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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샘의 지리산 초록걸음] 산중호수길, 하동호 둘레길을 걷다.

기사승인 2020.05.20  10: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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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학동 계곡물이 머물다 섬진강으로 향하는 하동호

▲ 5월의 초록걸음(사진=이원규)

하동군 청암면에 자리한 하동호는 1985년 1월 착공하여 1993년 11월 준공한 농업용 댐에 청학동 계곡과 묵계 계곡의 물들이 흘러들어 만들어진 거대한 산중호수이다. 지리산 둘레길 10구간과 11구간이 연결되는 지점에 있는 이 하동호를 한 바퀴 도는 산중호수길이 새 단장을 하고 올봄에 완성되었다. 총연장 7.5Km에 수평의 길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둘레길이다. 하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지리산 둘레길에 포함되지는 않은 상태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된 5월 첫 주, 지리산문화예술학교 초록걸음반 학생들은 전국 각지에서 하동호로 달려와 한 달 만에 다시 그 걸음을 이어갔다. 특별히 이번 초록걸음엔 문학창작반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낙장불입 이원규 시인이 그의 바이크 ‘흑마’를 타고 달려왔다. 멋진 사진을 찍어보겠노라며 대포 같은 카메라를 메고서...

 

▲ 하동호 전경(사진 = 이원규)

하동호 주차장에서 길동무들과 안부 인사를 마치고 시계 방향으로 걸음을 시작했다. 비바체리조트를 지나면 곧바로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나타나는데 이제 막 연초록의 새잎이 돋아난 그 길을 걷는 길동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필자도 저절로 초록으로 물드는 듯했다. 메타세쿼이아를 만날 때마다 쉽지 않은 외래어 이름보다는 북한에서 부르는 것처럼 수삼(水杉)나무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곤 한다.

예전엔 청학동으로 가는 1003번 지방도를 따라 왕벚나무 터널길로 걸었었는데 지금은 호수를 따라 데크 길이 조성되어 안전하게 걸을 수가 있어 좋았다. 하지만 왕벚꽃 흐드러지게 피는 4월 초에 걷는다면 데크 길보다 왕벚꽃 터널길을 ‘강추’하고 싶다. 공사를 막 끝낸 투수성 포장도로를 따라 걷는 길동무들 사진을 찍느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이원규 시인과 나본마을에서 다시 만났다. 하동호 관리사무소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시계 방향이든 반시계 방향이든 그 중간 지점이 되는 마을이 바로 나본마을이다. 나본마을 서어나무 숲에 조성된 정자와 데크는 점심식사 장소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연초록 서어나무 숲에서 점심을 먹고는 ‘시와 음악이 있는 초록걸음’에 걸맞게 길동무들에게 시 한 편과 음악 한 곡을 들려드렸다. 이원규 시인의 ‘청학동에선 길을 잃어도 청학동이다’를 골랐고 음악은 나엠(나M)이 불렀던 ‘고운동 달빛’을 들려드렸다.

 

▲ 5월 초록걸음에 함께한 사람들(사진=최세현)

 

청학동에선 길을 잃어도 청학동이다 / 이원규

 

울지 마라

길 위에서 길을 잃어도 그 또한 길이다

 

아주 먼 옛날 우리가 오기 전에도

지리산은 그대로 여기 이 자리에 있었으며

아주 먼 훗날 우리가 떠난 뒤에도

섬진강은 마냥 이대로 유장하게 흐를 것이니

너무 촐싹거리며 쟁쟁 바둥거리지 말자

 

아주 오래전에 두 마리 학이 날아와 둥지를 틀었으니

쌍계청학 실상백학이라

지리산의 남북으로 청학동과 백학동이 있었다는데

천 년 전의 고운 최치원 선생은

두류산하 청학동에 와서 청학동을 찾지 못하고

아니 찾으려고만 했지 끝끝내 만들지 못하고

남명 조식 선생의 대성통곡은 천왕봉 천석들이 종을 울리고

매천 황현 선생은 절명시 사수를 남기며 자결을 하고

비운의 산사나이 이현상 선생은 빗점골에서 총을 맞고

우천 허만수 선생은 스스로 지리산의 풀과 나무와 이끼가 되었다

청운 백운의 꿈은 마고할미 천왕할매와 더불어

지리산의 전설이 되고 신화가 되고 말았다

 

-중략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곳이 청학동이요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곳도 청학동이니

대체 어디냐고, 청학동이 어디냐고 묻지 마라

아주 먼 옛날 우리가 오기 전에도

지리산은 그대로 여기 이 자리에 있었듯이

끝내 찾지 못한 청학동은 있어 왔고

아주 먼 훗날 우리가 떠난 뒤에도

섬진강은 마냥 이대로 유장하게 흘러가듯이

바로 지금 여기 오늘의 잔치 한 마당이 청학동의 현현이니

청학동은 정말로 있었다고 대대로 전해지리니

 

대체 어디냐고, 청학동이 어디냐고

너무 촐싹거리며 쟁쟁 바둥거리지 말자

청학동에선 길을 잃어도 청학동이다

 

▲ 5월의 초록걸음(사진=최세현)

나본마을을 뒤로 하고 하동호 둘레길 나머지 반을 걷기 시작한 지 30분쯤 지나서 만나는 상이리 마을은 위태에서 양이터재 넘어 하동호로 이어지는 둘레길 10코스가 지나는 마을이다. 여기서부터는 둘레길 10코스와 하동호 둘레길이 겹치는 구간이다. 상이리에서 하동호 댐까지는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로 하동호의 비경을 만끽하기 딱 좋은 구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출발점으로 원점회귀하면서 5월의 싱그러움으로 걸었던 산중호수길의 초록걸음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산중호수길로 이름 붙여진 이 하동호 둘레길을 걸으면서 이 길은 장애가 있는 분들도 얼마든지 동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원점회귀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하동호 둘레길의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끝으로 지리산 둘레길을 유지 관리하고 있는 (사)숲길에서는 이 산중호수길을 공식적으로 지리산 둘레길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주길 부탁드린다.

 

▲ 5월의 초록걸음(사진=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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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현 지리산초록걸음 대표 himnanum@hanmail.net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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