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 없이 면접만으로 전환돼
공무직 수험생, 일부 정당 의원 '반발'
도교육청, “교사 업무경감,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려면 불가피"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교사들의 업무를 경감하고, 비정규직을 더 이상 양산하지 않기 위해 방과후학교 봉사자들을 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교사들의 업무를 경감하고, 비정규직을 더 이상 양산하지 않기 위해 방과후학교 봉사자들을 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단디뉴스=이은상 기자] 봉사직으로 분류돼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방과후학교 코디들이 오는 3월부터 주 40시간 무기계약직인 방과후실무사로 전환, 교육공무직의 직위를 얻게 된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지난해 12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교사들의 업무를 경감하고, 비정규직을 더 이상 양산하지 않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남도 내 방과후코디 348명의 정규직전환 문제를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타 공무직 채용은 공채로 진행되는 반면, 이들의 직위 전환은 면접만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식에 교육공무직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수험생은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이번 결정은 공무직을 준비하는 청년의 취업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황보승희, 김병욱)들도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를 시험 없이 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은 취업준비생의 꿈을 짓밟은 제2의 인천국제공항사태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경남지부는 이에 맞서 지난 4일 성명서를 내고 방과후코디의 정규직화는 이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 합당한 행위라고 반박했다.

방과후코디는 일선 학교에 배치돼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기획과 회계 보조, 강사 복무관리, 학생 모집 및 출결관리, 학부모 상담, 교실 문단속 점검 등 방과후학교 행정 보조 업무를 맡고 있는 인력을 말한다. 이들은 자원봉사자로 분류돼 4대보험, 유급휴가 등 복지혜택을 받을 수 없는 차별을 겪어왔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해 1224일 방과후학교 봉사자를 주 40시간 무기계약직 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해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냈다. 방과후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줄이는 한편, 방과후학교 전담인력을 양성해 방과후학교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들은 오는 31일부로 방과후실무사로 전환, 교사와 양분했던 방과후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또한 주 40시간 근무를 채우기 위해 교무행정업무도 추가로 맡게 된다.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며, 일비 3만 원을 받던 방과후코디들이 교육공무직으로 전환되면 주 40시간 노동자(2020년 교육공무직 유형)로 분류돼 기본급 1823000원을 받게 된다. 또한 정액급식비, 교통보조비, 근속수당, 정기상여금,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수당, 명절휴가비, 맞춤형복지비 등의 복지혜택도 얻게 된다. 이번 결정으로 자원봉사자로 일했던 방과후코디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된 셈이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피켓시위 등을 진행하며 정규직전환을 촉구한 바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111일 기준 일선 학교에 근무 중인 방과후학교 봉사자 348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거쳐 이들을 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14일까지 대상자의 신청을 받아 오는 19일 면접을 실시한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경력이 3개월 미만인 사람도 포함돼있어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도교육청은 심층면접을 거쳐 대상자의 적격 여부를 면밀히 살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면접에서는 공무 수행자로서 가치관과 기본자세, 직무에 대한 지식 등을 평가한다. 면접에서 부적격 대상자가 생기면 결원이 발생한 만큼 3월부터는 기간제를 뽑아 대체하고, 올해 8월부터는 공채를 진행해 결원을 매울 계획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심층면접을 통해 방과후실무사로서의 적격여부를 엄격히 판단할 것이다. 이후에는 직무연수를 실시해 이들을 방과후학교 업무 전문인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또 다른 이들도 있어 형평성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교사 업무경감과 방과후학교 활성화를 위해 방과후봉사자를 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부분의 교육청들은 방과후 행정 전담인력을 무기계약직으로 두거나 봉사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서울, 경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있으며, 전남은 방과후 행정 전담인력을 두지 않고 있다. 대구에서는 방과후코디를 비롯한 유사직종에 근무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교무행정원으로 채용하고, 근무경력이 2년이 경과 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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