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댐 관리 조사위원회 조사지역 뒤늦게 포함됐지만 해결책 도출 반신반의

▲ 침수피해 40여일이 지났지만, 양옥마을, 애양골 주택들의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8월 초 남강댐 방류로 침수된 진주시 내동면 애양골, 양옥마을 주민들의 피해는 40여일이 지나도 여전했다. 애양골에 거주하는 8세대 가운데 5세대는 한 달하고도 보름이 지나도록 양옥마을 주민회관에 거주하고 있고, 나머지 3세대는 친인척 집에 머물고 있다. 양옥마을 주민들의 집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침수됐던 집 안팎은 여전히 어수선했고, 도배 작업도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 다수다.

그간 주민들은 남강댐의 과도한 물 방류로 피해를 입었다며 적합한 보상을 요구해왔지만, 진주시의 지원금 200만원, 수자원공사의 도배비 60여만 원 등 일부 지원 외에는 뚜렷한 보상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보상책을 요구하는 주민에게 “소송을 통해 잘못을 입증하라”는 식의 말을 내놓기도 했다. 수자원공사로서도 보상 규정 미비로 소송을 거쳐야 보상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주민들은 대응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특히 집 곳곳에 금이 가고, 일부 지붕이 무너져 마을회관 등에 머무는 애양골 8세대 주민들을 위한 임시거주지가 애양골 기슭에 마련되고 있지만, 연일 내렸던 비로 이마저 진행이 더디다. 추석이 지나야 임시거주지 입주가 가능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임시거주지에 입주하더라도 주민들의 걱정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침수피해로 잃어버린 생활도구를 재장만해야 하고, 7평 남짓한 공간에 언제까지 머물러야 할지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 내동면 애양골에 거주하는 8세대가 임시거주하게 될 임시거주지 터.

진주시와 수자원공사는 이번 침수피해와 같은 일이 또 발생할 수 있어, 이주단지를 꾸려 주민들을 이주시킨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지만, 이 계획은 2025년쯤 돼야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댐 강화사업(댐에서 방류하는 물의 양을 늘리는 내용)이 구체화돼야 이주계획도 함께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주시 관계자는 “2025년쯤 돼야 주민 이주계획은 본격화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진주시와 수자원공사의 지원이 부족하다보니 침수피해 대부분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주민들에게 최근 좋은 소식이 전해지기는 했다. 지난 8월 환경부가 발족한 댐 관리 조사위원회에 남강댐도 포함된 것. 주민들은 환경부가 조사 대상에 섬진강댐, 용담댕, 합천댐만을 포함시켰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환경부에 문의했고, 자치단체의 요구가 있어야 한다는 답변에 진주시를 설득해 이 같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댐 관리 조사위원회의 조사대상에 포함되면 9월부터 조사를 시작해 10월 말 침수피해 원인분석과 개선 방안 등이 도출된다. 12월쯤 행정지도, 제도개선 등 후속조치가 나온다. 주민들이 거는 기대감도 적지 않지만, 걱정도 여전하다. 조사를 마치더라도 그들이 입은 피해를 제대로 보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주민 의견을 전하는 주민대표 1명이 조사위에 참여하기는 하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 양옥마을회관에 모여 있는 애양골 주민들(사진 = 정인후 의원)

주민대표로 조사위에 참여할 예정인 문창현 씨는 “뒤늦게라도 댐관리 조사위원회의 조사대상에 남강댐이 포함된 것은 다행이지만,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한다. 결과가 잘 나와 주민들이 어느 정도 보상을 받게 되면 좋은데, 그게 아니면 결국 수자원공사와 소송에 들어가야 한다. 고령자가 많은 마을에서 화합이 잘 될 지도 의문이고, 수자원공사라는 큰 공기업과 대적하려면 변호사비도 만만치 않을 거다”라고 전했다.

이날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입을 모아 지난 한 달 반 동안 크게 달라진 점은 없고,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고 호소했다. 주민 A씨는 피해액의 절반만이라도 보상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가전제품이며, 생활도구, 오래전 담아뒀던 고추장, 된장 이런 것까지 모두 잃었다. 시에서 추석 전 보상금 200만원을 지급한다는데, 이걸로는 내가 입의 피해의 10분의 1도 보상이 되지 못 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양옥마을회관에 머물고 있는 애양골 주민 B씨는 “한 달 반이나 여기 있으려니 힘들다. 추석 이후 임시거주지에 간다고 하더라도 힘들긴 마찬가지일 것 같다. 언제까지고 그 좁은 공간에 있을 수도 없고, 이주대책이 빨리 나오는 게 가장 좋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처럼 촌에 사는 사람들이 무슨 힘이 있냐. 도와달라. 재난이 발생하면 힘도 ‘빽’도 없는 우리 같은 사람들만 힘들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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