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학대 피해자 지원책도 없어.. 실효성 있는 학대방지 예방책 마련 ‘절실’

▲ 최근 진주에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거듭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집 보육교사로부터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이 다시 학대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pixbay).

[단디뉴스=이은상 기자]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 수는 4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건수도 4만 건을 넘어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

2015년 1월 인천 송도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원아를 폭행한 사건은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의 시발점이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회는 2015년 4월 30일 열린 본회의에서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하지만 CCTV 설치 의무화도 아동학대를 막지는 못했다. CCTV 사각지대에서도 여전히 학대는 이뤄지고 있다. 진주 또한 다르지 않았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로부터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이 다시 학대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해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사례는 증가하고 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예산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제는 공공이 나서야 할 때이다. 지역사회에서 아동학대 예방 및 방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아동학대 신고부터 사례관리 종료까지 전 과정에 걸쳐 국가차원의 공적개입이 필요하다. 학대피해아동과 가족에 대한 정서적 치료 등 충분한 돌봄이 이뤄질 수 있는 지원체계가 구축이 절실하다.

<단디뉴스>는 진주에서 일어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중심으로 아동학대 문제를 기획으로 다룬다. 1부에서는 아동학대 사건의 문제점을 짚는다. 2부에서는 아동학대 사건 발생의 원인분석을, 3부에서는 아동복지 증진 선진사례를 소개하고,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본다.

 

▲ 보건복지부의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 수는 4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건수도 4만 건을 넘어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 진주서 어린이집 아동학대 재발 사례 발생

최근 진주에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거듭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집 보육교사로부터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이 다시 학대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동은 최근 아동학대 혐의로 행정처분이 내려진 ‘A’어린이집에서 ‘B’어린이집으로 옮겼지만, ‘B’어린이집에서도 보육교사로부터 학대 행위를 당해 귀가 찢어진 것.

진주경찰은 지난 5월부터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지만, 어린이집 CCTV에서 보육교사의 학대 행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아동학대사례 판정 권한을 가진 경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은 CCTV 사각지대에서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 사례전문위원회를 열어 피해자 진술 등을 토대로 아동학대 판정여부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판정을 참고해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 아동은 앞서 A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부터 머리를 잡아당기고,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등의 학대를 당했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 후 원장이 고의로 CCTV를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해 수사과정이 지연되기도 했다. 피해 아동 학부모 ㄱ씨는 “수사과정에서 CCTV를 직접 확인하지도 못한 채 경찰로부터 아이에게 학대행위가 있었다는 통보만 받았다”며 “시에서도 적극적인 아동보호조치가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올해 진주에서 아동학대 의심사례로 경찰에 신고된 사건은 총 7건. 이 가운데 3건은 검찰에 송치됐고, 4건은 수사 중이다.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의 수만 20여 명에 달한다. 특히 피해 아동 가운데 일부는 보육교사의 학대 행위로 언어발달 장애, 분리불안 등을 앓고 있다. 피해 아동의 학부모 가운데 일부도 이 사건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와 공황장애 등을 겪으며, 정신과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

진주에서 어린이집 학대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학부모 ㄴ씨는 “CCTV 영상에서 아이가 학대를 당한 장면을 보면서 화가 많이 났다. 아이에게 평생 지우지 못할 상처로 남을 것 같다”며 “사건 이후에도 수사과정 등을 거치면서 아이가 심리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어린이집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진주시는 아동 학대 사례 방지를 위한 뾰족한 예방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집 관리감독 소홀로 아동학대 재발사례가 나왔으며, 국·공립 어린이집에서도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부모참여도와 어린이집 개방성을 높이기 위한 열린어린이집과 부모모니터링단, 운영위원회 등이 운영되지 않으면서 어린이집 감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 어린이집 보육교사로부터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이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긴 뒤 다시 학대를 받아 귀가 찢어진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 진주시, 어린이집 학대 피해자 지원책 ‘없음’

문제는 피해아동과 가족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발생한 어린이집 아동 학대사건으로 피해 아동의 수만 20여명에 달하지만, 아직까지 심리상담과 치료 등의 지원 혜택을 본 이들은 없다. 학대 아동과 학부모 가운데 일부는 사비를 들여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모 C씨는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심리 치료 지원 서비스가 있다는 내용조차 안내받지 못했다. 사비를 들여 심리치료를 받는 것도 고려해 봤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아동복지법 제29조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은 아동의 안전 확보와 재학대 방지, 건전한 가정기능의 유지 등을 위해 피해 아동 및 보호자를 포함한 피해 아동의 가족에게 상담, 교육 및 의료적·심리적 치료 등의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진주시를 비롯한 서부경남 8개 시·군에서는 경남서부아동복지전문기관이 이와 관련된 지원업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피해 아동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지원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으면서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 아동과 가족들의 심리치료를 맡은 백미림 심리상담사는 “학대 피해 당사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사건 직후에 신속한 대응이 관건”이라며 “심리 상담과 치료비 지원 등 피해 당사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 측은 예산상 제약으로 우선순위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지원 대상자가 일부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정학대 피해자와 저소득층 가정 등이 우선순위로 어린이집 아동학대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앞으로 유관기관과 협조를 통해 아동피해 예방 관련 사업비를 더 확보하고, 공동모금회 지원사업 등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좌(피해아동 학부모는 샛별어린이집 보육교사로부터 아이가 학대를 당해 등에 상처가 생기고, 멍이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A어린이집 피해아동 학부모는 보육교사가 통학지도 과정에서 아이를 밀치면서 상처가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 진주시, 아동학대 혐의 받는 어린이집에 행정처분 결정

올해 진주에서 아동학대 의심사례로 경찰에 신고된 사건 7건 가운데 3건은 검찰에 송치됐다. 샛별어린이집은 원장과 보육교사 2명이 아동 8명의 얼굴과 가슴, 등을 수차례 때리고, 밥과 간식을 주지 않는 등 80여 차례 학대한 혐의와 보조금 2700여 만 원을 부정 교부받은 혐의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은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A어린이집은 보육교사 2명이 아동 10여 명에게 머리를 때리거나 식판을 집어 던지는 등 200여 차례 학대한 혐의로 지난 5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진주시는 지난달 26일 A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행정처분을 내렸다.

국·공립어린이집 한 곳도 보육교사가 양손으로 아동의 어깨를 눌러 넘어뜨리고 마스크를 씌우는 행위, 발로 아동의 엉덩이 부위를 밀치는 행위 등 아동 1명을 7차례 학대한 혐의를 받는 사건이 발생해 지난달 19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시는 법원판결 전, 어린이집과 해당 보육교사 및 원장을 대상으로 행정처분을 할지 고심 중이다.

학부모 D씨는 “학대 사건 이후 아이가 분리불안과 공격적 증세 등을 보이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어서 믿고 맡겼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며 “아동학대 사례가 나왔지만, 어린이집은 아직도 운영되고 있으며, 일부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학대를 당하지 않아 침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주에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거듭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들은 연일 학대사건이 발생하는 원인을 규명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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