생한다.

신장장애는 신체 내부기관장애로 신장 기능에 문제가 생겨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는 장애다. 대개 만성신부전증을 말하는데, 당뇨나 고혈압 같은 질병에 의해 발생한다. 우리나라가 신장장애를 만성과 급성으로 구분하는 까닭은 만성신부전증만 법정장애인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심장장애는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겨 호흡곤란 등 장애가 있는 상태를 말하며, 주로 심부전증이나 협심증으로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는다. 그로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폐나 기관지 등 호흡기관에 이상이 생겨 호흡곤란으로 일상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데 이를 호흡기장애라고 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도 발생하지만, 주원인은 흡연이다.

그 외 간암, 간경변 등으로 인해 간세포가 손상되고 간 기능이 떨어진 경우를 간장애라고 한다. 장루·요루장애는 배변과 배뇨기능 장애로 장루 또는 요루 시술을 받은 장애를 말한다. 뇌신경세포가 일시적 이상을 일으켜 의식소실과 발작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장애를 뇌전증장애라고 하는데, 증상이 나타나는 몇 분 동안을 제외하고는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정신적 장애는 발달장애와 정신장애가 있다. 발달장애를 다시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로 나누는데, 지적장애는 대부분 18세 이전에 나타나며 지능지수가 70이하로 선천적 원인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자폐성장애는 개인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정도를 보인다. 특히 아스퍼거 장애는 사회적 상호작용 외에 다른 부분에서 고기능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정신장애의 경우 통계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이 전체인구 중 25퍼센트에 달하고 있다. 분명한 건 우리나라 정신질환 유병률이 12.7퍼센트로 국민 100명 중 13명은 일생에 한번 정신질환을 경험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치료가 뛰어난 약물로 직업을 가질 만큼 회복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15가지 장애유형과 장애특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 서문에서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라고 표현했다. 고정관념을 깨는 것은 기존의 자기세계를 부정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이전과 다른 세계를 만나려면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고 나와야만 한다. 모든 사람이 차별 없는 지역사회에서 동등하고 ‘존엄한 존재’로 살아가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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